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면 힘들 텐데
왜 괜찮은 척 버티죠
흔들리면 어때서
가지 같은 두 손 뻗어
낙엽들을 빼앗길까
움켜쥐고 애썼죠
비도 날카로운 햇살도
그대 우거진 사랑 아래 피했죠
꼿꼿이 선 채로 언제나 날 지켜주죠 미안하게
괜찮으니까 이젠 좀 흔들려요 흔들려도 돼요
무거운 잎들을 그냥 뭐 그냥 뭐 바람에게 줘버리면 돼
비가 내리만 함께 맞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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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치 - '받는 사랑이 주는 사랑에게'
내가 요즘 틈만 나면 듣고 있는 곡이다. 곡이 처음 나왔을 땐, 그저 '다비치의 음색과 곡의 멜로디가 잘 어우러져 듣기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이 곡을 다시 접하게 됐고, 나도 모르게 가사에 다시 살피게 됐다. 세상에나, 내가 예비 신랑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모두 녹여져 있지 않은가.
항상 내게 커다란 우산 같은 존재인 예비 신랑. 그 역시 분명 힘든 점이 많을텐데, 항상 괜찮다고만 말하는 점이 늘 마음에 걸렸다. 결혼 준비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찰 텐데, 갑작스럽게 연고지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일하게 된 것도, 또 이전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업무를 담당하게 된 것도 마냥 쉽지 않았을 텐데...그는 오히려 내가 더 힘들 것을 염려하고 배려하기 바빴다.
나 역시 경황이 없었고, 새로운 환경에 놓인 그를 제대로 살필 여력이 없었다. 항상 괜찮냐고 물을 때 그저 괜찮고 답하니 모든 것이 무사 무탈할 줄로만 알았다. 실제로 그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했던 것은 아니지만, 주말마다 결혼 준비 때문에 지방을 오고 가고, 핵심 관리자로서 이전보다 더 많은 휘하 직원들을 이끌어 가다 보니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힌 듯했다.
부쩍 피부 상태도 나빠지고, 안색도 어두워진 그. 잠이 부족해서 항상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힘들어 죽겠다고 하소연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은 그에게 자꾸 미안한 감정이 든다. 항상 본인보다 내가 우선인 그를 왜 나는 조금 더 세심하게 살펴주지 못했을까. 과분할 정도로 내게 헌신적인 사람인데, 나 역시 바쁘고 피곤하며 지친다는 이유로 더더욱 살뜰하게 챙겨주지 못했었다.
짙게 배인 피곤함을 내 앞에서는 어떻게든 드러내지 않으려 마른 세수를 하는 그. 항상 내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애쓰는 그에게 이 노래를 꼭 들려주고 싶다.
언제나 꼿꼿이 서 있지 않아도 된다고.
흔들리고 무너져도 괜찮다고.
당신 곁에는 내가 있고,
내가 당신을 따스히 안아주고 든든히 지탱해 줄 것이라고.
그러니 언제든 내게 기대도 된다고. 안겨도 된다고.
언제나 나는 당신의 안식처가 되겠다고.
지친 영혼이 잠시 아니 영원히 쉬어갈 수 있는
따스한 공간이 되어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