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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Feb 07. 2022

제로웨이스트,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작년부터, 어떤 유튜브를 보고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관심을 조금씩 갖게 되었다. 일회용품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삶은 실로 엄청나게 불편해 보였지만, 그래도 조금만 노력하고 주의를 기울인다면 하지 못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나는 설거지가 귀찮아서 집에서도 일회용 젓가락과 숟가락은 물론, 종이컵까지 사용하던 사람이었다. 비닐봉지는 어쩜 그리도 좋아했던 것인지. 굳이 비닐봉지에 담을 필요가 없는 음식이나 물건들에도 아무런 죄 의식 없이 비닐 봉지를 씌우기 바빴다.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천연 망과 파우치를 사용하고 카페에 갈 때면 텀블러를 항상 휴대하고, 천연 수세미와 비누를 통해 설거지를 하는 유튜버들을 보고 조금씩 천천히 제로웨이스트의 삶을 실천해 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밀폐가 잘되지 않는 텀블러를 들고나갔다가 가방이 음료로 몽땅 젖어버린 적도 있었고, 중요한 서류가 커피로 물들어 버리기도 했다. 낭패였다. 또 천연 망에 귤을 넣어갔다가, 초만원 버스 안에서 이리저리 부딪히고 구르는 바람에 그만 옆구리가 터져서 에코백 중앙이 귤색으로 물들어 버리기도 했다. 다행히 빨래를 통해 모두 깨끗하게 지워냈지만, 아끼던 에코백이라 속이 쓰렸다.


하지만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이제는 밀폐력이 상당한 텀블러를 찾아냈고, 더는 가방을 커피나 음료로 물들이지 않게 되었다. 귤이나 포도처럼 터질 우려가 있는 과일들은 집 찬장을 장악하고 있는 밀폐용기에 넣어 다니고, 집에서도 일회용품을 더는 쓰지 않기로 했다.


설거지가 번거롭더라도 일회용품은 완벽하게 배제하고,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것도 자제하고 있다. 배달을 한 번 시키면 정말 어마어마한 일회용기들을 사용하게 되니까.


오래전에 국밥을 한 번 주문한 적이 있었는데, 밥이며 깍두기며, 부추, 새우젓, 쌈장, 야채, 국밥 모두 일회용기만 담아오다 보니 분명 1인분이었지만 무려 6개의 일회용기가 나왔다. 또 이미 국물로 물들어 버린 그릇은 아무리 씻고 헹구어 내도 지워지지 않아 재활용도 불가능했다. 그때부터 국밥이 먹고 싶으면, 차라리 직접 가서 사 먹자고 생각했고 더는 배달을 시키지 않았더랬다.


다른 이들의 견해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제로웨이스트는 내가 조금만 더 부지런히 움직이면 가능한 듯하다. 설거지가 귀찮더라도 일회용품은 사용하지 않고, 카페에 갈 때는 텀블러를 챙겨가고, 미세 플라스틱이 나오는 기존의 수세미 대신, 천연 수세미를 사용하는 것. 배달을 시키는 것보다는 가까운 거리라면 직접 용기를 들고 찾아가는 것. 분명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지만 조금만 부지런을 떤다면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나도 아직 완벽한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영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말은 거창하게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최근 독립출판물을 출간하게 되면서, 책의 마모와 손상을 막기 위해 랩핑을 진행했다. 비용도 상당했지만, 그것보다는 환경 오염이 심히 걱정되었다. 무려 500권을 비닐로 꽁꽁 싸면서, 마음이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더라. 하지만 오랫동안 책을 깨끗한 상태로 판매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책은 종이 포장을 한다거나 무언가 다른 대체 방안을 찾아보고 싶다. 분명 무슨 방법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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