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2
간호학과 학생들은 보통 졸업을 앞둔 3~4학년에 원하는 과를 정한다. 나는 정신과를 원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 번쯤은 거쳐가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정신간호학 시간에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정신병동 간호사에게 보이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1. 가족, 친구, 지인 등 가까운 사람이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다.
2. 자신이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내면에 이유 모를 공허함이 존재한다.
3. 정신과에 학문적 관심이 있다.
보통 이 세 가지 경우의 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에겐 모두 해당되었다. 나는 가족 중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나는 내면의 공허함이 존재한다. 이 공허함의 의미를 알고 싶었다. 의미를 알기 위해 정신간호학, 심리학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정신과에 가면 어떤 작은 해답이라도 얻을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보통의 경우 간호학생들은 경험을 쌓고 다양한 케이스에 대한 공부를 위해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을 지망한다. 정신과로 처음 스타트를 하는 학생들은 적었다. 하지만 나는 교수님들의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신병원에 입사했다.
다행히 퇴사한 현재까지도 정신병원에 입사했던 것에 후회는 없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꽤나 임팩트 있던 경험이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같이 근무했던 동료 선생님들, 보호사님들과도 원활한 관계를 이어갔다. 나이트(야간근무) 근무 시 선임 간호사 선생님과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선생님도 위에 제시된 3가지 경우에 해당되는 분이셨다. 각자 제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이곳에 모이게 된 것이다.
정신과에 근무하고 있는 의료진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한 가지 답변이 있다. 자신에 대해 더욱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정신병동에서 근무하게 되면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다. 이것은 분명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며 근무할 수 있는 직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추가적으로 나는 정신병동에서 근무하며 많은 반성을 했다. 환자들에게 간호를 하며 나의 삶을 돌아보고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앞으로의 삶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 있었다. 이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동료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로 겪었을 과정일 것이다.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픈 삶이 버거워 입원을 결정한 환자분들도, 사명감을 가지고 때로는 자신을 다치게 하며 근무하는 의료진 선생님들도, 그곳을 벗어나 새 삶을 살아가려 길을 만들어가는 나 자신도. 매 순간 불안과 걱정을 떨칠 수 없는 가시밭길을 걸어가는 우리에게 여유가 내려앉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