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 13. 나를 솔직하게 이해하는 거도 용기.. 아니 연기의 기본
0501. 근로자의 날
아침엔 크로스핏 박스에 가 와드를 하고 왔다.
15분 전
간식으로는 냉동 블루베리에 저지방 우유 살짝 둘러서
먹었다.
먹으면서 요새 내가 겪은 그리고 사고하고 있는
'연기' 적인 사고에 대해 떠올려봤다.
동료 배우들과도 '연기'를 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으로
입을 맞춰 얘기하는 부분이 있다.
나를 내려놓고 사람들을 더 많이 관찰하고 이해하려 하니까
성격이 좋아지는 거 같아요.
심리적 타격감이 적어졌어요. 덜 우울하달까.
우울해도 그러려니 하는 거 같아요.
나에게도 가장 크게 미친 영향 중에 하나다.
때로는, '나'는 내가 왜 그랬을까.
왜 나는 이래 돼먹었지 싶을 때도
그래, 이 때는 이런 욕구가 있었기 때문에
이랬던 거겠지.
그랬나 보지 뭐.
배우로서 이런 부분에 있어 큰 덕을 본 거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나는 더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기에.
내가 모르는 나의 '방어기제'에 대해
알고 싶은 욕망도 컸다.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에는
'심리상담사'가 계신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고민이 있을 때,
혹은 회사 외의 일이 '나'를 힘들게 할 때
직원들은 상담을 신청한다.
복지의 일부이다.
직업적인 내용 및 회사에 대해서 언급하지는 않겠다.
'나'는 나를 채용하시고, 일을 시켜주시는 거 그 자체로도
지금 이 시기에 너무 감사하고 있기에 늘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아무튼, 내가 '심리상담'을 받은 내용 중 '연기'에 대해서도 사고할 만한 부분이 있어
오늘은 그 부분에 대해 글을 써 내려가볼까 한다.
상상동물심리검사
일도 충실히 하기 위해
더 나은 배우가 되기 위해
그리고 더 나은 제작자가 되기 위해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지만
그렇게 살아가며
지내던 와중
나는 한 번 즈음 대체 '나의 방어기제'가 정확히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사회생활 할 때뿐만 아니라
'연기'를 할 때도 나름 직관적으로 알아야 할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
상담사님께서 '나'에게 연필과 종이를 주셨다.
'나'는 그냥 그려지는 대로
내가 생각하는 '상상동물'을 그렸다.
내가 그린 '상상동물'은 아래와 같다.
그림을 보여드리자.
상담사님께서 다소, 놀란 눈치셨다.
그러나 그분도 프로답게
내가 그린 동물을 보며 이야기를 이어가셨다.
상담사님: 이 동물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나: 어... 사실, 동물이라기보다는... 성경에 나온 '천사'의 모습이 인간의 모습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그 내용에 기반해서 나름대로 그려보았어요.
상담사님: 이름은 그럼 '천사'로 하면 되겠네요.
나: 네, 맞아요.
상담사님: '천사'의 모습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겠어요?
나: '천사'는 몸, 본체는 나무뿌리 같이 그런 줄기로 엉켜져 있어요. 눈이 여러 개가 있는데, 몸체에 돌려서 박혀 있다 보면 돼요. 아직은 어린 축에 속해서 눈이 5개이지만,
눈은 주위 환경을 관찰하고 파악하는데 쓰이고 있어요.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해서
눈의 개수가 많은 거 같아요.
상담사님: '천사'는 무엇을 먹고 살아가나요?
나: '천사'는 햇살 밑에서 광합성을 하고, 새벽이슬과 빗물을 먹으면서 살아요.
상담사님: 그렇군요. 그럼 '천사'는 주로 어디에서 지내나요?
나: 매일 달라요. 동굴일 때도 있고, 높은 언덕일 때도 있고, 나무 위일 때도 있어요.
상담사님: '천사'는 그럼 다른 둥물들과는 어떻게 지내나요?
나: 주로, '새'들과 친하게 지내요. '새'들을 보호해주기도 해요. 다른 동물들을 헤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어울리지는 않아요. 가끔 '새'들의 곁에서 자기도 해요. 그 정도인 거 같아요.
상담사님: 그렇군요. '천사'는 몇 살인가요?
나: 이 '천사'는 150살이에요.
상담사님: '천사'는 잘 때, 어떤 형태로 자나요?
나: 나무처럼 위 방향으로 서 있지만, 날개를 감싸 안고 자요.
카멜레온처럼 자신의 모습을 주변 환경에 맞추어서 숨기고 자요.
상담사님: '천사'는 왜 그렇게 자신의 모습을 숨겨야 편하게 자나요?
나: '인간'들의 눈에 띄면 안 돼요.
상담사님: 왜 '인간'들의 눈에 띄면 안 되나요?
나: '인간'들은 눈에 띄면 어떻게든 해부하고 분해해서 연구하려 할 거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평범한 모습은 아니니까 사람들이 어떻게든 자신의 전리품처럼 소유하려 할 거예요.
상담사님: 그런데, '천사'는 '표정'이 있나요?
나: '표정'은 없어요. 그래도 날갯짓과 눈빛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요.
상담사님: 그렇군요. 지우 님, '천사'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세요?
나: 뭔가, 만만하지는 않은 거 같은데... 외로워 보여요.
상상동물은 결국...
정말 신기하고, 이상하게
내가 그린 '천사'에 대한 얘기를 하면 할수록
이상하게 가슴 한편이 멍울지고
아팠다.
서러웠다.
마치, 어린아이가 된 거처럼.. 뭔가 점점 어려지는 기분이었다.
상담사님께서 질문하셨다.
상담사님: 지우 님, 상상동물을 보니까 어떤 생각이 드세요??
왜...'저'를 그린 게 아닌데... '저'를 보는 거 같아요..
상담사님: 그래요, 상상동물은 사실 '본인' 무의식 속의 '자신'이랍니다.
저는, 지우 님 '천사' 보고 얘기 들으면서
대체 어떤 삶을 사셨길래...
본인의 감정을 숨기고,
사람들한테서 숨으려고 하고,
그러면서도 사람들을 품어주려 하는지
저도 눈물이 나더라고요.
사실, 지우 님이랑 이렇게 화상으로 상담하는 거지만(대면 상담일 때도 있고, 이번에는 화상 상담이었다.)
참, 사람이 이목구비가 잘생겼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 예쁘다. 잘생겼다 이런 거도 있겠지만
그보다 화면을 뚫고 얼굴 윤곽과 눈매, 콧대가 나올 정도로 눈에 띄는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렇게 매력적이신 분이...
왜 자신을 드러내는 거에 어색해하고 힘들어할까요?
나: 상담사님, 사실 저는 '엄마'한테도 예쁘게 생겼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제가 그렇게 이쁜 얼굴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가만히 있어도 주변에서 제 얼굴 평가를 하거나
제 얼굴을 뜯어서 보려는 친구들이
학창 시절에 너무 많았던 게... 저한테는 큰 상처였던 거 같아요.
또, 가만히 있어도 내가 용기 있게 잘 지내보려 해도
어차피, 똑같이 힘들었어서.
그냥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해야지.
여기서 적응 못 하면 안 돼
안 그러면 떠나야 돼.라는 생각이 제 마음속에 있었던 거 같아요.
상담사님: 아휴...
지우 님, 지우 님 자체가 그만큼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상대적으로 자식의 외모가 출중할 경우
부모님들이 오히려 더 '외모'에 대한 좋은 얘기를 안 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제가 볼 때는 지우 님 부모님께서도 외모에 집중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내면에 집중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떻게 보면 조금 혹독하게 키우신 거 같아요.
덕분에, 이렇게 잘 크신 거 같긴 하지만... 서운하긴 했겠네요.
사람들한테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두려움을 갖지 마세요.
오히려 지우 님이라는 사람과 날아다니고 싶은 새들도 많을 거고
잠시 기대어 쉬고 싶은 사슴, 토끼들도 많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자신을 숨기고 어떻게든 사회에 적응하려 애쓰시다 보니까.
'눈'도 '천사'가 많이 갖고 있잖아요.
얼마나... 얼마나... 무서웠으면, 이런 모습이
'천사'에서도 나오는 걸까요.
여기까지 듣는 데도 눈물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꾹 눌렀다.
나: 상담사님, 사실 저는 '연기'를 공부하고 있어요.
'연기'할 때, 학창 시절에는 자유자재로 표현하고 실험하는 게 잘 되었었는데,
지금 이 시점 저에게 부족한 연기는 '감정이 우러나오고' '진짜 그러고 싶어서 하는 '
연기들이에요.
그런 부분들을 깨기 위해선
저 자신도 내려놓고 이해해야 해서... 방어기제가 무엇일까 알고 싶었는데...
상담사님: 어머나!!! 어쩐지...
제가 수많은 사원분들을 상담했지만
외모가 확 기억에 남는 얼굴이거든요. 어쩜 이렇게 잘 생겼을까. 매력적일까.
배우로서 '방어기제'를 파악하려는 의지가
이미 본인이 그 부분을 깨 가고 있다는 뜻이에요.
지우 님의 '방어기제'가 무엇인지 아시겠어요?
나: 한 마디로 정리는 안 되지만
무엇인지는 알겠어요.
상담사님: 그래요, 지우 님
'사람들 눈에 띄는 거'에 두려워하지 마세요.
배우는 '사람들 눈에 띄어야 하는 직업'이에요.
사람들 '눈치' 너무 많이 볼 필요 없어요.
주변 사람들 다 챙기려다 오히려 본인이 망가져요.
지우 님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적응할 때,
마음의 무게를 덜을 필요가 있을 거 같아요.
자, 우리 여기서 '천사'에서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있을까요?
나: '눈'이요. 위에 큰 눈 2개면 충분할 거 같아요.
상담사님: 그래요, 왜 그렇게 눈치를 보고 살아요.
사람들한테 겁먹지 마세요.
부딪히면서 배우는 거예요.
저는 개인적으로 저 '천사'에 지우 님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표정'도 들어가 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은 이미 지우 님의 그런
다양한 모습에 매력을 느끼고 있을지도 몰라요.
자신감을 가지고, 계속 키워나가세요.
내가 하고 싶은 거
보고 싶은 거
더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에 귀 기울여 보세요.
지우 님, 우리 또 봐요.
상담 자주 신청해 주세요
배우로서 나의 '방어기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이건 왜 중요할까.
상담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져서
부랴부랴 내려와 다시 업무를 무사히 마무리했고,
나는 업무를 마무리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히려 내 안에 있는 두려움을 직관하니
더, 용기를 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만 숨어야 한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무서워하면 안 된다.
이 글을 읽다가 분명, 질문이 생기시는 독자분들도 있을 것이다.
아니, 배우는 외모가 되거나
연기 잘하면 그만 아닌가요?
방어기제까지 파악하면서 굳이 더 다양한 연기를 해야 해요?
네, 해야 해요.
'배우'는 '사람'을 표현하는 사람들이다.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져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들' 속에 들어가
이 상황에서 왜 이 사람이 이렇게 행동해야 하며,
이렇게 대사를 내뱉어야 하는지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로 인해, 그 '인물'같은 연기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의 '방어기제'까지 파악하며 깨려는 이유는
'배우'는 어떻게 보면 대중들과의 '심리전'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완벽히 속여야 한다.
'나' 조차도 속여야 한다.
더 많이 흡수하고 놓아주려면
내가 심리적으로 어떤 부분이 약하고
부족한 지
무서워하는 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 부분을 개선해 나가면서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다른 장벽도 넘어뜨릴 수 있는 것이다.
일단, 내 방어기제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해봤다.
현실적으로 내린 결론은
연기에 대한 공부 '내' '외'적으로 나눠볼 수 있을 거 같은데.
'내'적인 노력
- '희', '노', '애', '락' 훈련 중 내가 힘든 감정 극대화 훈련 주기적으로 할 것.
- 감정일기를 들여다보며, 내가 어떤 상황이 불편하고, 어떤 상황이 편한 지 들여다보고
이러한 부분들을 독백 연기할 때, 활용할 것. (옆에 메모해 가며 흔적 남길 것.)
- 더 더 많이 의식적으로 불편한 상황에 나를 놓고, 연기를 하자.
ex) 공감 안 되는 대사 일부러 연기해 보기, 로맨스 장르를 스릴러 장르로 바꾸어서 연기해 보기 등
- '사람'과 잘 지내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책들을 많이 읽고, 도움 될 만한 내용들은 기록해 두자.
- '책'은 지금처럼 직업처럼 취미처럼 계속 읽을 것.
'외'적인 노력
- 익숙하지 않은 크로스핏 '박스'에도 가자. 낯선 곳에 자꾸 '나'를 노출시키고 사람들과 부딪혀야 한다.
- 사람들과 '약속'이 잡힌다면, 적극적으로 만나자.
- 프로필 촬영 매달 주기적으로 하자.(나의 다양한 모습 파악하기 위한 용도)
이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거 같고,
오늘 글은 여기서 마쳐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