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09. 불편한 '훈련'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더 달라질 걸
2월은 연기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나에겐 2가지 숙제가 있었다.
1. 2인조 독백 깨기
2.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연기 조금씩 깨기
이 2가지 과정에서 생각보다 나 스스로에게 답을 찾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지금 내가 쓰는 거도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어떤 이들에게는...
근데, 적어도 나에게는 정답이었고, 먹힌 방법들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이야기들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이번 화에서는 주로 '2인조 독백'에 대해서 얘기해 보도록 하겠다.
2인조 독백이란?
2인조 독백이란 쉽게 얘기하면
기존에 1인 독백대사가 아닌
2인이서 하는 대사에서
내 대사를 정해 연기하는 독백이다.
2인조 독백부터는 본격적으로
'오디션'을 준비하는 과정이라 생각해도 좋다고 한다.
우리가 주로 오디션을 보는 이유는
영화 속에서 상대와 상호작용하는 '캐릭터' 오디션을 보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닦친 2인조 난관
독백 연기할 때, 너무 재미있었어서
2 인조면 더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자의식이
너무 들어와 오히려 감을 잡기가 힘들었다.
자의식이 들어왔던 이유는
1. 생각보다 오디션장에서 스태프들이 국어체처럼 읽어주는 경우가 많다.
2. 운이 좋다면 상대 배우분이 읽어주시는 경우도 있다. 재미있을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긴장 많이 된다.
3. 이 2가지 케이스에 대해서 반응해야 하는 '배우'의 자세도 다르다.
생각보다 생각할 거리들이 많아 뭔가 불분명해지는 기분이었다.
자의식도 누르고 내가 전하고자 하는 '목표'가 흐려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거기에다 추가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연기'를 달성해야 한다는 피드백을
숱하게 들으면서
고민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조금씩 극복한 방법 : '공부'가 아닌 '훈련'
청강도 들어보고,
특강도 들어보면서
타 배우분들의 연기도 관찰하면서
나에게 부족했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최근에 알게 된 다른 코치님으로부터 들은 질문,
"지우 배우님은 훈련을 얼마나 많이 하시나요?"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그동안 해온 건 '연기'에 대한 '분석' '공부'였고,
'훈련'은 수업 이외에 깊게 다루지 않았으니까.
이야... 여전히 문제구나
한국 사람들의 대부분은 종이에다 뭔가를 끄적이고,
메모를 하고, 분석하고,
그러면서 타이머를 끄면서 투자한 시간을 보며
'나 공부했다.'
고 생각한다.
그게 아닌데...
아니, 분명 필요한 과정이지만,
그렇게 해도 발전이 없는 거 같으면
다른 관점으로 봐서
'아, 내가 너무 편한 공부에만 익숙했나.
나에게 불편함을 유발하는 부분은 무엇이지.
그것을 내가 쳐내는 게 맞겠구나.'
라고도 생각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 '훈련'에 조금씩 집착하기 시작했다.
내가 요즘에 연습계획에 넣는 '훈련 3가지'
다시 한번 강조한다.
'나'에 맞는 방법이었지
다른 분들에게 맞는 방법이라고 설명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혹여나 '나'와 비슷한 고민에 부딪혀 있었다면
많이 부족했던 '나'에게도 먹혔으니까.
한 번 해보는 것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한다.
1. 크게 크게 행동하면서 대사 천천히 외치기.
이거는 '나'한테 훈련을 얼마나 많이 하냐고
질문을 한 그 '코치님'으로부터 피드백받은
'훈련법'이다.
동료 배우들과도 얘기해 보니,
이 방법은 이미 외국에서도 많이 쓰이고 있는 방법이고,
한국의 '연기'로 유명한 일부 학교에서도
적용하고 있는 훈련이라고 한다.
다른 거 없고,
대사를 천천히 끊어서 외치되
그 대사에 맞는 행동과 동작, 움직임을 취하며
대사를 읽는 방법이다.
외우고 하면 더 좋고,
외우면서 해도 좋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대사를 보고,
칼라하리 사막 가는 길에 ‘선셋 투어’라는 코스가 있더라고
여기서 그냥,
칼라하리 사막을 외치면서 손 모양으로 큰 사막 라인을 그려주고,
가는 길에 를 할 때, 간다는 동작을 취해주고,
'선 셋 투어'를 외치며 큰 태양이 내려오고, 본다는 동작을 해주고,
코스가를 위치며 길을 표현하고,
있더라고를 외치며 '아하' 그렇구나 라는 동작을 취한다.
이런 식으로 하면 되는 것이다.
이 '훈련'이 나에겐 2가지로 도움이 되었다.
1. 외울 때, 이미지를 그려가면서 하게 되다 보니, 서사흐름을 더 잘 기억할 수 있다.
2. 긴장을 하게 되면 사람은 몸이 굳어버=-려, 행동조차 못하는 뻣뻣한 증상이 있는데,
이 훈련을 자꾸만 하다 보면, 이미 크게 크게 부자연스럽게 행동을 넣어가면서
대사를 외웠기 때문에,
자의식이 들어오기 전에 자연스럽게 '행동'이 유발되며 대사를 표현하게 된다.
2. How+ 행동동사 표현 체크 훈련
'How + 행동동사'는 이미 앞 글들에서 자주 언급한 내용들이라
생략하겠다.
잘 모르겠어도 아래 예시를 보면, 금방 이해될 것이다.
최근에 내가 연습한 대사 중 하나다.
"치, 어유 정독실에서 공부하다가 자판기 커피 마시는 거랑 사무실에서 서면 쓰다가 편의점 맥주 마시는 거랑 인생 뭐가 달라진 거야?"
이 대사를 보고, 어떤 변주들이 있을까. 먼저 쭉 나열해 보았다.
'나'의 경우
1) 어이없다는 듯이 툴툴거리다.
2) 어이없다는 듯 쏘아붙이다.
3) 답답하다는 듯 칭얼대다.
꼭, 행동동사 정답일까 고민하지 말고,
그냥 적는 거다.
'나'라면 어떤 목적성과 전략을 갖고 이 대사를 표현했을지를 그냥...
적어본다.
그런 후, 동영상 촬영을 하며, 이 세 가지를 표현하고,
종료 후, 이 세 가지를 내가 표현하는 데
어떤 부분이 부족했고,
어떤 부분은 잘했는지 메모를 해 둔다.
그러고, 다시 촬영하고, 이 과정을 반복한다.
'나'의 경우 15분씩만 투자를 한다.
더 할 수 있으면 30분 하기도 한다.
이 방법이 좋았던 것은
1. '나'에게 어떤 표현이 부족한 지 알 수 있다.
2. 내가 불편한 부분도 그에 맞게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중, '나'에게 가장 유리한 'how +행동동사'로 정해갖고
연습해 오면, 표현하는 게 명확해지는 거 같다.
3. 행동동사 표현 훈련
행동동사에는 의도, 심리, 목표가 담겨있다.
또한, 의도가 있으면서 상대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러기에 '행동동사'가 중요한 이유는
짧은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나의 연기를 바꿔주는 '전략'이 되어주기 때문에
적어도 나와 동료 배우들은
'행동동사'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여기서 '행동동사 표현' 훈련은
그냥, 컴퓨터 모니터여도 좋고,
종이여도 좋고,
아무 데나
불편한 행동동사 2개
편한 행동동사 1-2개 적어둔다.
그런 후,
아무 대사나 상관없다.
대사 하나 정해서 그에 맞게 내가 표현을 잘하는지
아예 안 보이는지
영상을 녹화해 두며, 체크하는 훈련이다.
사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훈련인데,
불편한 부분이라는 뜻이니까.
토 나오더라도 억어지로 넣고 있다.
이 훈련의 효과는
1. 행동동사를 정말 열심히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2. 이 대사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할 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된다.
계속 안고 가야 할 2인조, 성실하면 좋지만,
효과적으로 불편한 부분을 메우지 않으면, 그건 시간 낭비야.
이 스튜디오 학원에 다니면서 드는 생각.
내가 진작 이 분들을 '수험생' 때 만났더라면,
내 인생은 정말 많이 달라져 있었겠다.
사실, 내가 이곳을 떠나고 나서도
오늘과 별반 차이가 없을 가능성도 높다.
너무 힘든 '시장'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연기'를 제대로 공부하면서
'연기'를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들과
교류를 하면서
'공부'와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한국은 지나치게 '성실함' 만을 강조한다.
너무 중요한 가치지만
더 중요한 건
개개인의 역량을 바라볼 수 있게끔
평가하는 '메타인지'를 키워주는 훈련과
'공부'는 앉아서 책만 보는 공부가 아닌
'나'에게 불편하고 부족한 부분들을
찾아나가면서
실행하고 훈련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생각한다.
나는 우리 누구나 아는 좋은 대학교의 졸업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머리가 탁월하게 좋은 거도 아니다.
단지, 책과 영화,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옳고 그름에 대해서 구별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연기'를 공부하면서
이 부분들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쩌면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걸 알게 되었고,
깨달은 나는
앞으로 그렇게 안 살 거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성실하게 살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