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정세이스트 Oct 25. 2021

마흔이 되면, 경주로 돌아가 책방을 열어야지.

마흔이 되어 '유정서가'를 차리는 것이 오랜 꿈입니다.

죽어서도 가슴을 치며 후회할 일을 남겨두고 싶지 않다. 살아서도 이렇게나 후회할 짓을 많이 했는데 생을 마감하고 나서까지, 후회로 얼룩진 하루를 보내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마흔이 되면 오랫동안 간직해 왔던 나의 꿈을 이루고자 한다.     


내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리 답하겠다. 경주로 돌아가 나만의 책방을 여는 것이라고. 
 처음으로 이토록 무엇인가 열망한 것은 처음이다. 만약 책방을 차리지 못한다면 난 또 후회와 좌절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것이 분명하다. 생명이 다해 육신과 영혼이 분리되는 순간까지도 후회하고 또 후회할 것이다.      

친구가 내게 물었다. “유정아, 너 책이 좋아서 책방을 차리려고 하는 거니?”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물론 하루에 책 한 권쯤은 거뜬히 읽어내릴 정로도 애서가이긴 하다. 하지만 단순히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책방을 차리기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삶을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은 곳도 있겠지만, 내가 방문했던 거의 대부분의 책방의 주인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했으니까.

      

책을 팔아서 남는 돈이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는다고. 프리랜서로 잡지에 자신의 글을 기고하거나, 책과 관련된 수업을 개설하는 등의 부가적인 행위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그래야만 넉넉하지는 않아도 삶을 이어갈 수 있다고. 씁쓸한 표정으로 자신의 현재 상황을 털어놨으니까.      


책만 팔아 큰돈을 만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다 할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책방 주인이 되기를 열렬히 꿈꾸는 것일까.      


나의 강력한 열망의 끝은 ‘아이들’에 닿아있다. 난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 비해 충분히 문화적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책을 매개로 다가가 다양한 기회들을 주고 싶다. 월 1~2만 원 대의 저렴한 비용으로 아이들이 책을 활용한 글쓰기 교육을 받고, 또 아이들을 위한 따뜻한 책을 집필한 작가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며 아이들이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터전을 만들고 싶다.      


아이들의 교육에 좋은 책들을 힘이 닿는 데까지 많이 매입하여 책장 가득 꽂아두고 싶다. 누구나 언제든 나의 작은 책방에 들러 자유롭게 책을 꺼내어봤으면 좋겠다. 일주일에 1번은 독후감 나눔회를 열어 수시로 드나들며 읽었던 책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꺼내 보였으면 좋겠다. 대회가 아닌 ‘나눔회’이기 때문에 말을 더듬어도, 문장 하나를 완벽하게 말하지 못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편안하게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서 친구들에게 말해주면 된다.      


이렇게 운영했다간 분명 난 얼마 지나지 않아 파산하고 말 것이다. 명품 가방은 얼어 죽을, 에코백 하나도 마음껏 구매하지 못할 것이다. 나도 안다. 그래서 마흔에 시작하려는 것이다. 지금 난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돈벌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어떻게든 더 많은 연봉을 받으려고, 연봉 협상에 목숨을 건다. 지나치게 돈에 연연하는 모습에 오해를 산 적도 많다. 
 
 “넌 아직 20대인데, 왜 이렇게 돈 욕심이 많니? 죽을 때 그 돈 다 저승으로 싸서 갈 거니?”
 
 이런 오해를 받으면 기분이 나쁠 때도 많다. 하지만 최대한 개의치 않으려 노력한다. 왜냐고? 난 지금 사력을 다해 돈을 벌어 마흔이 되어 만날 책방의 꼬마 손님들을 위해 좋은 책들을 사들여야 하니까. 또 아이들이 편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하니까. 한참 배가 고플 나이의 아이들을 위해 맛있는 간식거리들을 사야 하니까.
 
 그래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돈을 벌었고, 벌 것이다. 나와 아이들이 꿈을 펼쳐갈 경주의 ‘유정 서가’를 위해. 꿈을 이루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을 마흔의 나를 위해. 힘들어도, 죽을 것 같아도 오늘도 회사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작가의 이전글 집에서 가까운 회사를 선택한 것은 신의 한 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