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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Apr 25. 2023

극한의 다이어트로 몸은 가벼워졌지만

요즘 옷 입는 재미가 쏠쏠하다. 살이 많이 빠지면서, 너무 조여서 입지 못하던 옷들을 다시 입을 수 있게 됐다. 허리 라인이 그대로 드러나는 옷들도 과감하게 꺼낼 수 있게 된 요즘. 아직도 최소 20kg 이상 더 감량해야 되긴 하지만······.


갑자기 다이어트를 시작한 이유는 다름 아닌 '결혼' 때문이다. 무턱대고 먹어대는 탓에 어마어마하게 커진 비루한 몸으로 드레스를 입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 죽일 놈의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식욕억제제의 힘도 빌려봤지만, 불면증이라는 부작용 때문에 일주일 이상 복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하루에 한 끼, 혹은 이틀에 한 끼를 고수하면서 이를 악물고 살을 뺐다.

3월쯤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했는데, 현 시각 기준으로 총 14.5kg 감량에 성공했다. 그렇게나 좋아하던 콜라, 아이스티와 같은 액상 당류를 모두 끊어냈다. 자극적인 맛의 음식들도 모두 멀리했다. 특히 하루 걸러 하루 먹던 라면까지 완벽하게 일상에서 몰아냈다. 여전히 어디선가 풍겨오는 라면 냄새를 맡으면 괴로워 죽겠지만 말이다. 


더더욱 빠른 감량을 위해서 보행량도 대폭 늘렸다. 출근과 퇴근은 무조건 걸어서 한다. 그리고, 퇴근 이후 약속이 생기면 아무리 멀더라도 걸어간다. 약속 시간을 좀 늦추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발바닥에 물집이 잡힐 때까지 걷고 또 걷는다. 한 시간 반, 두 시간, 길 때는 두 시간 반씩도 거뜬하게 걸어 다닌다. 역시 몸은 정직하다. 식단 조절과 걷기 운동까지 병행하니, 그렇게도 견고하게 내 몸을 감싸고 있던 지방들이 내게 항복을 외치며 사라지고 있으니까. 


누구보다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겠다는 의지 하나로 시작된 극한의 다이어트. 두 달 만에 몸은 가벼워졌지만, 불안함을 더해졌다. 결혼을 하게 되면 준비할 것이 왜 이렇게 많은 건지. 아무리 리스트를 적고, 각양각색의 엑셀 파일로 해야할 일들을 정리하고 있지만 놓치는 것들이 더 많다. 스튜디오 촬영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어떤 식으로 컨셉을 잡고 촬영을 전개해 나가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물론, 작가님이 알아서 잘 리드해 주시겠지만, 그래도 자꾸만 불안함이 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다가 원하는 드레스를 입으려면 아직도 살을 한참이나 더 빼야 한다. 특히 '팔뚝'이 문제다. 확실히 허리 라인은 많이 들어갔지만, 팔뚝은 여전히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방 분해 주사나 약침 등 의학적인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깊게 고민하고 있다. 


고민에 고민이 더해지는 요즘. 우선 코앞으로 다가온 스튜디오 촬영부터 먼저 끝내야 걱정거리를 조금은 덜어낼 수 있을 듯하다. 살도 더 빼야 하고, 컨셉도 정해야 하고, 소품도 챙겨야 하는 등 준비할 것들은 많지만 부디 촬영이 하루빨리 마무리되어 나의 이 걱정 보따리의 무게가 줄어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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