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주 5일의 임신 과정을 거쳐 출산을 한 후 가장 달라진 것은 소비 패턴이다. 취미 부자였던 난 각각의 활동들에 필요한 아이템을 참 많이도 샀었다. 지출의 80% 이상은 그 누구도 아닌 오직 나만을 위한 것이었다. 그랬던 내가 아이와 만난 후 완전히 달라졌다. 어쩌면 슬프게 들릴지도 모르겠으나, 어느새 내 소비 목록은 아이를 위한 것들로 채워졌다.
쇼핑몰에 가면 아이와 관련된 제품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간다. 배냇저고리, 배냇수트, 우주복, 유아차, 카시트, 침대 등 아이에게 필요한 제품들부터 살피게 된다. 정작 내가 필요한 게 생겨서 갔음에도 결국 쇼핑몰을 나오는 내 손에 들려있는 건 모두 아이를 위한 것들 뿐이다. 온라인 쇼핑도 마찬가지다. 핫딜, 라이브방송, 깜짝 세일 알림을 켜놓고 아이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하기 바쁘다.
돌아보니 나는 지금 겨우 옷 몇벌로 여름을 지나 새로운 계절 가을을 맞이했다. 여러 벌을 돌려입은 터라 여기저기 옷이 성한 곳도 없고 멀쩡한 외출복도 겨우 1~2벌에 불과하다. 예전에 나였더라면 있을 수도 없는 일일 터. 하지만 지금은 볼품없는 옷들을 마주하고 직접 입으면서도 새로운 옷을 사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질 않는다. 어차피 아이가 백일이 될 때까지는 외출도 쉽지 않을 테고 또 비싸고 좋은 옷을 사봤자 아이가 게워내거나 아이가 흘린 무언가가 묻으면 또 다시 너저분해질 것이 분명함을 알고 있으니까.
오늘도 아이가 수유 후에 아이가 잠든 틈을 타서 앱을 켠다. 아이를 위한 제품들을 탐색하기 위해서. 내 것이 아닌 아이의 것을 살피기 위해서.
내 욕심일지도 모르겠으나, 아이에겐 가능한 좋은 것들을 모두 해주고 싶다. 비록 아이가 몰라줄지언정 좋은 소재로 만들어진 옷을 사주고 싶고 발달에 도움이 되는 다채로운 장난감들을 선물해주고 싶다. 아마 나와 함께 부모가 된 남편도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짐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