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집이 되어버린 사람들

epi.4

by 우기뚜기

보통 일반적인 병원에서는 같은 질환으로 수차례 입퇴원을 반복하는 일이 흔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신병원에서는 이러한 일이 꽤나 흔한 일이다. 정신병동에 근무하면서 같은 질환으로 인해 입퇴원을 반복하는 환자분들을 더러 보았다. 가장 심했던 사례로는 입퇴원을 약 80차례 반복했던 환자도 있었다.


환자분들을 퇴원시킬 때 항상 하는 말이 있었다. 의학 드라마에서 나왔던 대사인데, 그 장면을 감명 깊게 봐서 자주 말했던 대사이다.


"우리 다시는 보지 말아요."


더 이상 환자분이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자주 말했던 말이다. 하지만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퇴원 후 다시 입원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원인이 무엇일까?


1. 불규칙한 약물 복용

정신질환 치료의 핵심은 약물치료이다. 약물치료는 환자에게 많은 인내를 요구한다. 수술처럼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케이스마다 다르지만, 대개 오랫동안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과정에서 환자는 자연스럽게 치료 과정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고, 자의적인 판단으로 약물 복용을 끊기도 한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자의적인 판단으로 갑작스럽게 약물을 복용하지 않게 된다면 증상이 발현되어 다시 입원 수속을 밟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된다면 당연스럽게도 치료는 더욱 어려워진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을 막는 방법은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며 주기적으로 의사와 상담을 진행해야 한다.


2. 치료의 어려움

이 경우는 약물을 복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약물이 환자에게 맞지 않거나, 질환 자체가 치료가 힘든 경우이다. 특정 약물이 환자에게 맞지 않는 경우에는 약물을 조금씩 바꿔가며 치료를 진행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바뀐 약물이 환자에게 부작용으로 나타나진 않는지, 의료진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질환 자체가 치료가 힘든 경우도 있다. 대개 만성 질환이 여기에 해당한다. 만성 우울증, 만성 조현병 등 급성기 질환이 아닌, 만성기로 접어든 질환은 치료하기가 더욱 힘들다. 쉽게 비유를 들자면 탈모를 예로 들 수 있다. 탈모를 조기에 발견하여 빠르게 약물 치료를 시행한 사람과 아닌 사람은 미래에 남겨진 머리카락의 양이 달라지듯, 정신 질환도 조기에 발견하여 빠르게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추가적으로 치료 과정에 있어, 환자도 보호자도 협조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보호자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인해 치료가 더뎌지는 상황도 꽤나 흔하게 보았다.


정신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입퇴원을 반복하는 환자들을 보며 사실은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내 직업이 존재하는 의미가 있을까 하는 그러한 물음들 말이다. 학교에서는 이러한 사실들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생각보다 진상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환자나 보호자는 즐비했고, 병원이 집인 양 드나드는 환자들도 많았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며 진정한 의미의 치료가 되고 있는 것은 맞는지, 나의 존재가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자주 고민했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분명히 나의 존재가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분명한 사실은 자신의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자신의 삶에 변화를 주기 위해 애쓰는 환자가 있다는 것이다. 조금씩 나아가는 환자들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곤 했다. 이 과정에서 환자도 성장하지만, 의료진인 나도 성장했던 경험이 있다.


이 세상엔 아픈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 같다.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모르기 쉽다.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정신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었는지 처음 깨달았다. 그러니 정신 질환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내었으면 좋겠다. 혼자만 아픈 것도 아니고, 전혀 이상하게 생각할 것도 아니니 편하게 병원에 오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삶이 조금씩 나아지고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을 많은 환자들이 겪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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