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정세이스트 Feb 11. 2022

'일희일비' 그게 나쁜 건 아니니까

일희일비 
一喜一悲

기쁨과 슬픔이 번갈아 일어남.
 한편으로는 기쁘고 한편으로는 슬픔.



요즘 내 상태를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일희일비'라 할 수 있겠다. 하루에도 수 백번씩 기뻤다가 슬펐다가를 반복한다. 원래도 일희일비가 심한 편이긴 했지만,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하고부터, 더 심해졌다. 가끔은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2월에 접어들며 난 완전히 방전 상태가 됐다. 출간 이후, 계속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달려왔다. 책 판매량과 독자들의 반응에 울고 웃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분들에게 책을 알리고자,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홍보 방안을 마련했고 실행에 옮겼다. 다양한 채널을 개설했고, 운영했으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갔다. 

덕분에 책은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정작 나는 지쳐갔다. 매일이 피곤했고 지쳤다. 다크서클은 점점 진해졌다. 고가의 컨실러로 아무리 가려봐도, 잠시뿐이었다. 오후가 되면 다크서클이 컨실러를 뚫고 존재감을 드러냈다. 신경도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정말 별일이 아닌데, 이럴 일이 아닌데 '욱'하고 분노가 치밀었다. 누군가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에도 짜증이 나고, 예민하게 받아쳤다. 예민함이 정도를 지나치게 되니, 조금만 내게 쓴소리를 하는 사람이 생겨도 싸우자는 기세로 달려들었다. 듣도 보도 못한 나의 예민함에 아마 주변 사람들이 많이 괴로웠을 것이다. 

그러다가 누가 좋은 말을 해주거나, 책 판매고가 올라가거나, 베스트 아이콘이 붙는 날이면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공들여 만든 내 책의 가치를 누군가 알아준다고 생각하니 그게 왜 그렇게 좋은 것인지. 또 생각보다 수익이 오르기 시작하고, 그 돈으로 내가 해보고 싶었던 다른 일들을 서서히 하게 되니 더더욱 기쁠 수밖에 없었다.

예민하고, 짜증이 솟구치다가도 책과 관련된 좋은 이슈가 터지면 또 행복해 하고. 누군가 내게 따뜻한 마음과 손길을 건네면 입이 찢어지라 웃고. 살면서 요즘처럼 일희일비하는 나날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나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인간은 그 누구도 하루 종일 기쁘고 즐거울 수는 없으니까. 또 반대로 온종일 슬프고 우울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2월에 접어들 무렵, 두 번째 독립출판물 초고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 책은 엄마와 함께 쓰기로 해서, 전작보다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더 잘 쓰고, 만들고 싶은 욕심에 적잖이 부담도 되고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래도 즐겁다. 또, 분명 만들어 놓으면 설령 잘 팔리지 않더라도 엄마와의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 더더욱 의미가 깊다. 

엄마는 원고 작업에 걱정이 많다. 매일 통화를 할 때마다 "내가 정말 책을 쓸 수 있을까?"라며 걱정을 한다. 또 어느 날은 "그래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라며 웃는다. 엄마도 나처럼 일희일비를 하는듯하다. 걱정과 뿌듯함, 두려움과 즐거움을 반복하는 엄마에게 오늘도 이렇게 말한다. "엄마는 분명히 잘 할 수 있다!"라고. 

엄마와 내가 수천 번쯤 일희일비를 하고 나면 우리의 책은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3개월로 목표를 잡았으나, 또 모녀가 숱하게 일희일비 하는 과정을 겪다 보면 더 늦어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늦어지더라도 분명한 것은 우리는 꼭 책을 낸다는 것. 독립서점에 우리가 함께 써 내려간 책을 반드시 입고한다는 것.

작가의 이전글 경주시 도서관에 책이 입고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