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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발라 먹다 보니 나의 시발점

chap.06 수박


아시는가??


수박은 잘 익을수록 주름이 많다.

그리고 기분 탓일지도 모르는데 

이상하게 씨도 더 많다.


7월의 마지막 날,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날

취준생과 카페 알바를 병행하던 나.


내가 일하는 카페의 인기 메뉴는 '수박주스'이다.



그날도 점심시간에 오실 수많은 직장인들을 위해

수박주스 재고를 미리 마련해 두어야 했기에

나는 그날도 수박을 손질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습.. 나의 삶도 수박인가..??'



그런 이유가 든 건 '씨앗'을 품은 달달한 수박이 

나의 인생과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씨앗이 많을수록 이상하게  더 맛있어 보인다.



그리고 그날은 수박주스가 평소보다 더 많이 팔린다.




근데, 그 많은 씨앗을 바르는 나는 힘들긴 하다.




그런 생각 때문인가


그 많은 씨앗들을 보면서

어떻게 보면 이 씨앗들은 내 속에서 자리 잡고 있던 

'걸림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시원 달달한 순간을 피워내기 위해 

걸리적거리는

'걸림돌'


근데, 그 씨앗들은 또 다른 싱싱한 수박들을 

탄생하게 하는 '시발점'이 되어준다.


걸림돌이자 시발점이라...


씨앗은 수박의 존재에 있어 필요한 존재라는 것에 다다를 수 있다.


그러니까 당장은 나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필연적이면서 좋은 존재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까.




카페에서 수박씨 바르면서 이런 생각을 한 나도

요새 삶에 대해 생각이 많이 드는 거 같긴 하다.




그런데, 힘들게 씨앗을 바르면서도

'쓸데없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이 씨앗들이 아니면 내가 다듬는 싱싱한 수박도

탄생하지 않았을 테니까.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밭에 싱싱한 수박을 기르고 싶다면

수박 씨앗들을 많이 많이 뿌리고


그 수박들을 거두어

또다시 수고로움을 반복하며 수많은 씨앗들을 또다시 거두어 뿌려야 할 것이다.


나, 

우리의 삶에서도 

씨앗은 씁쓸할 수 있고, 귀찮을 수도 있고, 걸리적거릴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의 씨앗은 씁쓸하면서도 달콤할 거라는 것이라 믿는다.



그 이유는 우리는 그 많은 씨들의 수박이기에


자글자글 주름져도 달달한 수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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