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12. 사소하지만 당연했던 나의 눈빛
지우 배우님, 시선으로만 연기하는 장면들을 보셨을까요?
시선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연기'는 달라집니다.
그냥 뜬금없는 이야기로 서두를 열어볼까 한다.
나는
INTJ이다.
쉽게 생각해 보면,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거보다
혼자서 쉬는 모든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사회생활을 할 때,
사람들의 눈을 피하는 경향이 짙게 있다.
그 부분이 '연기'에서 큰 문제로 작용할 거란 것을...
나는 몰랐다.
1개월 동안 그 부분을 고치느라 엄청나게 애를 많이 썼고
결국엔 극복해 냈다.
시선
시선의 정의는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기에 배우적인 관점에서 시선은
'시청자와 나의 눈 맞춤이다.'
시선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게까지 중요할까 싶은 생각이 들 수 있다.
그 이유는 우리에게 '시선'을 위해 '눈'은
당연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배우로서 나아가면서, 새로 깨닫는 가장 큰 부분이라면
사소한, 당연한 것들에 신경을 더 많이 쓰게 된다는 것인데,
그동안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무시했던 '감정'도 마찬가지이지만,
'시선'은 생각보다 상대가 나의 말과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하느냐에
큰 역할을 하기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달까.
시선만으로 연기
할리우드에는 '시선'만으로
연기를 잘하시는 배우분들이 정말 많다.
어떻게 시선만으로 가능할까
많은 고민을 해보았는데,
지금까지 피드백을 받고,
고쳐보면서 느낀 생각 중
'나'는 2가지가 이에 대한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 목표가 명확하다.
2. 완벽히 인물화가 되었다.
>>목표가 명확해야 하는 건에 대하여
내가 글을 올리면서, 항상 강조해 왔고, 고민해 왔던
내용이 있다.
바로 '행동동사'이다.
행동동사는 배우가 대사를 연기할 때, '목표'가 되어주기도 하며, '전략'이 되기도 한다.
행동동사에 집착적으로 신경을 많이 쓰는 이유는
단순히 '변화시킬래'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나는 내 상대의 심리를 변화시키고 싶고,
나의 상대에 대한 목적을 강화하고 싶고,
그에 맞춰 전략을 세워 이 대사를 치며
연기하고 싶다는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완벽히 인물화가 되어야 하는 건에 대하여
완벽히 인물화가 된다는 건
나에겐 인물과 동일시되는 것이라 받아들여진다.
요즘에 이 부분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이유는
'입시컨설턴트' 연기를 하면서였다.
아래는 최근 1개월 동안 집중해서 연기한 독백대사이다.
아래에서 나는 '송찬희' 컨설턴트 역할을 맡았다.
이 대사를 연기하기 위해
나는 강남에서 유명한 입시컨설턴트이고, 초짜 기간제 교사를 퇴근 시간 전에 상담하는 상황으로 설정했다.
나의 목표는 상담을 마무리해 퇴근해 보는 것이다.
핵심 행동동사는 '무시하다.'이다.
고하늘: 그럼.. 박성순 부장님이랑 선생님들 다 아시겠네요?
송찬희: 네, 뭐. 다들 봤던 얼굴들인데 선생님만 처음 뵀네요.
고하늘: 저는 얼마 전에 왔습니다. 기간제로요.
송찬희: 선생님한테는 유감없습니다.
고하늘: 압니다.
송찬희: 제가 아니라 장교수님이 들어오셨어도 어차피 그 생기부들 가지고는 대단한 입시정보를 알아내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대치고 학생들 학종으로 많이 안 뽑는 이유가 궁금하신 것 같은데.. 솔직하게 말하면 데이터상으로 봤을 때 대치고 자체가 교육과정이나 수업, 생기부의 질, 어떤 면으로도 주변 학교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요.
고하늘: 그 말은, 애들보다 학교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겁니까?
송찬희: 그렇죠. 학생들 개별 능력 문제라기보다 학교 자체의 그 시스템이나 교사들의 문제가 큽니다. 교내대회만 봐도 그래요. 참가한 학생들 중에 1/3한테 상을 주던데, 어떻게 신뢰하겠습니까.
고하늘: 그럼 아까 생기부 보여드린 합격생이랑 학생들도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송찬희: 네. 아마 그럴 겁니다.
고하늘: 그럼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송찬희: 단기간에 개선하긴 힘들어요, 그런 건.
고하늘: 그럼 애들한테는 뭐라고..
송찬희: 그러게, 좋은 학교를 갔었어야죠.
(출처:<블랙독> - 고하늘 역(서현진), 송찬희 역(백은혜) ('우리 연기할래' 정보 나눔 카페 - 배우오디션/연기대본/연기학원..) | 작성자 서울필름스쿨
아래 대사에서 보통 배우들은 '고하늘'역을 맡는데,
최근에 찍은 프로필들만 봐도
나는 이미지상 '전문가' 느낌이 나는 도도한 캐릭터가 어울린다.
그러기에 '송찬희' 역을 택했던 건데, 이게 나한테 정말 잘 맞는 연기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동기 배우들과 코치님한테도 그리고 친한 친구한테도
잘 어울리는 직업역할이고, 연기였다고 말씀하시길래
거기서 더 욕심이 생겼던 건지
나는 3주라는 시간 동안 이 대사를 준비하면서
나도 모르게 배우적 욕심이 인물로서 욕심보다 더 커져버렸다.
그게 왜 중요하냐면
배우는 '인물' 속에서 살아야 더 재밌고, 작품에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데,
내가 이 '인물'을 더 잘 연기해야지 라는 생각이 들어버리면,
'나'에 집중해 버리게 된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면 '시선'에서도 차이가 느껴진다.
배우적 욕심이 강하다면, 아무래도 '조급함'이 느껴지고, '인위적' , '캐릭터적인 눈빛'이 나오게 된다.
그렇게 하게 되면, 몰입이 되었다는 느낌이 덜해질 수 있다.
반면에, 인물로서 욕심이 강해지면 아무리 조급해도
'인물'이 조급한 이유, '인물'이 지금 이렇게 대사를 왜 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기 때문에
시청자의 눈에도
'어, 그냥 저 '인물'인데 저 배우는'
이렇게 받아들여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대화할 때도 의도할 수 있다
'시선'에 대한 중요성을 생각해 보면서
최근에 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도
아무리 내가 소심하고 낯가림이 심하더라도
눈을 더 마주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 1달 동안 '시선'에 대한 교정과 연습을 하면서
아, 사람들이 내가 이런 부분 때문에 오해를 했을 수도 있겠다.
좀 더 웃어주면서, 눈을 더 자주 마주치려 노력하자.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일상생활에서도 실천을 더 늘리는 중이다.
또한, 때로는 '시선'으로 거절 의사도 표현해 내려 노력하고 있다.
나는 '거절'하는 부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나는 다행히,
취업이 되었다.
물론, 영화 vfx 제작자로서의 취업은 아니다.
사실, 지금 vfx 포트폴리오 제작도 잠시 쉬고 있다.
오랜 시간 반복되는 헛수고들과
아무래도 회사를 다니면서
'언어', '연기', '포트폴리오 제작' 거기에 '운동'까지
쉽지 않다는 것을 나 스스로도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게 맛는 지에 대한 생각도 들었지만
뭔가 내가 키워온 '능력'을 '재능'이 없다고 물거품으로 만들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 달간 회사에 적응하며 포트폴리오 작업에 대한 휴지기를 가지며
배우로서, 영화인으로서, 성실한 사람으로서
시간을 더 잘 활용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고 있다.
다행히, '회사'는 내가 '배우'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고,
직업 또한 그런 부분에 많이 도움이 된다.
(어떤 일이라고는 밝히지 못하겠다. 겸업을 하기 위해서
얘기를 나누어야 하기에, 이 정도까지만 언급해 두겠다.)
점점 '나'라는 모습을 받아들이니
프로필도 '배우'다운 모습이 점점 보이는 거 같다.
참고로 '송찬희' 역할에 대한 대사는 개인 '독백영상' 포트폴리오로 갖고 가기로 했다.
코치님께서 한 번 더 연습하고, 보여주고 싶을 때 보여주라고 하셨으니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고, 나도 '오, 더 낮다' 싶을 때,
연기 영상을 공유해 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