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신랑에게 편지를 건넸습니다.
작년에 코로나19에 감염되어 혹독하게 아팠던 이후로 나름대로 조심했는데, 결국 재감염이 됐다. 처음에는 근육통이 조금 있더니, 결국 누군가 내 목을 날카로운 칼로 짓이기는 느낌이 들었다. 반나절 후에는 열이 치솟으며 기침이 멎지 않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감염 소식에 당황함을 감출 수 없었다.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있는 여동생에게 옮기지 않으려면 호텔이라도 가야 할 판국이었다.
어찌할 바 모르고 그저 눈만 끔뻑이고 있는 나를 예비 신랑은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 정성껏 간호해 줬다. 감기 몸살 증상이 있긴 하지만, 분명 코로나 확진 상태는 아니었기에 감염 위험이 있음에도 기꺼이 나를 데려간 것이다. 그가 있는 천안으로 말이다. 예비 신랑의 집에서 나는 아주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미안할 정도로 말이다. 코로나에 위경련까지 겹쳐 최악의 상태였던 나를 위해 매 끼니 손수 밥을 지어줬다. 불고기부터, 김치볶음밥, 된장찌개 등...나의 입맛을 돋울 다채로운 음식들을 나를 위해 준비해 준 것이다.
본인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약을 먹으면서도, 아픈 나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맙고 미안했다. 나의 미세한 표정 하나에도, 기침 한 번에도, 코 훌쩍임 한 번에도 부리나케 달려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챙겨준 사람. 수시로 이마를 짚어가며 열을 재고, 약을 챙겨준 사람. 시종일관 세심하고 다정하게 살펴준 예비 신랑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이렇게 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나 출근하지 못했을 것이다.
출근을 하루 앞둔 어제,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편지를 쓰기로 했다. 심한 근육통 탓에 손가락에도 힘이 안 들어가서 쓰는 데 꽤나 고생했지만, 결국 예비 신랑을 향한 고마움을 무사히 모두 편지에 담아냈다.
편지를 받은 그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한 줄 한 줄 읽어가며 황홀함이 스치는 그의 얼굴을 영원히 기억 속에서 지울 수 없으리라.
나의 고마움이 편지를 타고 그에게로 가 닿았다면,
그래서 그가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졌다면,
편지 이벤트의 결과는 '대성공' 아니겠는가.
앞으로는 더더욱 자주 편지로 고마움을,
그를 향한 나의 마음을 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