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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Mar 14. 2023

결혼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

상견례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나의 결혼 준비에 있어 가장 큰 산이라 생각했던 것은 단연 '상견례'였다. 집을 구하는 문제도, 웨딩홀을 예약하는 것도, 플래너를 결정하는 것도 모두 나름 수월하게 넘겼지만 유난히 상견례만큼은 걱정이 됐다. 


양가 어르신 모두 좋은 분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혹시라도 대화 과정에서 서로 이견이 발생하거나, 문제가 생겨 우리의 결혼이 진행되는 데 어려움이 따르지는 않을까라는 걱정이 밀려들었다. 또 옷은 무엇을 입고가야 하는지, 우리 부모님은 어떤 복장을 챙겨드려야 하는지 등등 고민해야 할 부분도 많았다. 


상견례 날짜는 점점 더 다가오고, 나는 초조해졌다. 부담과 걱정에 식욕은 서서히 줄어들었고, 덕분에 작을까봐 걱정했던 원피스도 무사히 입을 수 있었다. 새로운 신발을 사고, 모든 걸 완벽하게 준비하고, 부모님의 복장까지 더블 체크를 하고 나서야 상견례 자리에 나설 용기가 생겼다. 


사실 가장 떨렸던 것은 우리 부모님이셨을 텐데, 의외로 두 분은 침착하셨다. 다소 서로 어색한 부분이 있었지만, 아빠는 나름대로 대화를 잘 주도해나갔고, 긴장된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주었다. 엄마 역시 남자친구에 대한 칭찬 퍼레이드를 이어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조성에 일조했다. 나도 중간중간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며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상견례 자리가 성료되도록 힘을 보탰다. 

남자친구 부모님들께서도 이미 딸들을 결혼시켰던 경험이 있으셔서 별로 긴장하지 않으신 듯했다. 평소 궁금했던 부분에 대해서 질문하시고, 당신의 아들, 그러니까 우리 부모님에게는 사위인 나의 남자친구를 정말 아들처럼 살뜰히 잘 챙겨주셔서 감사하다고 연신 인사하셨다. 


긴장감은 점점 해소되고, 우리는 모두들 남긴다는 상견례 음식을, 거의 남김없이 먹을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비싸고 맛있는 것을 남길 수는 없다며, 부지런히 먹어야 한다는 우리 아빠의 이야기에 모두들 체면은 내려놓고 주어진 음식을 맛있게, 배불리 먹었다. 한 달 넘도록 다이어트를 하던 나도, 이날만큼은 갈비부터, 전복 버터구이, 잡채, 조기구이 등 내 입맛에 꼭 맞는 음식들을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챙겨간 소화제는 거의 쓸모가 없었고, 편안한 마음으로 한껏 부풀어 오른 배를 부여잡고 식당을 나올 수 있었다. 


엄마, 아빠는 어머님과 아버님의 좋은 인상에 크게 안도했다고 하셨다. 내게 잘 대해주실 것 같다고, 나를 잘 품어주실 것 같다고. 불안했던 마음을 많이 내려놓으신 듯, 한결 편안해진 부모님의 모습에 나 역시 마지막까지 놓지 못했던 실낱같은 불안함과 걱정을 완전히 덜어낼 수 있게 됐다. 


이젠 정말 그와 내가 잘 사는 일만 남았다. 갑자기 회사에서 발령이 나는 바람에 생전 처음 가보는 도시에서 삶을 꾸리게 됐지만, 우린 괜찮을 것이다. 서로에게 서로가 있으니까. 고달플 땐, 언제든 어깨를 내어주고, 넓은 품을 내어줄 수 있는 서로가 존재하니까.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그와 함께, 앞으로 닥칠 모든 역경과 시련을 넘고 넘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언젠가 귀여운 아이도 낳고, 더욱더 안정적으로 살아갈 보금자리도 마련하고, 때가 되면 아이들을 품에서 떠나보내고 둘만 남아 배낭 하나 들쳐메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그렇게 살고 싶다. 


누군가는 이제 갓 결혼을 앞둔 철없는 신부의 로망이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지금껏 그래왔듯, 나는 꼭 이뤄낼 것이다. 나의 꿈을, 목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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