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저녁, 엄마와의 통화는 내게 큰 위로가 된다.
내 인생은 단 한 번도 순탄하게 흘러간 적이 없다. 모든 순간이 고비의 연속이었다. 그 모든 고비를 기꺼이 함께 넘어준 사람은 우리 엄마였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우리 엄마는 하늘이 무너져도 나를 지지해 줄 유일한 내 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엄마에게는 무엇이든 거리낌 없이 털어놓을 수 있다.
엄마는 서울에서 340km 가까이 떨어진 경주에 살고 있기에 자주 보지는 못한다. 그래서 난 매일 저녁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매일 저녁 8시, 엄마의 퇴근 시간을 맞추어 연락을 하면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여보세요'라는 목소리만 들어도 그날 엄마의 컨디션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일주일에 2번쯤은 유달리 힘이 넘치는 목소리가 들려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난 혼자 안고 있었던 고민 보따리를 엄마에게 풀어낸다. 엄마는 잠자코 마치 랩처럼 폭풍같이 쏟아내는 고민들을 들어준다. 턱 끝까지 숨이 찰 만큼 쉼 없이 바쁘게 고민거리들을 털어놓고 나면 엄마는 속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하게 해결책을 내어준다.
가끔 특별한 해결책을 내려주지 못하는 날이면, 나의 상황에 나의 슬픔에 나의 아픔에 함께 공감해 준다. 그래서 비록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엄마의 진심이 가득 담긴, 나를 향한 마음이 가득 담긴 공감을 받고 나면 위기를 헤쳐나갈 용기와 힘이 생겨난다.
늘 내게 큰 힘이 되어주는 엄마도 점점 나이가 들어간다. 한 달에 한 번씩 볼 때마다 미묘하게 달라지는 엄마의 얼굴에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 물론, 내 눈에는 여전히 곱고 아름답지만. 무엇이든지 다 이겨낼 것만 같았던 우리 엄마도 흘러가는 세월에는 속수무책인 것을 보면 속상하기까지 하다.
이젠 엄마가 그러했듯,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점점 작아지는 엄마의 든든한 보호자가 되고 싶다. 때로는 엄마의 건강을 지켜주는 의사로, 때로는 엄마의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자로, 때로는 엄마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웃음치료사로, 때로는 엄마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는 요리사로 평생 동안 엄마의 곁을 지켜주고 싶다.
언제나 내게 무한한 사랑을 베풀어 주던 우리 엄마에게 이제 내가 그동안 받은 사랑을 되돌려줄 차례가 되었다. 오늘 저녁 통화에서는 엄마의 고민거리를 함께 나누며, 함께 슬퍼하고 기뻐하고 즐거워 하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통화를 끝맺을 때면 쑥스러워 볼이 붉어질 것이 뻔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사랑한다'는 말을 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