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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Dec 26. 2022

뮤지컬 영화 '영웅'을 보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다

2022.12.25 메가박스 코엑스 - 영웅 무대인사

영화를 보는 동안 절대 눈물이 흘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자리에 앉았다. 나는 무슨 자신감으로 카라멜 팝콘과 콜라를 무려 라지 사이즈로 구매했던 것일까. 결국 야심차게 구입했던 팝콘과 콜라는 거의 손도 대지 못한 채, 뺨을 뒤덮은 눈물을 닦으며 엔딩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실제 배우들의 무대 인사를 볼 수 있어 더욱 기대가 컸던 이번 영화 '영웅'. 원작 뮤지컬의 명성이 워낙 자자해 더욱더 기대가 됐다. 이미 먼저 본 사람들의 후기에 따르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다기에, 나는 홀로 다짐했다. 절대로 훌쩍이지 않겠다고,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담담하게 영화를 관람하겠다고. 하지만 보기 좋게 실패했다. 영화가 끝나고 인사를 위해 배우들이 입장하는 순간에도 나는 쉬이 울음을 그칠 수가 없었고, 두 눈은 퉁퉁 부어있었다. 


동지가 죽어 오열하는 안중근의 절규를 들으면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던 내가, 처음으로 오열한 장면은 안중근의 어머니인 조마리아 여사님이 아들에게 전하는 편지를 쓸 때였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나라를 위해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감옥에 있는 아들에게 편지를 쓰며 슬픔의 노래를 이어가는 나문희 배우(조마리아 여사 역할)를 보며 끝내 참고 있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휴지가 없어 손등으로 계속 눈물을 훔쳐내도 도무지 진정되질 않았다. 만나는 동안 눈물 한 번 쉬이 흘리지 않던 남자친구도 나와 같은 장면에서 울음이 터진 듯했다. 그와 함께 나는 한참을 나문희 배우의 울음 섞인 노래를 들으며 울고, 또 울었다. 


열 달을 품어 낳은 아들에게, 항소를 해서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그냥 죽으라는 편지를 전하는 어미의 심정은 도대체 어땠을까. 감옥에서 죽어야 하는 아들을 위해 수의를 만드는 어미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지고 참담했을까를 생각하니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어미가 손수 지어준 수의를 입고 차디찬 감옥에서 생을 마감한 안중근 의사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무대 인사에서 안중근 역할을 맡은 정성화 배우는 여러 차례 당부했다. 이 영화는 하필 대작 아바타와 맞붙게 되었고, 아직까지 관람객이 저조하다고. 이 영화가 오래도록 상영관에 걸려있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리뷰와 입소문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그러니 잘 좀 부탁드린다고. 


이미 많은 무대인사를 봐왔고, 대부분의 배우들이 저렇게 말하지만 정성화 배우는 좀 달랐다. 그저 '흥행'이 목적이 아닌, 대한의 독립을 위해 이토를 사살하고 기꺼이 목숨을 내놓은 '안중근' 의사의 삶을 많은 이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그럼 염원이 담겨 있는듯 했다. 


실제로 정성화 배우는 앞 자리에 앉은 내 동생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보러 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고맙습니다. 너무 고마워요."


고개를 숙여 눈을 맞추며 안중근 의사의 생의 마지막 1년을 담은 '영웅'을 보러 와준 것에 대한 진실된 고마움을 전했다. 바로 앞에서 마주한 그의 눈빛에서, 손짓에서 이 영화에 대한 간절함과 진심이 느껴졌다. 영화관을 나와서도 나는 그의 눈빛을 끝내 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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