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의 버드나무
그 여자의 이야기 Take#8
갈수록 길어지던 해가
오늘은 부쩍 빨리 저물었다.
'그도 그렇게 느끼고 있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그와 나는
딱히 많은 것을 나누려고도
그렇다고 숨기려고도 하지 않았다.
서로 물어보는 말에 대답을 해줬고,
질문의 이유를 알고 싶을 땐 물어보고
답을 해주었다.
두세 번 오고 가며 만난 사이라고 하기엔
제법 가까웠고
그렇다고 마음을 다 드러내어 보여주기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았다.
그는 격주로 일을 하는 시간이 조금씩 다르고
쉴 때는 주로 혼자 카페에 나와 채 다 보지 못한
뉴스와 이메일 체크를 하고
일 년 내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긴다고 했다.
한국보다 미국에 산지 더 오래됐지만
여전히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한국생활이 그립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부쩍 일이 지겨워지고
혼자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것조차
감정적으로 버거워질 때 쯔음,
눈이 벌건데도 안약을 찾지 못해 동동 거리는
나를 보았고,
내가 다시 궁금해질 무렵 달러 샵에서
나를 보아서 반가웠다고 했다.
나에게 그는
무력감과 알 수 없는 열등감에 파묻혀
나란 존재 자체가 이 세상에서
없어지고 있다고 느낄 무렵 -사실 그런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했다- 에 만난
잔잔한 강가에 사시사철 불평 없이 자리를 지키는
버드나무 같은 사람이었다.
지나갈 때마다
한 번씩 더 보게 되는 그가 일하는 곳
커피를 마시러 갈 때면 생각나는
편한 옷차림과 잘 어울리는
그의 웃는 모습
일할 때 있는 캐주얼 정장을 입은
그의 모습도 좋았다.
요가 강사란 꿈도 잠시 멈추고
남편 출근 준비를 도와주고
오전 오후 내내 나를 돌보기 보단
집안을 돌보며
남편과 먹을 저녁을 준비하며
보내던 나의 일상에
떠올리면 잠시나마 웃음이 번지는
사람이 생겨버렸다.
해가 점점 더 저물어 어둠이 깔릴 무렵
그와 나는 앉아 있던 자리를 정리하고
공원을 벗어났다.
약간의 어색함으로 공원을 들어갈 때와는
조금 다른 그와 내가 된 듯했다.
다음에 또 시간이 생기면
메시지를 하겠다고 이야기하며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와도
아직 아무도 없는 어두 컴컴한 집.
불을 켜기도 전에
가방을 내려놓고
맥이 탁 풀려 소파 위에 누워 버렸다.
살짝 열어두고 간 머리맡 창문에서
꽤 선선한 바람이 들어왔다.
마치 다 괜찮다며 나를 보듬어주는 것 같았다.
'띵동'
그렇게 깜빡 잠이 들었다.
남편은 키가 있음에도
집에서 누군가 자기를 위해
문을 열어주는 것이 좋다며
항상 벨을 누른다.
"잘 다녀왔어?"
"응, 오늘 잔업이었는데도 제법 바빴어.
하루 잘 보내고 있었어?"
"응 제법"
"뭐하고 보냈어? 웬일로 하루 종일 메시지도 없고
조용하던데"
" 혼자 공원 갔다가 커피도 마시고
그렇게 보냈어. 저녁은?"
"아, 회사에서 가볍게 먹었어. 괜찮아"
나도 그렇게 배가 고프진 않았던 터라
다행히 저녁을 차릴 필요 없이
씻고 침대에 바로 누울 수 있었다.
이제 날씨가 더워져서
조금 더 일찍 일어나 아침 운동을 해야 할 것 같다.
알람 조정을 하려고 잠금 해제한 폰에
그가 보낸 메시지가 와 있었다.
'오늘 같이 공원에서 보낸 시간 좋았어요.
자주 봐요 우리.
Good night'
'굿 나이트..'
나도 작게 속삭였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