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후 20년이 지나고

직장생활이후 삶

by 금오름

대학 졸업후 20년 동안 직장을 다녔다. 물론 한군데 오래 있엇던 것은 아니고 중간중간 잠깐 한두달 쉴때도 있었지만 나의 직장생활은 작년 20년 2개월을 맞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남들 사는대로 초중고를 다니고 대학을 다니고 회사를 다니고 매우 평범하게 다른길로 새는 것 없이 열심히 사회적으로 정해진 루트를 따라 지난 세월을 살아왓다. 항상 무엇인가 목표가 있었고 늘 쟁취해야만했고 그 길을 벗어남 낭떠러지일 듯하였고 그 목표를 이루고자 아둥바둥 살아온 나로서는 아무 목표도 없고 압박감도 없었던 지난 한해가 정말 신기하게 느껴졌다. 물론 처음 몇달은 다시 취업을 하고자 이리저리 기웃거리기도 했지만 나이 40대 중반이 넘어선 윗 직급의아줌마를 조직에서 다들 꺼려하였다. 이내 난 깨끗이 단념하고 나의 삶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지난 40년간 내가 걸어왔던 길은 사실 나의 꿈이 아닐 수도 있다. 부모님, 학교, 주변사람들, 사회에서 나에게 기대했던 것들을 난 그대로 아주 성실히 잘 이뤄왔으니깐. 모 그래서 손해본 적은 없지만 난 늘 무언가 이뤄내야된다는 강박증과 남들로부터 인정받는 삶을 살아야된다는 압박감에 시달려왔다. 꿈을 꾸면 늘 높은 고개를 넘어가는데 힘이 모자라거나 매우 지저분한 환경에 직면해서 내가 필사적으로 뛰쳐나오고 싶어하는 그런 꿈들을 꾸었다.

한때는 히키코모리나 백수, 알바생들에 대해 어마무시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으로서 어떻게 친구도 안만들고 조직생활도 안하고 돈도 안벌면서 살 수 있을까? 지난 일년 동안은 난 그것이 백지 한장의 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년간의 직장 생활은 나에게 삶의 기반을 마련해주었다. 안정된 주거 생활과 화목한 가정, 다양한 인간관계. 나의 가진 지식과 자원을 활용해서 사업을 해보거나 다른 일을 해보는 것은 어떠냐는 얘기도 들었지만 지난 1년을 지나면서 그동안의 나의 삶이 내가 원했던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물론 지난 20년동안 내가 이루어 냈던 성취가 나를 기쁘게 했던 적도 많지만 나에 대한 많은 기대와 남들이 부러워하는 시선에 대한 갈망으로 늘 정신적으론 강박증에 시달렸었다.지난 1년은 나에게 있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나의 과거의 삶을 돌아볼 기회를 주었다. 어릴때부터 난 혼자 공상하고 몬가 끄적거리는 것을 좋아했었는데... 중고등학교때 문학수업을 엄청 좋아해서 소설책도 많이 읽었던 생각도 나고 한때 작가가 꿈이었던 적도 있었다.

이런 것들을 좋아했는데 그동안 내가 했던 일들은 돈과 관련된 일들이었다. 대학때 취업하려고 보니 돈을 다루는 금융쪽이 유망하다는 얘길 들었고 그 이후로 그일을 쭉 해왔었다. 돈을 다루다보면..... 사람이 점점 모든 것에 가격을 매기기 시작한다. 나와 얘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 가진 돈의 액수, 지금 하고 있는 일의 값어치, 내가 가진 경험의 커리어로서의 연봉액수, 내주변 인맥들의 경제적 가치, 내가 살고 있는 것과 쓰고 있는 것에 대한 가격 등등. 내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일과 관련된 사람들과 조직에서는 모든 것을 돈...값어치로 매기는 상황에 사실 난 견디기 어려웠다.

내가 다니던 병원 의사가 하는 말이 늘 "이건희가 10조 있으면 모해요. 저렇게 7년동안 병원에 누워있는데..." 그렇다. 어른들 하시는 말씀처럼 돈은 쓸만큼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대부분 남들에게 보여지고 선망을 사는 더 큰 규모의 돈을 원한다. 욕망을 점점 더 키우는 구조, 더 크고 비싸고 화려한 것을 원하게 하는 구조.

그리하여 돈을 너무 밝히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보니 내 정신은 날로 피폐해져갔다. 돈을 벌고 조직의 꼭대기까지 가려고 남을 짓밟고 이간질하고 .... 결국 큰 첨탑 꼭대기에 가기 위해서는 남을 이용하고 자신의 업적을 부풀리며 늘 이사람저사람 만나면서 회사나오면 뒤도 안돌아볼 친목을 다져야한다. 그곳까지 가려면 난 엄청난 악인(?)이나 독한년이 되어야하는데 내 성정상 또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았다.

요새 가끔 경제면에서 CEO나 굉장한 실적을 올린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 내지 인물기사를 보며 느끼는 점은 그들은 화려해 보이지만 매우 그 뒷면이 추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오너가 있는 회사는 오너에게 개처럼 충성해야 그 자리에 갈수 있는 것이며 오너가 없는 공적 회사들은 그 위치에 가기까지 무수한 피를 보며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남에게 대신 묻히는(충복을 만들어서) 그런 보통사람, 착한 사람들이 범접할 수 없는 인간 말종으로 살아가야 한다. 업계에서 여기저기 소식들을 듣다보면 CEO까지 오른 이들의 그런 무수한 악행(?)과 반사회적(?)인 행동, 인간이하의 비참함이 느껴지는 복종 등 수많은 스토리를 듣게되는데 정말 굉장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내가 과연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난 못할듯 싶었다. 입신양명(출세하여 세상에 이름을 떨침)이 동양적 사고관에서 최고의 가치인지 몰라도 나에겐 그러한 삶을 가지못했지만 아니 갈 능력도 안되었지만 그런 삶을 살아낼 정신력도 안되었던 것이다 .

요즈음 난 내가 좋아했던 외국어 공부를 하는 중이다. 일본어와 중국어, 내가 제일 알고 싶은 바로 이웃나라들. 물론 여행도 많이 다녔지만 언어에 대해 늘 공부해야지 하면서도 시간 타령으로 못했던 부분이다. 요새는 유투브를 통해 학원따위 다니지 않아도 배울수가 있다. 두 언어를 공부하면서 우리 한국어에 대해 정말 잘 만든 문자와 언어라고 뼈저리게 느끼면서 슬슬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할지 고민하는 중이다. 앞으로도 약간의 고민을 더 해야되겠지만 회사는 다니기 어려울 듯 하다. 그 조직에서 나를 원할지도 모르거니와 내가 이제 조직생활을 하기엔 너무 야망이라곤 없고 지쳐있으며 더 행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취업후 20년이 지나고 이제 나의 진로(?)와 미래(?)에 다시 고민해보는 사추기(사춘기 아니고)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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