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밖을 나서는 순간, 한숨이 튀어나왔다. 얼굴을 뒤덮는 강한 열기. 무더위 속을 가로질러 나아갈 엄두가 나지 않아 다시 발걸음을 돌리려 했다. 에어컨이 있는, 선풍기가 있는 시원한 나의 집으로. 하지만 그렇게 돌아가면 분명 오늘 하루는 그 어떠한 생산적인 활동도 하지 못한 채 끝내리라는 것을 알기에 더위를 뚫고 나아가기로 했다.
자신의 과업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동생을 배웅해 주고 카페로 향하는 길. 새로 산 백팩 속에는 책이 가득 있었다.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잔뜩 챙겨 어느 카페에 자리 잡았다. 에어컨이 가장 시원하게 나오는 자리에 앉아 그렇게 세 시간을 꼼짝도 하지 않고 책을 읽었다. 음료가 모두 비워질 무렵이 되어서야 책을 덮었다.
책을 가방에 넣고 집으로 가는 대신 노트북을 열었다. 무엇이든 쓰고 싶어서. 어떤 글이든, 그게 무엇이든 빨리 써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키보드 위에 두 손을 얹었다. 소설을 써볼까, 에세이를 써볼까, 일기를 써볼까. 그 고민되는 마음을 이곳에 남긴다.
오늘은 그것이 무엇이든 꼭 쓰고 집에 돌아가야지. 도시의 열기가 모두 식고, 밤이 찾아올 때까지, 나의 이 글쓰기 욕망을 모두 풀어내고 발걸음을 돌려야지. 늦더라도 한 편이 글을, 아니 두 편의 글을 완성해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현관 문을 열어야지. 아주 경쾌한 손놀림으로 저녁상을 차려야지. 그리고 이불 위에 벌러덩 드러누워 혼자만의 토요일 밤을 누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