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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Feb 14. 2022

네이버에 내 이름을 검색하면.

'엄마, 서울은 왜 이래?' 작가 한유정

스마트폰이 생기고 나서부터 가끔 시간이 날 때마다 내 이름 석자를 네이버에 검색해 봤었다. 나와 동명이인인 유명인사에는 누가 있을까 궁금했으니까. 아주 오랫동안 '한유정'이라는 내 이름을 검색하면 유명한 미술 감독이 최상단에 노출됐다. 누가 봐도 화려한 스펙과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 한유정이라는 이름으로 저렇게나 멋진 인생을 살고 있는 그녀가 질투도 나고, 존경스럽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언젠가 '한유정'으로 검색했을 때, 나도 미술감독 한유정처럼 화려하게 노출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가능성의 희박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누구나 꿈꿔볼 수는 있는 일 아닌가.

 


그렇게 7년이 흐른 오늘, 드디어 나의 소원이 이루어졌다. 미술감독 한유정처럼 화려하게는 아니지만, 내 이름을 검색하면 그녀의 밑에 '같은 이름, 다른 인물'이라는 탭에 노출되고 있다. 심지어 '한유정 작가'라고 곧바로 검색하면 최상단에 내 얼굴과 sns 계정이 보인다.

오늘 아침 네이버 측에서 '한유정님께서 요청한 인물 정보 건에 대해 정상적으로 승인이 되었습니다.'라는 메일을 받자마자, 환호성을 질렀다.  남들에게는 별것도 아닐 수도 있지만, 내겐 무척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니까. 


모처럼 고향에 내려와 있는 터라, 검색 반영이 되자마자 엄마한테 자랑을 했다. 좀 유난스러워도 어쩔 수 없었다. 7년 전부터 꿈꿔왔던 일이었고, 그 일이 실제로 이뤄졌으니 꼭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엄마는 크게 반응이 없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한참 동안 웃으며 좋아했다. 마치 7살 먹은 어린아이처럼.
 

내친김에 출판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던 최측근과 동료들에게도 카톡을 보내서 소식을 전했다. 다들 "이제 유명 인사가 되어버렸군요!"라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축하 인사를 건네왔다. 참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오늘만 스무 번이 넘게 내 이름을 검색했다. 믿기지 않아서. 설레서. 놀라서. 행복해서. 기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도서 탭에 책이 겨우 한 권밖에 등록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3월 초에도 책 한 권이 더 나올 테고, 5월에도 엄마와 함께 공동으로 집필한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또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계속 부지런히 책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니, 지금은 황량한 도서 탭도 앞으로는 다채로운 책들로 메워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일과 책 작업을 병행하며 체력적으로 지쳐가는 나. 점점 다크서클이 진해지고, 쉽게 피로해지는 나를 보고 엄마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오늘도 거실 한복판에 대자로 뻗어있는 나를 보고 크게 염려했다. 부디 쉬엄쉬엄하라고. 쉬어야 한다고. 잠시 멈출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라고.

"알겠다. 그렇게 할게"라고 대답은 했지만, 난 결국 엄마 말을 듣지 않았다. 푹 쉬라는 엄마의 조언을 뒤로하고, 오늘도 다시 새로운 작품을 위해 노트북 앞에 앉았다. 이번에 작업 중인 책은 엄마와 함께 만들어 나가는 책이라 더 마음이 쓰인다.

오롯이 나 혼자만 작업하는 책보다 훨씬 더 애정이 많이 가고 신경이 쓰인다. 잘 하고 싶다. 잘 만들고 싶다. 많은 사랑을 받고 싶다. 수많은 이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 과한 욕심인 것은 알지만, 그래도 바라본다. 엄마와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는 웃음을, 존경을, 공감을, 격려를 받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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