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정세이스트 Feb 10. 2022

경주시 도서관에 책이 입고되다


반 년전까지만 해도, 내게 이런 행운이 일어날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다. 힘겨운 서울살이를 어떻게든 이겨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남겼던 기록들이 책으로 완성되고 이것이 경주시 전역의 공공 도서관에 입고되리라는 것을.

어린 시절, 엄마와 여동생의 손을 잡고 부지런히 오고갔던 경주시 도서관에 내 책이 입고되었다. 1월 중순쯤, '입고를 요청합니다'라는 도서관 주무관님의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책을 포장해 택배로 보냈다. 그 뒤로는 사실 정상적으로 입고가 되어 일반 시민들에게 대출이 되고 있는지 확인할 생각을 못 했다. 워낙 바쁘기도 했고, 북페어 참가 이후 완전히 에너지가 고갈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은 흘렀고, 오늘에서야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주시립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컴퓨터에 뭐가 문제가 있었던 건지, 자료 검색을 해도 자꾸 내 책이 보이지 않길래 '신착자료검색' 탭에 들어가 봤다. 대략적으로 내가 택배를 보냈던 시점을 기준으로 검색을 해보니, 익숙한 책이 보였다. 

'엄마, 서울은 왜 이래?'라는 책 제목에다가 '경주 촌사람의 험난한 서울살이 기록'이라는 부제까지 떡 하니 보이니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재빠르게 캡처를 해서 인스타에 올리며, 이젠 경주시립도서관에서도 책을 빌려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사실 간간이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 책을 너무 읽어보고 싶은데, 책값이 부담된다는 것. 특히 경주에 있는 막내 남동생 또래의 고등학생들에게서 더더욱 이런 이야기가 자주 들려왔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책을 주고 싶었다. 정말 간절히 읽어보기를 원하는 학생들에게는 그냥 주기도 했다. 하지만 책도 분명히 자산이고, 1쇄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매번 무료로 주기란 사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부담이 됐다. 

그런데 이제 그 친구들에게 "경주시 도서관에 가서 빌려볼 수 있어."라고 말해줄 수 있으니 얼마나 기쁜가. 책 값이 부담된다면, 얼마든지 경주시 전역에 있는 공공도서관에서 빌려볼 수 있다고 자신있게 알려줄 수 있다. 사실 처음에는 경주 황성공원에 있는 메인 도서관에만 입고가 되는 줄로만 알았는데, 알아보니 행정 구역상으로는 경주에 포함되지만 도심에서 거의 40분은 넘게 가야 하는 감포읍 도서관서도 대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 역시 기뻤다. 감포읍에 사는 학생들은 굳이 차 타고 멀리 경주 도심까지 나오지 않아도 동네 공공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볼 수 있을 테니까. 

생에 첫 독립출판물 '엄마, 서울은 왜 이래?'를 출간한 지 오늘로 한 달하고 일주일이 흘렀다. 초반의 속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책은 부지런히 팔리고 있고 곳곳에서 후기를 담은 메시지가 도착하고 있다. 책을 꼼꼼하게 읽고 보내주시는 정성스러운 후기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아두고 있다. 언젠가 독자님들이 남겨주신 정성스러운 후기들을 모으고 모아 100개가 되는 날, 나름의 축하 파티를 열어봐야지.

작가의 이전글 2인 가구의 요리사가 되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