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정세이스트 Mar 07. 2022

엄마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합니다.

엄마의 눈빛이 유난히 반짝일 때가 있다. 자신이 원하고, 흥미있는 일을 할 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엄마는 다육이라는 식물을 돌볼 때, 깜짝 놀랄 정도로 눈빛이 반짝였다. 그리고 자주 웃었다. 항상 일에 얽매여 있던 엄마가 오십이 넘어 새로운 취미 생활이 생겼을 때,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 엄마의 눈에 생기가 가득했으니까. 열정을 불태우는 것이 눈에 보였으니까.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힘이 닿는 데까지 엄마의 취미 생활을 응원하고 지지했다. 경주로 내려갈 때마다, 다육이를 사주기도 했고 용돈을 드려 원하시는 다육이를 살 수 있게 해드리기도 했다. 엄마는 "이렇게 자꾸 안 사줘도 된다."고 늘 말했지만, 난 그게 삶의 즐거움이었다.

그렇게 엄마가 다육이를 키우기 시작한 지도 어연 2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그 사이, 엄마는 수백 개의 다육이를 키우게 되었고, 이젠 정말 이른바 '다육이 master'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실력도 수준급이다. 다육이 일부를 잘라 이식하기도 하고, 다른 분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하니까.

그러다 이제는 아예 다육이를 심는 화분을 직접 제작하기로 하셨단다. 다육이 화분 제작을 위해서는 도예 재료가 필요했다. 난 처음부터 수업을 들어볼 것을 권했으나, 엄마는 유튜브로 일단 공부해 보겠다고 했다. 예전부터 손재주가 좋았던 엄마는 역시나 유튜브만 보고서도 멋진 화분들을 만들어 냈다. 점점 도예 작업에 흥미를 붙여가는 엄마를 위해 내가 물감과 흙 그리고 각종 도구들을 사주었다. 택배가 도착하고 엄마가 아이처럼 좋아하며 사진을 찍어 내게 잘 쓰겠다고 말했을 때, 어쩐지 가슴이 뭉클했다. 엄마의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을 내가 함께 하고 있는 것만 같아서.

엄마는 집에서도 곧잘 필요한 화분들을 잘 만들었다. 어떻게 그렇게 잘 만드는지. 아무리 손재주가 좋다고 해도 디자인 감각까지 있을 줄은 몰랐다. 점점 높아지는 실력에 난 다시 한번 도예 공방에 가서 전문적으로 배워볼 것을 권했고, 엄마 역시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며 나의 제안을 수락했다.


▲엄마와 상담을 받으러 갔던 경주 고도도예


결국 어제 우린 함께 경주에 유명한 도예 공방으로 상담을 받으러 갔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걸어들어가니 멋스러운 도예 공방이 있었다. 조심스럽게  발짝 내디디며 안으로 들어가니 어떤 여자분께서 우릴 반겨주셨다. 선생님이신듯 했다. 왠지 쭈뼛거리며 말을  하고 있는 엄마를 대신해 내가 입을 뗐다.


"안녕하세요. 혹시 도예 취미반 운영도 따로 하시나요? 저희 어머니께서 도예를 배워보고 싶어 하셔서요. 다육이 화분을 만드시려고 하는데, 혹시 수업 진행이 가능하신가요? 자세한 상담을 좀 받아보고 싶어요."


우리가 그곳에 간 목적을 정확하게 밝히자, 선생님께서는 반가워하시며 관련 내용을 안내해 주셨다. 도예 공방을 둘러보고, 프로그램에 대한 안내를 받는 엄마는 점점 더 표정이 밝아졌고 이윽고 눈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앞으로 더 고퀄리티의 화분을 만들 수 있어 설레는 마음이 딸인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생각보다 수강 비용은 저렴했고, 프로그램 구성도 꽤나 괜찮았다. 손재주 좋은 엄마는 몇 개월만 수강하면 금방 수준급의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니 그런 확신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난 엄마에게 빠른 시일 내에 수강을 시작할 것을 권했다. 엄마 역시 고개를 끄덕였고, 놀라운 의지를 보였다. 첫 달 수강료를 내가 지원하겠다고 하니 "네가 무슨 돈이 있어서~?"라고 하길래, "엄마 지원해 줄 정도는 있다."라고 응수했다.

엄마의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나를 즐겁게 한다. 설레게 한다. 기쁘게 한다. 그동안은 엄마가 나를 지원해 줬으니 이젠 내 차례다. 엄마가 도자기까지 마스터하고, 또다시 새로운 취미를 찾아 나설 때도 난 그 여정을 함께할 생각이다. 늘 그래왔듯이.

큰딸은 엄마의 새로운 도전을
힘껏 응원하겠습니다.

엄마, 도전을 멈추지 마세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니까요.

엄마에게 주어진 단 한 번 뿐인 인생,
가족이 아닌 오직 '자신'을 위해 쓰세요!

지금껏 가족을 위해 헌신했다면
지금부터라도 '엄마'를 위해서
모든 순간을 보내시기를!


작가의 이전글 서울에서 길치로 사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