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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하리 사막', 드디어 깨기 시작했다.

chap.10. 나의 약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연기.

2025.02.22 오후 6시 37분 즈음


논현역 지하철을 향해 가며,


나의 '연기'적인 고민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코치님은 내 고민을 듣더니

지우 님, '버닝' 칼라하리 사막 대사 아세요??
그거 다 외워서 연습해 오세요.

이미지를 그려가면서 외운다 생각하세요.

이렇게 말씀해 주셨고,


'나'는 반가우면서도 걱정되었다.


왜냐, '연기'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라면 알겠지만


'칼라하리 사막' 대사는 워낙에 유명한 장면이고,

또한, '연기표현'으로도 어렵기도 하면서 난해하기도 한

대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꼭 해보고 싶었던

독백 대사였기 때문에


1주일 내내 너무 재밌게 연습했던 거 같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0222 오후 5시,

'나'는 연기 공부 과정에 있어서

있지 못할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게 된다.





칼라하리 사막 분석.png '버닝' 칼라하리 사막 대사 부분 8 분석 내용.


칼라하리 사막 가는 길에 ‘선셋 투어’라는 코스가 있더라고
사막에 해 지는 걸 보여주는 거래.
그래서 갔더니, 그냥 주차장 같은 데야.

아무것도 없고…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만 쌓여 있고…
다른 사람들은 다 같이 왔는데 나만 혼자잖아.
정말 거기 있으니까 혼자라는 생각이 너무 드는 거야.

나 혼자 여기까지 뭐 하러 와나 싶고…

그런데 해가 지는 거야.

저기 끝없는 모래 지평선에 노을이 지는 거야.

처음에는 주황색이었다가, 그다음에는 피 같은 붉은색이었다가

그러다 보라색, 남색이었다가
그러면서 점점 더 어두워지면서 노을이 사라지는데

갑자기 막 눈물이 나는 거야.

아, 내가 세상의 끝에 왔나 보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나도 저 노을처럼 사라지고 싶다…
죽는 건 너무 무섭고 그냥 아예 없었던 것처럼 사라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 '버닝' 대사 중.-


첫 번째 시도, 그리고 동작 크게 훈련


앞에 다른 기수 분들의 수업을 청강하고,


나의 독백 연기 차례가 되었다.


집에서 연습할 때는 나름 감정도 울컥하고 그랬지만

현장에서는 이미지가 그려지다 말고,


그런 애매한 기분이었다.


그러자 나에게 코치님께서는

동작을 크게 크게 하며 대사를 끊어서 내뱉는

훈련을 하라고 지시하셨다. (이전 글 참고)


중요한 포인트는


빠르게 가 아니라

'천천히'


그런 후,


내가 준비한 8 분석에 입각하지 않고,


술집에서 친구들이랑 얘기한다 생각해 보라고

'나'에게 코치님은 상황을 던져주셨고,


그런 상황 속에서

말하는 느낌으로 두 번째 연기를 해보았다.


그런 후, 마지막으로

코치님께서

내가 생각한 상황에 맞추어서

연기를 해보라고 하셨다.



상황은 위 8 분석표에 나와 있는 것처럼

'나'는 병원실에

친한 친구와 함께 있고,


내일은 내가 안락사를 하는 날이다.


그러면서 친구와 마지막으로

허심탄회하게

밤에 대화를 하는 상황으로 설정해



연기를 시작해 나갔다.




내가 드디어 사람들 앞에서 연기하다 눈물이 갑자기 나오게 되는 순간


대사

'그러다 보라색, 남색이었다가
그러면서 점점 더 어두워지면서 노을이 사라지는데

갑자기 막 눈물이 나는 거야.



를 세 번째 시도에 내뱉으면서

코치님의 피드백대로 자연스럽게 이미지를 그려가다 보니,


자연스레 '밤' 하늘이 보였고,

별 몇 점 떠 있던 밤하늘이 보였다.


그러면서 그 밤하늘을 봤던

작년 6,7월이 떠올랐다.


잠이 안 와서

너무 분해서

그냥 내 인생은 왜 이러나 싶어서

답답해서


무작정 나와


경의선 숲길 위에서 바라봤던

그 별 3개 떠 있던 밤하늘


죽는 건 너무 무섭고 그냥 아예 없었던 것처럼 사라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대사를 내뱉기 전에


그때, 밤하늘을 보고

엉엉 울던 나 자신이 떠올라서


'나'도 모르게 너무 서러워서

엉엉 울었다.


그렇게 세 번째 연기는 끝났고,


부끄러웠지만, 코치님을 포함한 타 배우분들도

다소 놀란 눈치였다.


'나'의 이런 연기 모습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들에게도


미안해요, 궁금해서 그래요, 그렇게 안 울다가 뭐가 떠오른 거죠?


세 번째 연기가 끝나고

눈물을 닦고 있는 '나'에게 코치님께서 질문하셨다.


사실, 아직도 내 약점?

내 아픈 과거를 두 번 다시 주저리주저리 얘기하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기에...


어떻게 대답해야 했지만


같이 '연기'를 진심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어느 정도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제가 작년에 몸이 많이 아팠어요.

그러면서 일들도 겹쳐서

잠이 안 왔었어요.


화가 나서 제 인생에 대해서.

그리고 이대로 죽으면 너무 억울할 거 같다는 생각에


서러워서 늦은 밤

경의선 숲길을 걸었었습니다.


그때, 밤하늘 위 얼마 없는 별들이 보였는데,

참 예쁘면서도

이번엔 왜 태어났나 싶어서

서러워서 울면서 바라봤었습니다.


코치님 말씀대로 대사를 '이미지'를 통해 그려가다 보니

저도 모르게 너무 슬프고 분해서 눈물이 나왔습니다.


얘기를 듣고, 코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바로, 그거예요


'마음이 우러나오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둬 보는 게 우리 '감정'이에요.


그래야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오고,


그 연기를 보는 사람들은


아, 저 배우 연기 잘한다. 공감된다고 느끼게 됩니다.


지우 님, 감정은 갖고 노는 게 아닙니다.


'튕겨지는 감정을 바라보고 따라가는 게 우리 배우들의 몫인 겁니다.

지금 이 순간을 지우배우님이 기억하고,


앞으로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연기는 누가 봐도 좋은 연기였어요.'


이 날 연기를 통해 '마음이 우러나오는 연기를 하는 데 필요했던 점들 정리'


분석 1) 결국엔 '이기적'으로 '나'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끌어오기.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연기가 다 달랐던 이유


그리고 마지막에 나한테 유리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나'한테 유리하게 상황을 끌어오는 것이었다.


물론, 오디션장에서 다른 '장소' 및 '상황' 속에서 연기하라고 지시해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나는 '병실'이라 생각했는데,


'장례식장'이라 생각하고 연기하라 지시할 수도 있다.


이런 맥락들 속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나' 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끌어와 연기하는 게 중요하다.


분석 2) 모든 연기에는 '목표'를 갖고 하는 게 중요하다.


사소한 대본이라도 분명 '목표'가 있다.


위 대사의 경우


'칼라하리 사막 여행을 통해 느꼈던 감정을 토로하는 것'이라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건 그 '여행'을 설명하는 것과

'감정'을 전달하는 부분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 대사가 어렵기도 하다.


앞에서 3번이나 연기한 내용과 같이

'감정'을 연기하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흘러가는 데 '나'를 맡기는 게 중요하니까.


아무튼, 중요한 건 '목표' 없는 연기는

시청자들도 보는 '방향성'을 잃어버리기에

흥미를 잃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연기에 들어가기 전에 '목표'


목표를 한 번 더 생각하고 들어가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느낀다.


분석 3) 대본에 대한 이해 그리고 나의 '접근' 방식 자세가 중요하다.


위 대본을 코치님께서 연습해오라 하신 이유는

'분석이 중요하다기보다 이미지를 그려가며 전달하는 게 더 중요한 대본'

이었기 때문이었다.


코치님께서 미리 고지를 해주신 부분도 있지만


위 대본 연습을 할 때도, 계속 대본 옆에다

이미지를 그려가면서 연습을 했다.


분석은 딱 저 정도로만 설정하고,

연습하면서 필요할 때만 수정했다.


여기서 이 부분에 대해 깨달았다.


대본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총 3가지로 나뉘는 거 같다. 물론, 더 추가될 수도 있다 추후에


-분석이 아닌 이미지 그려가는 게 중요한 대사인지
-분석으로 머리로 연기해야 하는 게 중요한 대사인지
-분석은 적당히 하고 캐릭터 서사 흐름에 집중해야 하는 대사인지



분석 4) '목표'를 생각해 둔다면, 태도와 '행동동사'는 전략으로 따라 생각해 주면 된다.

다만, 감정은... 컨트롤하지 말 것.


'나'는 감정은 어떻게든 유발하는 것을 찾아서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내 '목표'에 집중해 '전략'을 취하면서

그냥 저절로 감정은 튕겨지는 것이고,


그 자체로

통통 튀는 탱탱볼이라 생각하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연기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분석 5) 공부는 그만, 그러니까 불편한 '공부'를 변태처럼 조금씩 자극해 줄 것



공부는 그만, 지금 나에게 중요한 건 ‘훈련’인 거 같다.

(이전 글 참고)



분석 6) 대사 암기에 적용하면 좋은 습관


'기생충'으로도 그리고 수많은 영화로도 많은 이름을 알린

'조여정 '배우님.


조여정 배우님의 대사 암기 습관 중 하나가


'집안일을 하시면서 대사를 막 내뱉어보는 것'이라 하신다.


이 부분을 나 또한 대본이 어느 정도 암기되었다 싶으면

고양이들을 돌보면서

샤워하면서

설거지하면서

운동하다 걸어오면서


중얼거리거나 그냥 막 내뱉어보는 것을 시도하고 있는데,


확실히 자꾸 입에 익으니까

오히려 사람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는 부분도 없지 않은 거 같다.




오늘 연기를 통해서 나는 '희열'도 느꼈다.


내가 알게 모르게 성장했구나.


배우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더 성장했구나...


요새 크로스핏을 한 후 일부러

경의선숲길을 다시 한번 더 걷는다.


아마, 11시 즈음일 거 같다.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노을은 밤이 되고 싶어서 지는 게 아니다.

그냥 그렇게 되었고, 계속 그렇게 될 것이다.



내 인생 좌우명은 '한 여름밤의 꿈'이다.


이 세상에는 '퍽'과 같은 요정의 장난으로 어쩔 수 없이 일어났거나

재수 없는 일들이 더 많다.


특히, '감정'은 인간이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존재인 거 같다.


그래서 나도 연기할 때, 표현해야 하는 '감정'

인간으로서 인간에게 전 댈 해야 하는 '감정'에


자연스럽다고


그냥 그렇다고





받아 들기로 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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