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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Mar 09. 2022

무거운 마음으로 투표는 했지만

2022.03.09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제 20대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뽑는 날. 



드디어 선거날 아침이 밝았다. 사전 투표를 하지 못한 탓에 반드시 오늘 투표권을 행사해야만 했다. 다른 이들과 달리 아침에 출근을 해야되서, 평소보다 한 시간가량 일찍 일어났다. 이부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잠시 벽에 기대어 앉아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다시 한 번 훑어보았다. 아무리 살펴봐도 사실 마음에 드는 공약이 없었다. 어쩐지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마음이 무거웠다. 도대체 누굴 뽑아야 할 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뚜렷하게 나의 한표를 선사하고 싶은 후보가 없었다. 이전의 선거들과 달리. 


자꾸만 무거워지는 마음을 외면한 채, 가까스로 출근 준비를 마쳤다. 기분 전환을 위해 좋아하는 향수를 가득 뿌리고 집을 나섰다. 거리는 한산했다. 아마 공휴일이니 모두 한껏 잠에 취해 있겠지. 평소와 달리 나의 구두 소리로만 가득한 골목을 지나 투표장에 도착했다. 투표장 역시 한산했다. 이른 아침부터 부리나케 선거장을 찾은 내가 민망할 정도로. 

이런 저런 확인 절차를 거친 뒤, 후보들의 이름이 순차적으로 명시된 투표 용지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기표소로 들어갔다. 열명이 넘는 후보들의 이름을 살펴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다른 이들은 입장하자마자 거의 2~3초만에 찍고 퇴장하던데, 난 점찍어둔 후보가 없었기에 그게 불가능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겨우 한 후보를 골라서 있는 힘껏 도장을 찍었다. 부디 해당 후보자가 내가 고심 끝에 던진 소중한 한 표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길 간절히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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