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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Feb 01. 2023

'결'이 맞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은.

한창 글쓰기의 매력에 빠져들었을 무렵, 저는 글쓰기 모임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일하고 자는 시간 빼고 모두 글을 쓰는 데 투자했었을 시기에 무한한 용기와 넘치는 패기로 시작한 모임이었죠. 사람을 모으는 것도 서툴렀고, 운영 방식도 미숙했습니다. 매주 모임일이 돌아올 때마다 사실 자신감보다는 두려움과 괴로움이 컸습니다. 모임의 리더로서, 모임을 잘 이끌어 나가고, 그들보다 더 좋은 글을 써야겠다는 압박이 저를 힘들게 만들었으니까요. 


난항을 거듭하던 저의 모임은 결국 저와 M님만 최종적으로 남게 됐습니다. 5명으로 시작했던 모임이 기수를 거듭하며 2명밖에 남지 않았을 때 저는 그분께 질문했습니다. 모임원이 당신과 나 두명 뿐인데 괜찮으시겠냐고요. 그녀는 웃으며 화답했습니다.

"유정님이 끝까지 하시겠다고 하면, 저는 2명이라도 괜찮아요. 계속 함께 하고 싶어요."


그렇게 우리는 잠시 휴식기간을 갖고 다시 모임을 재개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가고 싶었지만, 늘 인원이 많아 선택의 대상에서 탈락했던 신논현 인근의 조용한 카페에서 우린 둘만의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언제나 노트북을 주시하며 부지런히 타이핑 하기에 급급했던 우리는 만난지 4개월이 다 되어서야 오롯이 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마음속 이야기들을 털어놓을 수 있었습니다. 


M님은 저와 참 비슷한 분이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미친 듯이 몰두하는 부분도, 읽을 책 아니 읽지 못할 책들까지 부지런히 사 모으는 점도, 이른 새벽 시간을 활용해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 포인트까지도 말이죠. 그런 M님과 흘러가는 시간을 아까워하면서 입이 뻐근해 질 정도로 수다를 떨었습니다. 대화의 말미에 우리는 동시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동안 왜 따로 만나지 않았을까요 우린? 이렇게 서로 잘 맞는 사람들인데 말이에요!"


여러 명과 모임을 진행할 때도 늘 M님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컸는데, 과연 제 생각은 틀리지 않았던 겁니다. M님과 서로의 관심사 그리고 공통점, 또 앞으로 진행될 2인 모임 체제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으며 한층 더 가까워졌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우리는 매주 목요일 카페에서 만나 함께 글을 쓰거나, 서로의 취미를 공유하거나, 답답한 가슴 속을 뻥 뚫어줄 시원한 맥주를 털어넣었습니다. 


작년 연말부터는 함께 모닝 필사까지 시작했는데요. 이른 아침에 일어나 책 한 권을 읽고 마음에 드는 구절을 만년필로 필사하는 작업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업무와 여러 가지 일들에 치여 책 읽는 것에 소홀했는데 M님의 제안 덕분에 저 역시 하루에 단 30분이라도 미뤄두었던 독서를 해낼 수 있게 됐죠. 그동안 읽고 싶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책장 속 장식품으로 전락했던 책들을 찾아 매일 아침 읽고 좋은 구절을 필사했습니다. 더 나아가 함께 시와 영어 문장까지 필사하기 시작했죠. 


M님 덕분에 필사의 매력에 사로잡힌 뒤로 저는 매일 독서 30분, 필사 30분 루틴이 생겨났습니다. 비록 새벽 시간 기상은 어렵지만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서 필사에 집중하고 있어요. 총 3개의 필사를 끝내면 정성스럽게 사진을 찍어 M님께 보내드립니다. M님의 애정 가득한 답장을 기다리면서요. 


M님과의 모임을 시작하면서, 저는 잃었던 생기를 되찾았습니다. M님이 저의 열정을 이해해 주시고, 함께 힘을 보태주시고, 응원을 보내주신 덕분이죠. 지난주부터는 M님과 함께 일본어 공부도 시작했습니다. 돌아오는 토요일까지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모두 외워 시험을 보기로 했는데요. 육아와 업무로 바쁜 일상 속에서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아니 고요한 새벽 시간을 활용해 저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 올 M님의 모습이 벌써 그려집니다. M님의 열정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저도 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모두 외워가야겠어요. 


언젠가 제 브런치 글을 읽어보실 M님께 전합니다. 


M님을 만나 저의 첫 글쓰기 모임은 실패가 아닌 발전으로 다시 새롭게 도약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저런 일들로 고뇌하고 좌절한 제가 다시금 일어서 저의 세계를 지키고, 

더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인생에서 가장 정신없는 이 시기에도, M님과 함께 할 시간은 무조건 비워놓을 정도로 

저는 당신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고, 소중합니다. 


다가오는 토요일에도 우리 더없이 서로에게 유익한 시간을 만들어 봐요. 

약속했던 히라가나도, 가타카나도 열심히 외워가겠습니다.


얼른 토요일이 오기를 빌어봐야겠네요. 


- 함께 글을 쓰고, 생각을 나누고, 취미를 공유하는 유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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