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 08. 당신이 착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시'로 서두를 열어본다.
제목: 방탄복
작가: 전활수(유지우)
방탄복을 벗기 싫었습니다.
생각보다 사회에 걷는 순간
고개를 드는 순간마다
생각보다 사회에 걷는 순간
‘나’에겐 수많은 총알들이
날아왔거든요.
어쩔 수 없이
그 가녀린 작은 손으로
길지만 떫은 눈물과
새까만 흔적으로
방탄복을
한 땀
한 땀
짰습니다.
오랜 시간
탄탄하게 세워준
그 방탄복은
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줬습니다.
세월이 흘러
굳은살이 박힌
손바닥을 갖게 된 나는
사람을 싫어하면서도
사랑해야 하며
그들의 거울이 되어야 하는 숙명을
택해야겠습니다.
그들의 거울이 되기 위해
나는 그들을 향한 총구를 거둬야겠고,
알몸으로 혐오하는 그들과
사랑을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나’의 몸엔
수많은 칼자국과
흉측한 흉터들이 나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더 다치기 싫어
방탄복을 벗기 싫었습니다.
그래도
벗어보았습니다.
이게 내 ‘알몸’이니까.
이 또한
‘나’의 숙명이라는 것을 알기에
‘방탄복’을 걸어두기 위한
옷장을 만들었습니다.
조용히 옷장을 걸어 닫고
나는 거울과 마주합니다.
생각보다 나의
상처와
흉터는
오랜만에 브런치에 일지를 업로드한다.
그렇다고 내가 그만둔 거는 아니었다.
다만, '나'는 아직 프로 배우가 아니기에
vfx 아티스트로서의 경력 쌓기를 개을리 할 수 없기에...
포폴과 이력서 작성에 고군분투 중이었다.
내 브런치를 꾸준히 읽으셨던 분들은 아실 것이다.
얼마나 포트폴리오로 머리를 썩혔는지...
포트폴리오 결과물은 맨 마지막 글에 이미지로 남겨두겠다.
암튼!!
요새, 나의 '숙제'는 '감정분출'이다.
요 근래 2달 동안 내가 코치님께 듣는 피드백
지우는 머리로 연기하는 건 완벽하게 잘해.
때로는 그런 연기가 필요한 역할들이 있긴 하지.
근데,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연기가 더 나와야 해.
그게 지금 너 숙제야.
사실, 머리로 연기하는 거도 완벽한 지는 모르겠지만.
요새 내가 깨 부수려고 노력하는 부분이다.
왜 이렇게 감정분출이 안 될까...
동료 배우분들과
이런 부분들에 대해 얘기해 본 결과
가장 큰 2가지 원인은
'방어기제'
그리고 '사회성' 때문이라 결론을 내렸다.
배우는 '방어기제' 지양 연기적 '사회성' 지향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나 질문을 해보겠다.
조용히 글 보면서 손을 들어주도록
맞으면 손을 들어주길 바란다.
이제 그다음 질문이다.
1번과 2번 당신은 손을 몇 번 들었는가.
같은 기수 배우들한테도 물어봐도
2번에 손을 든 사람들은
딱 10-20프로 정도였다.
이게 '사회생활'을 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시도 때도 우는 것은 무슨
너 애기야?
왜 이렇게 찡찡대
라는 인식으로 안 좋게 낙인찍히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우리 사회성 좋은 인간들 마음에
'방어기제'가 방탄복처럼 우리 마음을 감싼 건 아닐까 싶다.
참고, 참고,
울고 싶어도 참고
화내고 싶어도 참고
기뻐도 참고
그게 오랜 세월 동안 반복되다 보니
솔직한 감정 표현에 무뎌졌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배우는 '인간'을 연기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인간'의 솔직한 내면도 끄집어내어 보여줄 줄 알아야 한다.
시청자들은
내면연기를 꿰뚫어 보기보다
보이는 거에 냉정하기 때문이다.
즉, 그들은
밋밋한 연기에 흥미를 잃는다.
그들은 감정을 후벼 파며
일상연기여도 본인들의 가슴에 공감을 끌어내는
연기에 환호를 하기 때문에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이상
'나'
그리고
우리 '배우 동지들'은
잠시 내려놔야 한다.
'방어기제'와 가식적 '사회생활'을
넷플릭스 드라마 '우주를 삼킨 소년'의 한 장면
'나'의 감정 연기 희, 노, 애, 락 중
가장 약한 부분은 '애'에 대한 표현이다.
요 한 달간,
나의 슬픔 유발 '기재'는 무엇이고,
왜 나는 어느 순간부터 슬픔을 잘 못 느끼는 건지
그 방어기제를 찾아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음... 나에게는 드라마나 영화를 옆에 켜 놓고
뭔가를 하는 습관이 있는데,
넷플릭스의 '우주를 삼킨 소년'이라는 드라마를 보게 된다.
그중, 마음을 후벼 파는 한 장면이 있었다.
간략하게 설명하면
주인공은 '일라이'라는 아이다.
'일라이'가 13살이었을 때,
'일라이'의 새아빠는 사랑하는 아내(일라이 엄마)가 마약중독자에서 힘겹게 벗어 나오게 도와주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마약거래'를 몰래 해오고 있었다.
그 부분을 눈치채고 어린 '일라이'가 새아빠가 거래하는 현장에 따라가
왜 그러냐고 엉엉 울면서 토로하는... 따지는 장면이 나온다.
새아빠는 그런 '일라이'를 다그치다가
흐느끼는 '일라이'가 안타까웠는지
이렇게 얘기를 한다.
네가 왜 눈물이 많은 지 아니?
제가 약해서요??
아니, 네가 착한 아이라는 거란다.
눈물이 많은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렴.
이 대사를 듣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흘러나오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나'한테도 위로가 되었던 거 같아서인 거 같다.
'나'한테 이 대사는
울 때, 마음껏 울어.
너 자신에 솔직해.
중요한 건 이 감정 또한 '너' 다운 거고
'너'가 약한 게 아니라
너에게 인간으로서 좋은 면이 아직 잔존해 있다는 뜻이야.
이렇게 들렸다 분명.
좀 더 감정연기를 끌어올리려고 어떻게 하고 있는가
1) how에 variation을 줘봐.
이전 글들에도 나열이 되어 있을 것이지만
나는 대사마다 'how+행동동사'를 적으며 연습을 하고 있다.
'감정연기'를 다양하게 끌어올리는 데
나는 'how'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며, 극대화시켜 변주해 연기해 보려 노력한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2인조 독백대사 연기 일지 글을 올리며,
다시 한번 더 자세히 보여주도록 하겠다.
어차피, 요 근래 집중해서 연습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2) 대사마다 분석한 'how+행동동사'가 제대로 표현될 때까지 기다려주자.
보통, 독백 연습을 할 때,
다음 대사, 그다음, 그 다다음...
이렇게 연습을 진행해 왔는데,
그렇게 하기보다
이제는
좀 더 대사에 'how + 행동동사'가 명확히 표현이 되게끔
생각을 하고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피드백을 들었다.
그 부분에서 역시나 또, 극대화해서 표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3) 일부러, over 해서 연기하자.
최근에 연기한 대사 중 '열혈사제'의 아래와 같은 부분이 있었다.
박경선 : 얘기해 봐. (그래도 어느 정도인지 대답이나 해봐., 물어보다.)
오요한 : 안타레스? 전갈자리 알파별이고요, 크기는 태양의 700배, 질량은 15배, 밝기는 1만 배나 더 밝고요, 중국에선 큰 불, 대화라고 합니다. 대화. Big Fire (신나서, 설명하다.)(눈치를 보고 약 올리다.)
나는 'nerd' 캐릭터가 '나'랑 잘 어울린다 생각했기 때문에
'오요한' 역할로 연기 연습을 했는데,
이때, 들었던 feedback은 차라리
오버해서 극대화해서 정말 찐 너드 느낌으로 표현해 봐
였다.
처음 take에서는
약간, 설명하는 듯이 얘기한 게 좀 더 컸다면
feedback을 듣고 연기한
두 번째 take에서는
'내가 nerd인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설명하네... 신나잖아.
아!! 그러면,
말이 빨라지지 않나? 내가 그러잖아.. 말도 빨리 하고, 동작이 커지지 않나?'
해서 일부로 신나게 빠르게 설명하면서
동작도 크게 크게 손짓으로 표현했다.
오히려 그게 더 낮다는 평을 듣게 되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생각한 어떤 '표현' '모습'이 있다면,
생각한 거보다 크게
더 크게
표현하는 거에 일부로 노출시키며 연습하고 있다.
over를 하는 게 사회생활에서는 그리 좋은 모습만은 아니겠지만
'연기' 사회생활에서는 그게 우리의 '역할'일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작년에 종양 수술 후
(어떻게 보면, 큰 수술도 아니었다. 시술이라 해두자.
다만... 제거 안 하면 항암치료 가야 했던... 그런 종양이라... 가볍진 않았던 거 같다.)
이미 있던 3d 포폴 다 뒤집어엎으면서까지
배우 길 걸으면서도
기어코 만든
완료한
포트폴리오 몇 장면 공유해 본다.
느낀 점 3줄로 쓰면
1.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
2. 제대로 퀄리티 있게 뭔가를 하는 '과정' 속에 있다면 시간은 걸리는 게 당연하다.
3. 그러나 결과물은 끝내줄 가능성이 높다. 마냥 도박이 아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영화인'이 되기 위해 이
미친 짓을 하고 있는 거고,
죽고 나면 후회 안 할 일들이라 나름 확신해서
'배우'이자
'VFX 아티스트'의 길을 걷고 있고,
둘 다 안 놓을 것이다.
다음 글들에서 또 보자.
간혹, 자주 업로드가 안 될 때가 있지만
걱정하지 마라.
대충대충 기간 맞춰서 쓰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니까.
어떻게든 올린다. (일, 월에 웬만해서 업로드. 늦으면 '화'요일에 업로드)
혹시, '배우적인 관점'이나
'배우적인 사고' 공유할 내용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면 좋겠다.
그러면, 나도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보고,
정성스럽게 글을 올려보도록 하겠다.
이만, 오늘도 '전활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