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

epi.5

by 우기뚜기

병원에 입사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났을 때 문제가 시작되었다. 간호사는 3교대 근무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면 패턴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2~3시간도 못 자고 출근하는 날이 허다했다. 그로 인해 나의 명랑했던 얼굴은 점점 생기를 잃어갔다.


첫 한 달간은 안 하던 일에 적응하랴 퇴근 후 잠이 잘 왔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점점 몸이 병원일에 적응을 시작하자 잠이 통 오지 않았다. 잠을 못 자고 출근하면 기억력이 평소보다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매일 하던 업무였음에도 빠뜨리는 경우가 점점 많아졌다. 잠을 못 자는 날이 늘어가자 심지어는 귀도 잘 안 들리고 눈의 피로도 계속해서 올라가 조금의 빛만 봐도 눈이 따끔거렸다. 나의 눈에는 항상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었다. 가장 심각했던 것은 나의 감정상태였다. 점점 무기력해지고, 예민해졌다. 우울감과 함께 화도 자주 났었던 것 같다. 나는 이때까지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을 시작한 지 3달째가 되었을 때 오랜만에 만난 엄마가 나를 보고 깜짝 놀라셨다. 살이 급격하게 빠졌다는 것이다. 몸무게를 재보니 원래 내가 알던 몸무게에서 약 15킬로가 빠져있었다. 이때부터는 조금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느 날엔 일이 한번 터졌다. 퇴근 후 집문 앞에서 문을 여는데 순간 눈앞이 깜깜해지더니 그대로 넘어졌다. 넘어지면서 박은 나의 이마는 붉게 올라왔고, 잠시 기절했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었다.


나의 입사 동기들과 선배 간호사 선생님들께 나의 이야기를 했더니 다들 조금은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간호사로 근무를 하게 되면 3교대의 근무형태로 인해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일은 흔했다. 그런데 나의 경우는 조금 심한 경우였다. 나와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병동의 수간호사 선생님께서 점점 말라가는 나를 보고 면담을 하자고 하셨다. 업무 중에 힘든 점은 없는지, 건강 상태는 괜찮은지 등등 나의 상태를 전반적으로 물으셨다. 면담이 간단하게 끝나고, 병동의 과장님께 전화를 하시더니 과장님의 진료를 보게 되었다. 진단명은 수면장애였다. 진료가 끝난 후 약을 처방받았다. 내 생애 처음으로 수면제를 먹게 되었다. 이때 나는 진지하게 퇴사를 고민했다. 나의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수면제를 처방받고 집에 오는 길은 근심이 가득했다. 어렵게 간호대학을 졸업하였는데, 고작 수면 때문에 간호사 일을 그만둬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기 때문이다. 이 약을 앞으로 얼마나 더 먹어야 하는지, 나의 상황이 약으로 인해 더 나아질지 알 수가 없었다. 나를 진료해 주셨던 과장님께서는 약을 먹어가며 일하는 것을 바라진 않는다며 진지하게 다른 진로를 고려해 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이야기하셨다. 나는 그 말이 정말 무겁게 들렸다. 내가 고생했던 지난 대학시절의 시간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약을 먹은 후로 조금은 나아졌다. 물론 매일 잠을 잘 자진 못했지만 대체적으로 4~6시간은 잘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수면 시간으로는 하루의 피로를 녹일 순 없었다. 기본적으로 성인의 권장 수면 시간이 7~9시간인 것에 비해 여전히 수면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병원을 근무하는 동안엔 항상 몸이 무거웠다. 피로를 이겨내기 위해서 카페인 음료를 먹으며 일을 했고, 이것은 악순환의 고리가 되었다.


입사한 지 3개월 만에 찾아온 변화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나는 마음을 잡아가야 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일을 그만두자고 결정했다. 몸 건강이 여기서 더 나빠지게 된다면 가차 없이 그만두기로 말이다. 이때부터 나는 카페인 음료를 끊고, 각종 건강식품과 약간의 꾸준한 운동을 시작했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쉽게도 없었지만,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미래에 그만두게 되더라도 후회가 적도록 말이다.


피로를 버텨가며 근무를 시작하는 선배 의료진 선생님들이 존경스럽게 보였다. 선생님들 중에는 비교적 젊은 나이임에도 흰머리가 많이 보이거나, 각종 검사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을 꽤나 자주 보았다. 자신의 생명을 깎아가며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의 몸이 아프기 시작하니 눈에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삶이 건강하게 살기엔 안타깝게도 현실이 녹록지 못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건강한 삶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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