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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의 추억

chapter 05. 사랑의 6번째 맛 권태기

쫄깃쫄깃한 식감이 나의 혀와 입술을 감싼다.


거기에 짭조름한 무의 고통의 아우성이 나의 미각의 통증에

오르가슴을 준다.


남자 친구와 오랜만에 족발을 먹게 되었다.


우리는 가까워질수록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권태기는 생각보다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뭐 어쨌든 중요한 건 그 권태기가 어떤 신호였나의 차이일 거 같다.



남자 친구에게 온 권태기는 마음이 식은 권태기는 아니었다.


그에게 닥친 업무량 승진에 대한 압박감 그리고 아마 회사 속에서의 

인간관계 등


다양한 정신적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가장 옆에 있던 한 때는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익숙한 존재라고 느껴져


무료함과 피곤함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잘했다고 옹호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남자 친구와 여자 친구인 나의 뇌 구조는 다르다.


그러기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해결해나가려는 것이 

또 다른 레벨의 사랑의 관계로 나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족발도 나에게 그러하다.


족발은 연애하기 시작한 초 


남자 친구가 나에게 보냈던 선물이었다.


당시 총선거 조사 알바를 하고 있었다.


그때 사귄 지도 2주밖에 안 되었던 때였는데


남자 친구는 밤을 새우며 아침에 일어나야 했던 내가 안쓰러웠는지


나에게 족발을 보냈다. 

야식으로 몰래


그때 그 족발이 내 인생에서 먹었던 족발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


그 족발의 추억은 나에게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더 알아보고 싶게 만들게 된

또 다른 맛이었다.


지금 먹고 있는 족발의 맛은 다르다.


그래 우리가 하고 있는 사랑도 다를지 모른다.


다만 중요한 건 


진심은 왜곡될 수 없는 법이다.


마치 족발의 비릿한 향은 인위적으로 감출 수 없는 거처럼


그렇다. 족발은 돼지의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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