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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Oct 21. 2021

내 생에 가장 가치있게 쓴 9만 원

이성혁 작가의「같이 시작하는 에세이」클래스 

퇴근 후, 글을 쓰는 재미에 푹 빠졌다. 독립출판을 준비하게 된 계기도 그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것이 재미있어서, 글을 쓰는 나를 보면 어린 아이처럼 즐겁고 행복해 보여서. 


지금의 나처럼 글 쓰는 것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졌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냥 글이 아닌 '에세이'를 즐겨 쓰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어졌다. 함께 마주 보며 앉아 에세이를 쓰고, 공들여 쓴 그것을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다 내가 팔로우까지 하며 눈 여겨 보고 있던 독립출판 작가님의 '스토리지북앤필름'이라는 유명 독립서점에서 에세이 클래스를 오픈하다는 소식을 접했다. 사실 처음에는 좀 망설여졌던 것이 사실이다. 


좋아하는 작가님의 수업이기도 하고, 내가 원하는 포맷이었지만 선뜻 신청할 수가 없었다. '두려움' 때문이었다. 일전에 세번의 글쓰기 워크샵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내 예상과는 달리, 그들과는 글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눌 수 없었다. 다들 글을 핑계로 자신의 직업, 재력을 과시하기 바빴고 심지어는 내게 도대체 독립출판을 왜 하는 것이냐고 물으며 내 속을 뒤집어 놓기도 했다. 

일련의 사태들을 겪으며, 나는 굳이 힘들게 번 내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이따위 클래스들을 듣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차였다. 짜증이 났고, 또 내 기분을 망칠까 봐, 끓어오르는 나의 글쓰기 열정이 되려 해당 클래스에 참여하여 차갑게 식어버릴까봐 많이 두려웠다. 

하지만 작가님을 믿고 용기내 보기로 했다. '같이 시작하는 에세이' 클래스의 진행자이자 리더인 성혁 작가님의 따뜻한 마음과 시선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난 9만 원이라는 수업료를 입금하고, 다른 크루들과 함께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2021년 9월 28일. 대망의 첫 클래스가 시작되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스토리지북앤필름 강남점 5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나 혼자뿐이었다. 두리번 거리며, 자리를 잡고 앉으니 투명한 유리 문이 열리며 작가님이 들어오셨다. 서로 인스타그램을 맞팔을 한 사이였지만 실제로 얼굴을 대면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작가님의 책을 이미 2번이나 읽은 상황이었기에 이것저것 묻고 싶은 것이 참 많았는데, 긴장한 탓에 가볍게 인사만 나누고 말았다. 작가님께서도 오프라인 수업은 처음이라 다소 긴장한 듯 보이셨다. 이윽고 차례차례 크루님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시며 클래스는 시작됐다. 

작가님이 처음 내어주신 첫 에세이 주제는 사실 좀 어려웠다.

'좋아한다는 말을 쓰지 않고 좋아하는 것에 대해 써볼 것'. 


애석하게도 난 그 누구보다도 좋아한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다. 어떤 문장을 써도 자꾸 좋아한다는 말을 쓰게 되어 첫 에세이 과제를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도 심기일전하여, 나름의 에세이 한 편을 완성했다. 스스로는 무척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크루님들은 후한 평가를 내려주셨다. 계속하여 나만의 에세이를 써나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셨다. 작가님도 어쩜 이런 표현을 쓸 수 있는 것이냐며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덕분에 2주 차부터는 글 쓰는 속도도 퀄리티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서 흥이 난건 처음이었다. 매주 화요일, 모두가 모여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그렇게 난 총 3편의 에세이를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 충실하게 쓴 나의 에세이.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나의 에세이.
이건 모두 함께 진심을 다해 격려하고 마음을 나누어 주셨던 성혁 작가님과 크루님들 덕분이다.


4주라는 시간이 짧게만 느껴졌던 수업.

9만 원이라는 수업료가 전혀 아깝지 않았던 

그래서 내 곁에 있는 힘껏 꽉 잡아두고 싶었던 수업. 
'같이 시작하는 에세이'

나는 첫 1기의 크루였고, 
이젠 2기를 모집한다고 한다. 

누군가 글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면 

누군가 진짜 나만의 에세이를 써보고자 한다면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다른 이와 나누고 싶다면 
이 클래스를 한 번 들어보면 어떨까. 

▶ 같이 시작하는 에세이 2기 신청은? @club_stor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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