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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Nov 17. 2022

서울에서 경상도 사람을 만나는 일

오늘 우연히 직장에서 경상도 어르신을 만나게 됐다. 경남 산청에서 올라오신 두 내외. 업무적인 이야기를 마치고, 반가운 마음에 "어머님, 아버님 저도 경상도 사람이에요"라며 고향을 밝혔다. 처음 오는 낯선 서울에 긴장하고 계셨던 두 분은 '경상도'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바로 웃으시며 내게 농담을 건네기까지 하셨다. 나는 산청이 어떤 곳인지, 무엇이 유명한지, 서울까지는 얼마나 걸리는지 따위를 여쭈며 두 분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그렇게 반나절을 함께 하고 하니, 정이 들어버렸다. 

두 분을 보니 고향에 계신 할머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생각이 나서 마음이 쓰였다. 결국 점심 대신 간단히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고 돌아오는 길, 편의점에 들러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두유와 빵을 샀다. 비닐 봉지 대신 예쁜 종이백에 담아 두 분께 가져다 드리니 "이렇게 챙겨줘서 고맙다."라고, "역시 동향 사람은 다르네~."라며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그 모습을 보니 어쩐지 눈가가 시큰해졌다. 


문을 닫고 돌아서는 길, 두 분의 대화가 들렸다.


"아이고 맛있겠네~ 입 심심한데 잘 됐네."


겨우 오 천 원이 넘는 소박한 간식이지만, 

끼니도 거르고 산청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낯선 곳에 적응하느라 어리둥절하고, 긴장한

두 분의 마음을 조금 더 편하게 만들 수 있어서 다행이다. 


부디 다시 건강해지셔서, 

손을 꼭 잡고 당신들의 터전으로 돌아가 

하고 싶은 것 다 해보시며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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