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의 늪 1편

epi.11

by 우기뚜기

병원에 입사 전, 나는 인턴쉽 실습에 참여했다. 인턴쉽 실습은 병원의 모든 병동에 대해 교육을 진행하고, 기본적인 정신간호학 교육을 받는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내가 배정받았던 병동은 중독 환자분들이 많은 병동이었다. 오전에는 세미나실에서 교육을 받았고, 오후에는 각자 배정받은 병동으로 가서 실무 교육을 받는 구조였다.


나는 이때 처음으로 중독 환자분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배정받은 병동에는 정말 다양한 중독 환자분들이 계셨다. 알코올 중독, 도박 중독, 약물 중독 등 많은 환자분들이 병동에서 생활하고 계셨다. 특히 알코올 중독 환자분들이 많았고, 다음으로는 도박 중독 환자분들이 많았다. 나는 실습을 진행하며 이들과 면담을 이루고 싶었다. 다행히 환자분들은 나에게 호의적이었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주셨다.


나는 특정 환자와 라포(상호신뢰관계)를 형성했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환자로, 불법 토토 도박에 중독되어 병동에 입원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병동에 입원한 현실에 많은 불만이 있었다. 나에게도 수시로 언제쯤 퇴원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그는 종종 공중전화 앞에서 눈물과 함께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자신을 입원시킨 부모에게 심하면 욕설까지 하는 모습도 보이기도 했다. 나는 그와 꽤나 많은 시간을 보내며 면담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병동에서 진행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불참여하는 모습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병동의 수선생님께서 나에게 환자가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면담을 통해서 설득을 해보라는 작은 숙제를 주셨다. 나는 시간을 내어 주기적으로 환자와 면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설득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환자는 프로그램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느끼고 있었고, 그래서 나는 고민 끝에 환자의 팔을 잡고 함께 프로그램을 듣기 시작했다. 나의 행동에 미안함을 느꼈는지 조금씩 프로그램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시간이 지나며 다행히 환자는 조금씩 병식을 가지기 시작했고, 실습의 마지막 주에는 내가 함께 참여하지 않아도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환자는 나에게 자신의 삶에 대한 후회를 이야기했다. 도박을 하지 않았다면, 어린 나이에 빚이 생기거나 부모님과의 관계가 흔들리지 않았을 거라며 도박을 하기 전으로 삶을 돌리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이 부분에서 환자가 입원생활 중에 점점 병식이 생기고 있다고 판단했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보였다. 다행히 면담을 진행하며 환자는 과거의 후회를 조금씩 내려놓으며, 앞으로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 선생님, 저 진짜 이제 다시는 도박 안 할 거예요. 이제는 바보같이 살고 싶지 않아요. 처음에는 엄마랑 아빠가 정말 원망스러웠어요. 이런 병원에 저를 입원시킨 게 화가 났거든요. 근데 이제는 그냥 죄송해요. 아들이라곤 저 하나인데, 도박이나 하고 이제는 제 미래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어요. "


이 말을 듣기까지 환자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면담을 진행할 때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희망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인터넷으로 각종 명언들을 찾아보기도 했다. 겨우 고등학생 정도의 나이에 앞으로의 삶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환자가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중독 환자는 재입원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독은 그만큼 치료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빠르면 퇴원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입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어린 환자는 부디 재입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행인 것은 해당 병원에 입사 후 퇴사하기까지 그 환자가 재입원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아마도 환자의 개인적인 노력도 있었겠지만, 아들의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님의 영향도 컸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는 그 환자가 자신의 삶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잘 살아가고 있을까 생각이 들곤 한다. 중독 증상에 대해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를 시작한 만큼 예후가 긍정적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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