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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워서 멀어지는

chapter03.  순수한 손짓과 발장난은 비가 되어

오히려 나는 사람과 멀어지는 것이 더 편했었던 거 같다.


나만 그런 건 아닐 수 있다.


커가면서 마주친 많은 인연들과 나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무더운 여름 소나기가  내리고 운동장 한가운데 고인 물 웅덩이

그  한가운데 떨어진 돌의 울림이


근원에서 점점 멀어지는 거처럼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깊은 숲 속, 어릴 때 옹기종기 나란히 자란 소나무들도 100년 200년이 지나고 나서


커 가면서 서로 높이 오르고 굽어지느라 멀어지는 건 아닐까




그냥 이게 자연의 섭리인 거고

나는 그것을 따라야 하는 한낮 작은 인간이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데 자연이 그토록 미우면서도 무서우면서도

때로는 사랑스러운 어머니 같은 이유는


'우연'의 연속 속에 있다.


그래, 어린 소나무 새싹들은 어릴 때 옹기종기 빛이 잘 내리는 어느 한 봄의 산에서 

오순도순 자랐었다. 


'그래, 우리 평생 함께 하자.'


'우리는 저 높이 올라서 오래오래 같이 버티는 거야.'



그렇게 커가다가 서로의 목표에 집중하며 자라나다 보니 옆에 있는 어릴 적 친구를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가까워도 시간이 지나도 멀어지는 거 같은 작은 소나무들.


그런데, 그 속에서 나는 가끔 허리가 굽어져 마치 서로 손을 꼭 잡은 거처럼

서로의 가지가 겹쳐져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내는 소나무 두 그루를 봤었다.


그 그늘 밑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니 그 두 그루만 그런 건 아니었다.


그 두 그루가 서로 손을 마주하고 웃는 모습에

옆의 소나무들도 서로의 가지를 뻗어 환히 웃고 있었다.



어릴 적 나는 달리기를 매우 잘했다. 스스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나는 '릴레이 선수'로서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준 적도 있다.


뭐 이 얘기는 나중에 풀어보도록 하겠다. 


암튼 어릴 때부터 달리기 연습을 꾸준히 해왔기에 운동장과는 친숙할 수밖에 없었는데

나는 비 오는 날 달리기 연습을 못 할 때 

가만히 운동장에 고인 웅덩이를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


비가 쏟아질 때 웅덩이 속 파동은 점점 가운데서 멀어져 갔다.


왜 처음 비와 웅덩이는 입을 맞추고 점점 멀어져야만 할까.


생각해보니 안타깝다는 생각도 했다.


그 규칙 속에 어느 날 꼬마였던 나는 장화를 신고 

물장구를 쳤다.


학교 운동장 깊이 파였던 그 웅덩이 속 어렸던 나는 신나게 물장구를 했으며

그 속에서 비와 그 웅덩이는 마침네 깊은 입맞춤을 할 수 있었다.




사람과 자주 만나는 것을 좋아하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이랑 잘 못 지내는 나인 거도 아니다.



그렇지만 이전에 받았던 상처가  있었던 거 때문이지

나는 좀처럼 사람과 가까워지는 것을 안 좋아한다.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좋지만

얼마 마주하지도 않았는데 질문을 많이 하는 게 썩 편하지 만도 않은 거 같다.


그런데, 26살의 난 그냥 그대로 두기로 했다.


그들의 친해지는 방식인 거고 내가 바꿀 수는 없을 테니까

또 가까워질수록 멀어지는 우리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언젠가는 또 멀어질 수도 있으니 쪼끔은 가까울 때도 있는 거도

나름 '나'라는 이야기 속의 하나의 챕터이겠구나 생각한다.



가까워질수록 멀어지는 거 같을 때,

때로는 자연의 규칙을 따르는 듯 안 따르는 듯

우연의 사건을 일으켜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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