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만 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이 가장 좋았다는 것을.
"너, 공부도 다 때가 있는 거야. 때를 놓치면 마음껏 할 수가 없단다."
우리 엄마는 종종 내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땐 그저 엄마의 잔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던 이 말이 지금은 왜 이렇게 와닿는 것일까.
요즘 나는 퇴근하고 독립출판 준비부터 일본어, 영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고 싶은 공부는 많고 공부해야만 하는 양도 상당한데 시간이 부족하다. 내게 주어진 건 평일 퇴근 후의 시간들과 주말뿐. 물론 새벽 시간을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밀려드는 각종 업무로 인해 쌓인 피로로 겨우 겨우 출근 준비 시간에 맞춰 눈을 뜨는 것이 현실이다. 언제나 미라클 모닝을 부르짖지만, 최근의 난 이와 거리가 멀다.
아무튼 나의 공부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퇴근 후와 주말.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야근을 하거나 약속이 잡히면 나만의 시간은 날아가 버리고 만다. 그럴 때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학생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돈도 벌면서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때는 그저 공부만 하면 됐으니까. 학교를 가서 공부를 하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점심을 먹고 다시 공부를 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학원에 들러 공부를 하고, 집에 와서는 산더미 같은 숙제를 하고.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제외하면 온전히 공부에만 내 모든 것을 할애할 수 있는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
나의 남동생은 나와 10살 차이가 나는 늦둥이다. 고로 아직 중학생이다. 매일 아침 교복을 입고 가방이 미어터질 듯 책을 넣고 집을 나서는 동생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공부가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는 모습마저도 부럽다. 너는 모르겠지, 그때가 제일 좋다는 사실을. 오로지 공부에만 힘을 쏟을 수 있는 시기가 가장 좋다는 것을.
신이 내게 '한 가지 선물을 주겠노라, 그러니 네가 원하는 것을 말해보라'라고 묻는다면 시간을 돌려 다시 학생이 되게 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가장 큰 가방을 사서 책이란 책은 다 넣어고 깨끗하게 다려진 빳빳한 교복을 입고 집을 나서고 싶다. 오로지 공부만 할 수 있는, 책에 파묻혀서 살수 있는 그곳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