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리더기 크레마사운드업
회사 업무와 출간 작업의 병행으로
지쳐있던 나를 위해 구입한
'크레마사운드업'
최근 두달 간, 나는 몹시도 지쳐있다. 회사 업무와 독립출판 작업까지 병행하려니 수면 시간을 줄여야만 했다. 잠깐의 여유 시간도 없이 계속 내가 해내야 하는 일들에 파묻혀 지냈더니 스트레스가 치솟았다. 분명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임에도, 혼자서 원고 집필부터 디자인까지 하려니 무척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날로 예민해져 갔다. 말에는 가시가 돋치고, 쉽게 짜증을 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껏 예민해진 나를 달랠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오랫동안 살까 말까 고민만 하고 있던 E-Book 리더기 '크레마사운드업'을 질렀다. 인터넷 최저가 기준 약 11만 7000원.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내 기분을 좋아주게 하는 것이라면 그깟 11만 원이 대수겠는가.
역시 지름의 효과는 실로 놀라웠다. 오랫동안 갖고 싶어 했던 물건을 샀다는 그 희열감이 내 몸을 지배하고 있던 예민함을 삼켜 버렸다. 나는 다시 예전의 웃음을 되찾았다. 크레마사운드업 덕분에.
주문하고 정확하게 이틀 뒤, 크레마사운드업이 내 품에 안겼다. 빨리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에 황급히 박스를 뜯고 충전을 했다. 블로그에 찾아보니 양품 TEST를 해야 된다고 했지만, 난 할 수가 없었다. 테스트를 위해서는 배터리를 100%로 완충하고 8시간 동안 두며 잔량을 체크해야 하는데, 그 기나긴 시간을 도저히 기다릴 수가 없었다. (양품 테스트를 진행하지 않았지만, 다행히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을 보니 내 것은 정상 제품인 듯하다.)
크레마사운드업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교보문고나 밀리의서재, YES 24 북클럽과 같은 E-Book 정액제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았다. 나는 평소 yes24를 자주 사용하기에 큰 고민 없이 YES 24 북클럽을 선택했다. 월 5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신간부터 베스트셀러까지 마음껏 대여해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사실 나는 종이책 마니아였다. 종이책 특유의 질감과 냄새가 너무 좋아서, 주변 사람들이 모두 전자책을 읽을 때도 난 고집스럽게 종이책을 구매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책을 구매하는 비용이 너무 부담되기 시작했다. 거의 매일 한 권씩 책을 읽다 보니 한 달에 책값이 20만 원이 넘어가는 달도 부지기수였다. 단순히 돈 문제뿐만은 아니었다. 책을 둘 공간도 현저히 부족했다. 원룸에 있는 5단 책장은 이미 책으로 가득 차 있었고, 조금만 더 책을 꽂아두면 책장이 앞으로 쓰러질 위급 상황이었다.
결국 나는 종이책 비율을 30%로 줄이고 나머지는 E-Book으로 해결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설탕 액정이고, 반응 속도가 느리다는 여러 가지 단점이 있기도 하고 비용도 적지 않아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 한껏 예민해진 나를 달래고자 그간에 구매를 망설이게 했던 모든 단점을 까맣게 잊고 E-Book을 구매한 것이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한 달 생활비에서 책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눈에 띄게 줄었다. 원래 20만 원쯤 나와야 했던 도서비가 1/4으로 줄어들었다. 또, 독서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휴대성이 워낙 좋아 어딜 나가든 가방에 꼭 넣고 다녔더니 수시로 책을 읽게 되었다. 회사 점심시간과 출퇴근 시간에 짬짬이 읽었더니 하루 만에 2권을 완독하는 기염을 토해내기도 했다. 덕분에 꾸준히 기록했던 독서 리스트에 칸이 부족하기 시작했고, 결국 나는 엑셀로 매월 독서 기록을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언제나 양면이 있듯 크레마사운드업도 그러하다. 독서량이 늘고, 책 구매 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휴대성도 좋지만 여러 단점이 있다. 일단 액정이 굉장히 약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처럼 막 사용했다가는 금방 산산조각 나버릴 확률이 높다. 그럼 액정을 교체해 줘야 하는데, 수리 비용만 7만 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신제품 가격이 11~12만 원 선인데, 수리 비용이 7만 원에 달한다고 하니...차라리 새 제품을 사는 것이 훨씬 낫다고 한다.
또한 평소 성격이 급하다면 절대 사지 말라고 단언하고 싶다. 왜냐면 느려도 너무 느리기 때문이다. 버튼을 누르면 즉각 반응하는 스마트폰과는 다르다. 북클럽 아이콘을 누르면 약 3초쯤 후에 다음 화면으로 넘어간다. '에이 3초쯤이야...'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막상 겪어보면 정말 답답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크레마사운드업을 구입한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단점을 뛰어넘을 만큼의 장점이 분명히 있고, 무엇보다 나에게 힐링을 선사해 주는 존재이니까. 특히 잠들기 전, 불을 끄고 크레마사운드업으로 좋아하는 소설, 에세이를 읽고 있노라면 잠시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책 속의 세계에서 푹 빠져들 수 있으니까. 오늘도 바쁜 업무와 개인적인 활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시원하게 샤워한 뒤, 잽싸게 불을 끄고 이불 속에 들어가 크레마사운드업으로 책을 읽을 생각을 하니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