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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Nov 02. 2021

엄마가 브런치 작가에 합격하다

영원한 내 편, 우리 엄마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합니다.

▲ 엄마의 새로운 도전 '브런치 작가' https://brunch.co.kr/@09714bea36d7477


"유정아, 엄마도 브런치 작가 그거 할 수 있을까?"

일주일에 1~2편,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나를 보며 엄마가 물었다. 몇 년 전, 내가 블로그를 운영할 때는 크게 관심이 없던 엄마가 유독 브런치에는 애정을 표하셨다. 누구나 무턱대고 쓸 수 있는 것이 아닌, 자기소개와 작성 계획, 어느 정도의 필력을 인정받아 합격을 해야만 글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이었을까. 엄마는 나를 볼 때마다 브런치에 관련된 질문을 던지셨다.

엄마가 질문을 할 때마다 난 한결같이 작가 신청을 권유했다. 그러나 엄마는 망설이는듯 했다. 평생을 수학 강사로 살아왔던 자신이 과연 작가에 합격할 수 있겠냐고 재차 물으셨다. 그럴 때마다난 자신 있게 대답했다. "엄마라면 해낼 수 있다고. 진정성을 담은 엄마만의 이야기를 풀어낸다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고.

계속된 나의 설득에 엄마는 드디어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시기로 결심하셨다. 그리고는 내게 도움을 요청하셨다. 사실 평생을 자녀들을 양육하고 학원을 운영하며 글과 먼 거리를 유지했던 50대의 엄마에게 작가 신청이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은 사실이다.

300자에 맞춰 자기 소개를 해야 하고, 작업 계획까지 꼼꼼하게 작성해야만 한다. 또 브런치 작가 승인팀의 마음을 사로 잡을 글까지 준비해야만 한다. 이 모든 것을 엄마 혼자 하기에는 벅찰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내게 급히 SOS를 요청하셨고 난 이틀 동안, 퇴근 후에 노트북과 핸드폰을 붙잡고 엄마와 열띤 통화를 해가며 작가 신청을 도왔다. 

특히 우리는 목차 부분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엄마는 2년 전, 갱년기 탈출을 위해 새롭게 시작하게 된 다육이 이야기를 브런치에 담아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다육이를 메인 키워드로 잡고, 앞으로 작성할 글들의 순서를 구성했다. 이를 테면 이런식으로.

- 가슴 뛰었던 다육이와의 첫 만남

- 나만 몰랐던 다육이 키핑장의 세계
- 아파트에서 다육이를 키우면 벌어지는 일
-유튜브로 갓성비 다육이 구하는 법
-다육이를 키우는 데 꼭 필요한 것


머리가 지끈거릴 때까지 엄마와 상의한 후, 목차 뼈대를 잡고 승인 심사에 필요한 글 작성에 돌입했다. 엄마가 글을 쓰면 내가 교정을 봤다. 공들여 조금씩 다듬으니 그럴싸한 글이 완성되었고, 우린 떨리는 마음으로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로부터 이틀이 흘렀을까. 브런치팀으로 부터 합격 알림이 도착했다. 업무 시간 잠깐 짬을 내어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를 전했다. 2번을 도전했던 나와는 달리 단번에 합격을 거머쥔 엄마는 내색은 안 하려고 노력하지만 꽤나 신나보였다. 앞으로 어떤 글을 써내려갈지 더 고민해 봐야겠다며 황급히 전화를 끊으셨다.

오랜만에 생기가 넘쳐 보여서,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새로운 도전 앞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엄마가 멋있었다. 내게는 늘 최고고 멋있는 커리어 우먼인 엄마가, 그날따라 더더욱 대단해 보였다. 앞으로 엄마가 더 다양한 주제로 많은 글들을 써봤으면 좋겠다. 

내게 계획이 있다. 
엄마가 꾸준히 브런치에 올린 글들을 그러모아 
내가 설립한 '유정북스'라는 1인 출판사를 활용해 책을 만들어 세상에 선보이는 것이다.
이른바 '우리 엄마 작가 만들기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시시때때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브런치 글을 쓰라고 격려로 위장한 압박(?)을 가해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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