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는 사람들

epi.3

by 우기뚜기

정신병동에서 근무하다 보면 응급한 상황을 자주 마주친다. 갑작스러운 증상 발현으로 인해 폭력성을 보이는 환자는 꽤나 흔했다.


신규 간호사로 근무 중, 갑작스러운 큰소리에 간호사 스테이션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환자들끼리 다툼이 생긴 것이었다. 심한 폭력성을 보이던 그 환자는 의자를 머리 위로 든 상태로 주위의 사람들에게 휘두르며 위협을 하고 있었다. 간호사와 보호사가 다가가 대화를 시도하였다. 나 또한 가장 앞에 서서 그 환자에게 손바닥을 보이며 진정하라고 말하였다. 하지만 그 환자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의자를 우리를 향해 던졌다. 다행히 운동신경이 좋았던 보호사가 그 의자를 잡았고, 앞뒤로 다 같이 덮쳐 환자를 제지하였다. 제지하는 과정에서 환자에게 주먹으로 맞고, 발로 차이고 꼬집혔다. 일이 끝나고 난 뒤 살펴보니, 나의 팔은 온통 긁힘 자국으로 피가 나고 있었다. 나의 옆에 있던 보호사님은 뺨을 주먹으로 맞은 탓에 멍이 들어 있었고, 나의 선임 간호사 선생님은 발로 차여 간호복에 선명한 발자국이 나 있었다.


이런 일은 꽤나 흔한 일이었다. 소동이 끝난 후 우리는 서로의 안위를 살피며 연고를 발랐다. 나는 당시에 신규 간호사로써 조금은 화가 나있던 상태였다. 아무리 의료인이라지만, 사람에게 맞기도 했고 무엇보다 나는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었다. 연고가 발라진 팔을 보며 한숨이 나왔고, 올라온 화를 누르며 일을 계속했다.


이렇게 환자에게 맞는 일은 시기에 상관없이 흔하게 일어나는 일들이었다. 병동에서 근무 중, 가장 심각했던 2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이 일은 나와 자주 근무가 겹쳤던 선임 간호사 선생님과 당시 함께 근무했던 보호사님에게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에 응급상황이 발생하여 환자를 제지하던 선생님과 보호사님은 환자에게 그만 물리고 말았다. 얼마나 심하게 물렸던지, 두 분 다 팔에 피가 철철 흘렸고 EB 붕대를 이용해 급하게 처치를 해야만 했다. 당시에 찍은 상처부위의 사진을 확인했을 때 선명하게 사람의 이자국이 찍혀있었다. 인간의 근육 중 가장 강한 힘은 치악력이다. 사람의 치악력이 이렇게 강하다는 것을 그때 깨닫게 되었다. 두 분은 팔에 붕대를 차치한 상태로 계속해서 근무를 하였다. 그 모습이 조금 안쓰러워 보였다.


두 번째 사건도 마찬가지로 같은 병동에서 근무했던 선임 간호사 선생님께 벌어진 일이었다. 그 선생님은 스테이션 앞에서 환자와 대화를 나누던 중 다른 환자가 뒤를 접근해 후두부를 가격했다. 주먹으로 4차례 강하게 가격 당하는 모습이 병동 내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때렸던 환자는 건장한 남자 환자였고, 그 선생님은 여성 선생님이었다. 환자에게 맞은 직후 상황 파악을 미쳐 하지 못하셨는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서있던 모습은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일이 터지고 난 후 그 선생님은 스테이션 안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나도 그 소식을 들으며 같이 마음 아팠던 기억이 있다.


이런 일들을 겪은 후 정신병동에서 근무 시 안전에 대해 더욱 주의 깊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사고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다. 맞으면서 일한다는 게 어떤 느낌일지 일반인들은 감이 잡히지 않을 것이다. 조금은 처량한 감정을 느낀다. 내 부모님이 이 모습을 보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 다친 나의 몸을 보며 분노와 슬픔, 답답함, 억울함 등등 다양한 감정들이 올라온다. 운이 없으면 다친 상처를 내가 직접 치료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더더욱 처량함을 느낀다.


솔직히 이런 고충들을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했다. 다른 직업들도 충분히 힘들고 위험한 일들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당시에는 억울했고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것이 전부였다. 서로의 고충에 대해 아는 동료끼리 약간의 위로를 전하는 것이 전부였다. 당시에 나는 느꼈던 분노와 억울함,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랐다. 운동을 해도, 산책을 해도, 맛있는 것을 먹어봐도 이 불쾌한 기억들이 쉽사리 떠나지 않았다. 그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익숙해지고, 처음엔 크게 놀랐던 감정들이 조금씩 무덤덤해져 가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이러한 사건들을 연속적으로 겪으며 어떤 일들이 터져도 무표정으로 상황을 바라보던 간호사 선생님들과 보호사님들의 심정이 이해되었다. 나 또한 점점 무덤덤한 사람으로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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