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 07. 여러 대사를 주구창창 연습하는 게 장땡은 아닌 거 같아
앞으로
당연히 아직 더 수련받아야 하고, 배워야 하며, 숙지해야 하지만
'나'는 연기하는 게 너무 재밌다.
특히나 뭔가를 투자했는데, 변화가 점점 느껴질 때 더 그러한 거 같다.
12월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은
'한 대사'를 갖고 여러 태도로 변주하며 연기 연습을 하는 것이었다.
아마, 3주 정도 이 훈련에 돌입했었던 거 같은데,
놀랍게도 나에게 이런 변화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1. 연기를 할 때, '그냥' 들어가는 것이 아닌 '태도'와 '목표'를 먼저 생각하는 습관
2. 내 앞에 대상이 점점 더 뚜렷하게 그려지고 있다.
3. 연기할 때 핵심 '행동동사'가 보이냐 안 보이냐를 구분하는 힘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이런 부분들에서 조금씩 성과가 있는 데에는
사실, 그렇게 대단한 거 없다.
'나'는 일지를 매주 적어서 올렸을 뿐이고,
시간이 '나'에게 남들보다 많이 부족하다는 거도 알기에
15분씩 연기 연습에 매일 투자한 거 말고 큰 거 없다.
근데, 그 '정량화' 된 방법으로 '꾸준하게' 투자한 게
결국엔 어떻게든 도움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태도 변주 훈련이란
말 그대로
한 독백 대사 지문을 갖고
다양한 태도로 변주해
연습하는 것이다.
태도를 변주할 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게,
마치 수학의 '확률'이라 생각하면 된다.
단순하게, 8 분석에서 변주를 준다고도 생각하면 되는데,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관계'만 변화를 주는 거도 있다.
아무튼, 내가 최근에 분석한 '태도 변주' 과정을 보여주면 아래와 같다.
중심 대사는
'오빠 어제 잔다고 해놓고 왜 바로 안 잤어?
거짓말하는 거야 지금?
오빠 어제 졸리다고 통화 열 시에 끊었잖아. 근데 왜 인스타는 여덟 시간 전에 활동 중이야?'
이다.
태도 1. 협박하다.
“왜 내 생각대로 안 움직이는 거야 … 죽여버리고 싶다.”
(하) 협박하다+집착(반스토킹)
오빠 어제 잔다고 해놓고 왜 바로 안 잤어?(칼로 협박하며 말하다.)_사랑하니까 웃지 않을까.
거짓말하는 거야 지금?(웃으며 재확인하다.)_약간 광기 있어야 할 거 같은데
오빠 어제 졸리다고 통화 열 시에 끊었잖아. 근데 왜 인스타는 여덟 시간 전에 활동 중이야? (반박하다.) 일거수일투족 보려면_집요할 거 같음.
—> 집착적이어야 함. 그 남자 친구 입장에서 무서울 거라 생각하지 말고. 내 입장에서 저 사람한테 얼마나 광적일지를 생각해봐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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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협박하다+소시오패스+비웃다. (내가 늘 우위에 있어야 한다 생각하는 반사회적 성향)_평소엔 정상.
오빠 어제 잔다고 해놓고 왜 바로 안 잤어?(물어보다.)
거짓말하는 거야 지금?(비웃으며 압박하다.) 오빠 어제 졸리다고 통화 열 시에 끊었잖아.
근데 왜 인스타는 여덟 시간 전에 활동 중이야?(물어보다.)
—→너는 내 손바닥 안 안에 있는데, 왜 자꾸 거짓말할까.
‘나’보다 낮은 인간인어도 내가 너를 사랑하는 거면 좀 좋게 잘 있지. 왜 이럴까. 웃기는 인간인데, 사랑스럽네.
태도 2. 혐오하다.
“초능력 집안의 남매_나는 오빠를 누르고 리더 자리를 차지할 거거든”
혐오하다(하)- 관종 남매 보는 느낌.
오빠 어제 잔다고 해놓고 왜 바로 안 잤어? (비웃으며 추궁하다.)
거짓말하는 거야 지금?(어이없어하며 반문하다.)
오빠 어제 졸리다고 통화 열 시에 끊었잖아. 근데 왜 인스타는 여덟 시간 전에 활동 중이야?
( 추궁하며 캐내다.)→능력을 못 쓸만한 결정적인 단서 찾아냈다는 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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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하다(상)-진짜 파버리고 싶을 정도로 싫음.
오빠 어제 잔다고 해놓고 왜 바로 안 잤어? (화가 나서 물어보다.)
거짓말하는 거야 지금?(어이없어하며 반문하다.)
오빠 어제 졸리다고 통화 열 시에 끊었잖아. 근데 왜 인스타는 여덟 시간 전에 활동 중이야? (시인을 유도하다.)
태도 3. 서운하다.
“지박령과 잘생긴 총각과의 사랑이야기.”
태도=서운하다(하)-삐짐../코믹느낌.
오빠 어제 잔다고 해놓고 왜 바로 안 잤어? (물어보다) 거짓말하는 거야 지금?( 차문 하다.) 오빠 어제 졸리다고 통화 열 시에 끊었잖아. 근데 왜 인스타는 여덟 시간 전에 활동 중이야?(중얼거리며 관심을 유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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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서운하다(상)-거의 울어야 하나./코믹느낌.
왜 울고 싶을 정도로 서운할까= 귀신과 인간관계지만 서로 썸도 탔고.. 서로 끌리고 있고.. 근데, 내가 귀신이라 서럽고… 오빠가 보고 싶었는데… 고백하고 태도가 달라져서.. 다시 그때로 돌리고 싶다는 서운함…
오빠 어제 잔다고 해놓고 왜 바로 안 잤어? (울먹이며 물어보다.)
거짓말하는 거야 지금?(울먹이며 하소연하다.)
오빠 어제 졸리다고 통화 열 시에 끊었잖아. 근데 왜 인스타는 여덟 시간 전에 활동 중이야?(울분을 토하며 물어보다.)
태도 변주 훈련을 통해 느낀 점
요즘에 '연기'를 공부하면서
'책'에 이전보다 더 많이 의지하게 되었다.
더 많은 행동동사들을 찾을 수 있기도 하고,
주위 사람들을 그렇게 많이 두지 않는 나에겐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현재 읽고 있는 책은 '트렌드 코리아 2025'이다.
더 기억에 남아야겠지만
나는 교수님께서 서두에서 말씀하시는 2025 소비 트렌드에 대한 키워드들 중
기억에 남는 4가지가 있다.
1. 옴니보어 = 여러 분야에 대한 관심
2. 페이스테크 = 앞으로는 사람의 감정을 읽고 대응하는 능력을 갖춘, 최대한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기업과 상품이 선택받을 것이다.
3. 무해력 = 작고 귀엽고 순수한 것들이 사랑받는다.
4. 물성매력 = 사람들은 '체화된 물성'으로 당신을 더 오래 간직한다. 당신의 그 매력은 무엇일까.
최근에 태도 변주를 하면서 든 생각이다.
'배우'로서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이 되려면
1. 한 상황 속에서도 여러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이긴다.
2. 비주얼, 개성 그거도 중요하다. 근데, '너'라는 사람은 배우로서 대중들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가.
아니 호소할 수 있는가.
3. '배우'는 인간의 '순수한 감정'을 표현하는 순기능의 교역지점에 있다. '순수한 감정'을 얼마큼 잘 받아들일 것인가. 그리고 그대로 표현할 것인가.
4. 오디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개성'을 가진 사람이다. 당신이 다른 배우들과 다른 압도적인 '개성'은 무엇인가. 찾았다면 그 부분을 더 강하게 키워야 한다.
이렇게 받아들여졌다.
태도 변주 훈련은 '나'에게 위 4가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생각한다.
1. 한 대사는 여러 가지로 해석이 될 수 있다.
2. 인간적으로 이 상황 그리고 태도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호소력 있을 수 있을까.
3. 인간은 참 다양하다. 그 기반에는 결국 정도의 차이일 뿐 '희로애락'의 변주다.
4. 나의 압도적인 개성은 '여러 얼굴'이다. 그럼, 그 모습을 키우기 위해서 나는 과감하게 변하는 모습에 도전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나'는 지금은 부끄럽고 조심스럽지만...(나는 아직 부족하다. 깨야 할 장벽들이 많다.)
왜 내가 어릴 때, '연기'에 흠뻑 빠졌었고,
'재능'있다는 얘기도 꽤 들었었는지
어떤 면에선 이해가 간다.
4가지 항목 모두 다 내가 갖고 있는 장점이자
늘 해오던 나의 '고민'이다.
지금은 하하... 다듬어야 될 게 너무나 많지만
지속적으로 '배우'로서 내가 어떻게 성장해갈 지도
나에겐 너무 궁금한 일이다.
10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대중들에게 눈에 띄기까지.
그래도 괜찮다.
조금씩 조금씩 누군가에게 나의 '다양성'이
인간적으로 다가가게 될 거라는 것을
한편으로, 나는 믿는다.
믿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