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물과 썰물 사이의 회복
멈추는 법을 배웠다고 끝이 아니었다.
진짜 어려운 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때였다.
어느 날은 분명 나아진 것 같았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게 덜 고통스럽고, 몸이 예전만큼 무겁지 않은 날.
그런 날이면 나는 늘 같은 생각을 했다.
“이제는 올라오는 중이구나.”
“다시 예전처럼 살아도 되겠구나.”
문제는 늘 그다음 날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가능했던 것들이 오늘은 하나도 되지 않는 날.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지친 상태로 하루가 시작되는 아침.
그럴 때마다 나는 회복이 실패했다고 느꼈다.
조금 나아진 게 전부 무효가 된 것 같아서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
차라리 계속 바닥에 있을 때보다,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날들이 나를 더 흔들었다.
“봐, 역시 난 안 돼.”
“결국 또 이럴 거였잖아.”
그 말이 자동반사처럼 따라붙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회복을 너무 오래 ‘계단’처럼 믿어왔다.
한 칸씩 올라가면 다시는 내려오지 않는 구조 말이다.
그래서 가라앉는 날이 오면
그동안의 회복이 전부 취소된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번아웃을 지나며 조금씩 알게 됐다.
회복은 계단이 아니라, 파도에 더 가깝다는 걸.
파도는 밀려왔다가 빠져나간다.
겉으로 보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지만,
정말로 제자리인 것은 아니다.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사이
해변의 모양은 아주 조금씩 바뀐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모래는 계속 다져지고 있다.
회복도 그랬다.
좋은 날과 무너진 날이 번갈아 오는 건
회복이 실패했다는 증거가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이 다시 움직일 힘을 모으고 있다는
신호에 가까웠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하루를 이렇게 묻는 연습을 한다.
오늘은 들물인 날인가,
아니면 썰물인 날인가.
들물인 날에는 가능한 만큼만 걸어본다.
욕심내지 않고
“이 정도면 됐어”라고 말해주는 연습을 한다.
반대로 썰물인 날에는
억지로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다.
대신 물이 빠져나간 자리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를 본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날처럼 보여도,
사실은 다음 파도를 받아낼 준비를 하는 중일 수도 있으니까.
회복이란 항상 앞으로만 가는 일이 아니라,
다시 밀려와도 스스로를 버리지 않는 법을 배우는 일이라는 걸
조금 늦게 알게 됐다.
오늘이 가라앉는 날이라도
그 자체로 실패는 아니다.
그저 다음 물때가 올 때까지
내가 나를 놓지 않는 중일뿐이다.
이제는 이런 생각이 든다.
파도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썰물인 날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를
나에게 기꺼이 허락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