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4. 감정을 갖는 게 지쳐가는 순간
솔직히 사람이 항상 기쁠 순 없다.
그래서 슬플 때 우리는 슬퍼한다.
한 때 우리는 기뻐했었다는 걸 아니까.
그 매 순간이 힘들고 사랑스러울 때
비로소 나는 성장하는 것인지
점점 감정 변화의 무딤을 겪는 어른이 되어가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가끔은 평범하고 싶지만
평범할 때 인생은 재미없을 수도 있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내 인생을 즐기고 싶고
나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다.
그럴수록 나는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다.
꽃은 언젠가 질 걸 알고 활짝 핀다.
우리의 20대, 30대, 40대, 50대도 언젠간 질 걸 알기에
활짝 피어가고 있다.
참 아프기도 하면서
예쁘다.
우리 인간들이 느끼는 감정들이
그런데 솔직히 가끔은 사이코패스가 부러울 때가 있다.
차라리 감정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누구에게나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인생에 분명 하나는 있다.
마지막일 거처럼 최선을 다하고 싶은 사람이 존재하거나
존재했을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도 있냐고 감히 물으신다면
맞다.
나도 있다.
그래 있었을 것이다.
있었다.
그래서 가끔은 사랑을 두 번 다시 안 하고 싶다.
언젠가 질 걸 아니까.
서로의 인생이 지면서 지는 것
서로의 사랑의 촛대에 촛불은 더 이상 은은하지 않을 때
아니 서로의 촛불이 꺼지는 속도가 다른 것을
지켜봐야 하는 어여쁜 사람들
그리고
아파하고 기뻐하고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들에게
가끔은 힘겹게 뒤돌아가야 할 때
행복하게 걸어갈 때
한 번 즈음은 왔던 그 길을 다시 한번 지긋이 가보고
눈은 감고
향기를 맡아보라 하고 싶다.
그곳의 냄새가 나를 자극할 때
지긋이 눈물을 흘려보내 보자.
그 눈물은 그 내음을 머금었을 것이다.
내음을 흘려보내 주고
다시 뒤돌아 설 때
비로서야 들리는 다양한 향기들
나는 가끔 사이코패스였으면 좋겠다.
다양한 향기들이 들려도
내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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