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11. 배우인 '나'를 경영할 때는 '앤디 워홀'처럼 할 거니까
"지우야,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하는 게 낮지 않을까.
너는 솔직히 '배우'에 집중하고 싶은 거지.
모델링은 그냥 버티려고 하는 거 같아."
2025.03.15
나는 한국 방송사 3사 중 한 곳에서 최종면접을 보았고,
시원하게 떨어졌다. 벌써 이번 달만, 최종면접 가서 떨어진 것만 3번째다.
2-3월 동안 어떻게든
그동안 내가 갈고닦아온 vfx 기술들을 활용한
직종에 일을 구해 일을 1년 이상 지속하며,
배우 공부를 이어가는 게 나의 목표였는데,
생각보다 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나이는 29살.
만으로는 27살.
나는 20대가 되어
아르바이트 8년을 해오면서,
그리고 또
사회 생활을 하면서
자주 들었던
나이도 많은데, 왜 여기서...
라는 얘기를 밥 먹듯이 들어왔다.
이게 당연한 건,
나는 그놈의 '의사', '응급외상전문임상의'가 되겠다고
4번이나 수능을 치렀으니 뭐.
당연히 20대 초반은 나에게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의 모습은
그리고 나의 청춘의 시작은 20대 중반이었다.
그러니, 남들보다 당연히 뒤처질 수밖에...
그럼에도 그런 말들에 쉽게 휩쓸리는 '성격'또한 아니었기 때문에,
'나'의 길은 느리게 흘러가는 지점에 있다고 생각하고,
꿋꿋이
나의 패턴대로 버텨갔던 거 같다.
근데, 2025년 3월 15일에도
면접에서 늘 듣던 말을
또 한 번 듣게 된다.
'굉장히 기술도 좋으시고, 역량도 좋으신데,
여기에 지원하시기엔 좀 과분하지 않으세요?'
'선임들이 나이가 00년생, 01년생 이러신데,
그래도 괜찮으세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해도
계속 듣고 대답하고,
떨어지고,
서류만 100개 넘게 넣고 떨어지니
나 괜한 거 그동안 공부해 가지고
애매한 위치로 만든 거 같은데..
2022년부터 내가 방향을 잘못 잡긴 한 건가.
나는 괜히 '모델링'
'VFX'를 공부했나.
그냥 그때부터 '배우' 공부할 걸 그랬나.
뭐 하는 짓이지.
나 이제 나이도 적은 거도 아닌데...
울지 마, 지우야.
늘 독설로 정신교육을 시키던 어머니조차도
'나'에게 울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시면서
내가 남들보다 뒤처진 건 맞지만,
그 세월을 결코 놀면서 보내지 않았다는 거도
아주 잘 아시는 '엄마' , '어머니' 셨기에
아마, 위로하면서도
안쓰럽게 보셨던 것이고,
나에게 배우와 vfx 아티스트 두 갈래 중
솔직하게 하나만 선택하는 게 낮지 않겠냐고 질문하신 것이다.
제목의 가치관에 대한 나의 굳건함
3년 전, 나는 내 '전 남자 친구', 나의 8년 친구 '준오' 그리고 '나연'이에게 늘 해왔던 말.
그 똑같은 말로 엄마의 걱정 어린 질문에 답변했다.
"엄마, 엄마도 어렸을 때부터
나는 예체능에 더 재능이 있고,
예체능 기질 있는 사람이란 거 알았잖아.
그래서 더 공부로 유도했던 거고.
하긴...
기깔나게 성실하긴 했으니까.
근데,
그런 거 알면서도
'예체능'으로 가면 불확실함의 연속이기에,
'경제적'으로도 많이 힘들 수 있다는 거도
알았거든.
그래도 돌고 돌아 나는
'연기'가 너무 좋고
'영화'가 좋고
'배우'가 되고 싶었던 거는 매년 변함없었는데...
또, '연기' 뿐이야.
심지어, '그림' 그리는 거도 좋아해 가지고,
일러스트로 시작하다가 vfx까지 온 거잖아.
솔직히, 말해
나는 '연기'만 딥하게 파고 싶어.
근데, 이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인간으로서
'연기'만 파고, 아무것도 안 한다는 거는
'나'에 대한 책임감 회피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믿는 사람들 발등에 도끼 찍는 거라 생각해.
그렇게 해서
오랜 시간 고민하고 찾은 끝에 도달한 나의 답은
예술을 대할 때는 '반 고흐'처럼
예술인인 '나'를 경영할 때는 '앤디 워홀'처럼 하기 위해.
내가 지금 시작한 이 '연기' 공부가
힘들더라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해 볼 거고,
그리고 이왕에 하는 거 최선을 다 해 볼 거고.
vfx 3년 동안 만든 3개 포폴 다 엎었을 때,
그만하고 싶었지만
이거 또한, 내가 결과 없어도
3년 동안 밤 새 가면서
몸에 종양 생겨가면서 한 거...
어떻게 보면 내 '능력'이잖아.
'재능'은 아니더라도.
그래서 한편으로는 최대치까지 키워보고 기술로 갖고 있는 거도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어쩔 수 없어 엄마
나는 연기 공부, vfx 커리어, 언어 공부
이 세 가지는 안고 가야 할 거 같다는 판단에 이르렀어.
그래야, '나'를 경영할 힘이 생기니까.
나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얘기를 하는 '나'를 보고 '어머니'가 해주신 말씀은
엄마가 진작에 연기 공부를 못 시켜줘서 미안해.
그리고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대로 가면 절대 다 안 된다.
3월 중반을 기점으로 '계획'이라던지,
그러니까 어차피 직장에 들어가도 '불확실함'은 늘 안고 살 건데,
이왕에 '불확실함'이 너무나 가득한 지금 이 상황 속에서
내가 확실히 챙길 것들을 명확하게 사수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힘'이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달까.
예술을 '반 고흐'처럼 대하겠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라고 독자들은 궁금증이 생겼을 것이다.
그리고, 독자들 중 '미술'을 전공하신 분들이라면
무슨 얘기인 지 확 와닿으셨을 수 있다.
나는 '미술사'를 전문으로 공부한 사람은 절대 아니지만,
'미술'은 내가 하지 말래도 하는 영역이기에
관심이 굉장히 많았고, 책으로 읽은 얕은 지식들 속 얻은 철학 중 하나이다.
책 '반고흐의 영혼의 편지들'을 읽어보면,
'반 고흐'는 동생 '테오'를 사랑했으며
그만큼 자신의 '예술'에 대한 철학이 뚜렷했고,
고집스럽게 사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평생 외로웠다.
그야말로, 평생 죽어라 사랑하고, 즐겼어도
표현했어도
동생 '테오' 이외의 많은 사람들은
'그'를 미치광이 화가 및 괴짜로 무시했었다.
그는 훗날 아주 먼 세월이 흘러서야
미술사에 빠지면 안 되는 인물로서 자리하게 된다.
책 속, 내용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될 수 있으면 많이 감탄해라!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감탄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산책을 자주 하고 자연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예술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이다.
화가는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여, 평범한 사람들이 자연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사람이다.
화가들 중에는 좋지 않은 일은 결코 하지 않고,
나쁜 일은 결코 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범한 사람들 중에도 좋은 일만 하는 사람이 있듯.
(출처: '반 고흐 , 영혼의 편지', 신성림 옮기고 엮음, 2017, 위즈덤하우스, 13쪽)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노트' , 유선경 지음_ 중)
이 부분만 봐도
반 고흐에게 '예술' 그리고 '자연'은 그에게
크나큰 행복을 주는 요소였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가난하고, 인정도 못 받고,
외롭고,
그래도 좋아하는 일은 해야겠다는 신념은 강하고.
그런 상황 속에서도 그 사랑하는 '신념'이 너무 소중했기에
그는 그렇게 살아갔던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그가 '버틴' 게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갔다고 생각한다.
예술인인 '나'를 '앤디 워홀'처럼 경영한다는 건 무슨 뜻입니까?
'나'는 사실 세기의 화가들 중 '장 미셸 바스키아'를 가장 좋아한다.
그의 색감과 아이디어
독창성이
나에겐 너무나 재밌고, 표현략에 대한 다양한 자극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술사를 아는 사람들은 알지만,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건,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과
'장 미셸 바스키아'는 떼어놓을 수 없는
친구이자 형제였다는 것이다.
내가
'장 미셸 바스키아'를 동경하면서도
'앤디 워홀'의 경영 마인드를 따라가려는 것은
그의 아래 그림 기법에서부터였다.
미술사에 대한 '전문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니
혹시, 나의 내용에 보충해야 하거나
문제가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길 바란다.
(왜냐면,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또 들어도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다.)
앤디 워홀 하면 떠오르는 작품 중 하나는 '메릴린 먼로'의 판화 작품들이다.
왜 그리지 않고 찍어내는 기법을 썼을까.
그는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당시 유명한 할리우드 셀럽들의 '판화' 작품을 찍어내는 사업으로도
인맥 확장과 '돈'을 벌기도 했다.
틈새 기회를 노리고 경영할 줄 알았던
그는 역시
유능한 '사업가'였다.
그는 '효율성'을 추구했다.
'예술'의 고상한 고유함, 독창성, 소수성이라는 타이틀을 깨부수는
대중들에게 '공감'과 '대중성'을 효율적으로 선사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과 호응을 일궈내기도 한 화가,
아니 아티스트이다.
그리고 나는 그가 현실적으로도 현명했다 생각한다.
예술은 '나'만 갖고 있는 게 아닌
보여줄 수 있기도 해야 하며,
'나'를 알리기도 해야 하고,
돈이 굴러가게 챗 바퀴를 여러 개 만들어두는 거도
매우 중요하다 생각한다.
'불확실하니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결코 '사람들의 인정'을
무시하고 살아갈 순 없을 테니까.
그의 그런 모습들이
'나'에게 현실적인 인사이트를 주었고,
'그'의 그런 점들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배우로서 이 가치관을 어떻게 실천할 것이냐
'반 고흐의 예술관으로 예술을 공부하고 표현하자.'
나의 고지식한
어떻게 보면 촌스러운 생각일 지도 모르지만
나는 학창 시절 때부터 미디어를 보며
의문점이 들었던 게 있다.
아니, 근데 얼굴로 연기하는 게 정말 답일까?
어떤 면에선 답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하는 거고
작곡가는 작곡을 잘해야 하는 거고
배우는 연기를 잘해야 하는 거고
운동선수는 운동을 잘해야 하는 거고
선생님은 잘 가르치면 되는 거고
의사는 사람을 잘 치료하면 되는 거라고
그래서 당시, 얼굴로도 많은 비난을 받고 있었던 사춘기 시절 소녀의 나는
'배우'가 될 거면
'연기'를 기깔나게 잘하는 배우가 되자는 생각을
간전하게 했던 거 같다.
'반 고흐' 선생님이 내 얘기를 듣고 계신다면,
이렇게 답변하시지 않을까 싶다.
그래, 얘야.
'배우'면 사람을 더 많이 보고, 그려야지.
너는 그들에게 어떤 도화지가 될지.
그리고,
연기를 어떻게 아낄 것인지
끊임없이 그리렴.
나는 그의 생각처럼
'연기'를 대하는 배우로서는
'연기'에 파고들어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앤디 워홀이 자신의 예술을 경영한 거처럼 '나'도 '예술인'인 나를
현실적으로 경영할 줄 알자'
그놈의 VFX를 놓지 않는 건에 대해여
'자본'을 무시하고
'예술'에만 집중할 수 없다.
'나'는 적어도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자본'이 있어야 무언가를 배울 수 있고,
'나' 자신에게 투자할 수 있는데...
그것을 깡그리 무시한다고??
그 부분 때문에 지금껏
'배우'의 길을 선뜻 더 이른 나이에 못 걸었던 거도 있는데...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미술'의 정점
'디지털 아트'의 정점
'영상'의 정점
'vfx'를 공부해 온 것이다.
그만큼 많이 나가떨어지는 직종이기도 하며,
버티기만 하면 '돈'은 많이 벌 수 있는 직종이기도 하다.
버티는 거 하나 자신 있어서
'미술'과 '영화'가 바보같이 좋아서
바보같이 만든 포트폴리오 3개를 갈아엎으며
3년을 휴지통에 넣었어도
'나'는 또 바보같이 놓지 못 한다.
평강 공주가 아니라
'바보 온달'이다 참...
그래도 아는 것이다.
내가 vfx 기술을 버티고 연마하는 게
나한텐 분명, 어마어마한 무기가 될 것이라는 것을.
'배우' 생활을 하면서도 늘 광고, 작품에만 의존해
살아갈 순 없다 생각한다.
항상 선택받는 건 아니니까.
그런 공백기 때, '나' 자신의 배우 공부에 집중하면서
'돈'이 굴러들어 오게 할 수 있는 수단은 나에겐
'vfx'라고 생각이 들었다.
'배우'라는 예술인인 '나'를 경영할 계획, 및 방법은?
앞에는 '돈'에 대한 얘기였다면,
'배우'로서 나를 어떻게 경영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거도 중요하다 생각한다.
고민을 해보았다.
그렇게 내린 결론은
1. 나 '자신'을 콘텐츠화(자세한 내용은 개인적이 아이디어라, 어느 정도하고 공개하겠다. 브런치 지금처럼 연재하는 거도 좋은 수단이라 생각한다.)
2. SNS에 적당히 '나'에 대한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것
(@mariej598: 책소믈리에 느낌으로 운영 방향 설정/ @johee_grama: 운동계정, 운동을 어차피 좋아하고, 평생 해야 하는 팔자인지라... 그 성장과정을 보여주고 싶어 만들었다.)
이 두 계정 중 향후, 하나는 없앨 생각이거나
유지할 생각이다.
그런데, 이 2가지를 꾸준히 해 가는 거 또한 '나'의 모습이고,
'배우'로서도 '나'만의 고유성을 드러낼 수 있다 생각해. 어디까지 가나 볼 생각이다.
3. 독백연기 업로드(이거 또한 개인적인 아이디어라, 아직 비공개이다.)
뭐 등등, '나'라는 '배우'를 알리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나'를 경영하는 방법, 이와 관련된
4. 독서를 하고 notion에 공부한 것들을 모아두고, 결론을 도출해 내는 작업이 12월 안으로 나온다면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으로서 실수하고 좌절하는 '나'를 용서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다.
계획은 완벽하게 짜이지 않는다.
아니, 항상 100프로 달성이 아닐 수도 있다.
'배우'의 길은 더더욱 그렇다.
'나'는 10년 후에 빛을 보는 배우일 가능성이 높다.
롱 런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지금의 불확실함(vfx 커리어 안정되지 않음)을
직시했다면,
불평해도 좋다.
다만, 어떻게든 해결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사람은 핑계 댈 수도 있고,
나약할 수 있다.
오히려 항상 강한 척하는 인간들이
나는 더 보기 싫다.
그러니,
앞으로도 이런 고민이 있을 때,
네가 좋아하는 것들 책, 운동, 그림에서 숨은 교훈들을 찾고,
방향성과 나침반을 꺼내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지금까지 그랬던 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