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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Nov 21. 2022

작별인사를 건네러 다녀오다

김혜수의 열연이 돋보이는 드라마, 슈룹을 보고 아침을 먹으려던 찰나 핸드폰이 울렸다. 카톡을 확인한 순간,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끝내 듣고 싶지 않았던 슬픈 소식. 내가 너무 아끼는 친한 언니의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나 역시 언니의 어머님을 가까이에서 뵈어왔기에 답장을 보내는 것보다 눈물이 먼저 흘렀다. 언니에게 무어라 답을 해야 할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언니의 슬픔을 나누는 것이, 어머님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생각에 서둘러 옷을 챙겨 입었다. 


서울에서 포항까지는 먼 거리. 게다가 일요일이라 바로 다음날 출근을 하려면 당일치기를 해야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세수를 하고, 옷을 챙겨 입고, 곧바로 택시를 타고 서울역으로 달렸다. 언니에게 부고 소식을 전달받는 것이 오전 8시 52분, 나는 오전 10시에 집을 나섰고 11시에 서울역에 도착해서 KTX에 올랐다. 다행히 점심시간을 넘기기 전에 빈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언니를 보자마자,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영정 사진 속 환하게 웃고 계시는 어머니를 보니 더더욱. 나를 위해, 언니를 위해 기꺼이 함께 가준 엄마가 없었더라면 나는 아마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말았을 것이다. 엄마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언니의 어머님께 절을 올리고, 오랜만에 보는 언니의 손을 잡을 수 있었다. 의연하게 웃어 보이는 언니의 모습에 결국 눈물이 제대로 터지고 말았다. 그런 나를 보며 언니도 함께 울었다. 


포항으로 내려가는 KTX에서 계속해서 난 언니와 어머님을 생각했다. 어머님이 떠나고 홀로 남을 언니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언니의 슬픔의 무게가...감히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어떤 말로 위로를 건네야 할지, 어떻게 슬픔을 나누어야 할지 그 방법을 알 수 없었다. 결국 나는 함께 오열하는 것으로, 어머님의 영정 사진을 눈물 그렁그렁하게 바라보는 것으로 내 나름의 위로와 작별 인사를 건넸다. 


아직도 이 모든 일이 꿈만 같다. 아직도 언니와 함께 나를 바라보며 웃으시던 어머님이 생각난다. 타지에서 서울까지 와서 고생한다고, 늘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시던 어머님. 그때 손이라도 한 번 더 잡아드릴걸. 언니도 어머님이 떠나고 나니 자꾸 못해드린 것만 생각난다며 눈물을 보였다. 나도 그랬다. 그렇게나 잘 대해주셨는데 전화라도 한 번 드렸어야 했는데, 코로나가 끝나면 다시 뵈러 가야지라는 생각에 연락조차 못 드려보고 결국 이 순간을 맞이하고 말았다. 


어머님께 인사를 드리고 오늘 새벽, 서울로 올라와 출근을 했다. 눈은 퉁퉁 부었고,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키보드 위에서 바쁘게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지만, 마음만은 아직 포항에 있는 언니와 어머님께 머물러있다. 언니에게 괜찮냐고, 어머님은 장지까지 잘 모셔다드렸냐고 전화라도 해보고 싶은데 언니의 목소리를 들으면 왈칵 다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 애꿎은 핸드폰만 만지작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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