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을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 그 후에 행동은?
나는 일산에서 파주에 있는 영어마을로 출퇴근을 10년 넘게 하였다. 자동차 도로로는 유명한 자유로 그 길을 자동차로 10년 넘게 운전 하였다.(자유로가 유명한 이유는 과속하는 차들이 많기 때문이다.)
출퇴근을 하는 길은 항상 자동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자동차로 30분도 안 되는 길을 버스로 1시간 넘게 이용할 수는 없었다. 특히 바쁜 아침 출근길에 2배의 시간을 써가면서 출근할 직장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10년 정도 같은 길을 운전하다보니, 어디에 과속단속 카메라가 있는지, 어디에 아스팔트 노면상태가 고르지 못한지, 비올 때면 어느 차선이 물이 많이 고이고, 눈 올 때면 어느 차선이 눈이 쌓여 잘 안녹고 위험한지, 속속들이 알 수 있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집과 회사를 오가는 자유로는 눈감고도 운전할 만큼 익숙해 졌다.
어느 날 가족과 함께 한탄강에 있는 캠핑장에 가는 길이였다. 캠핑을 간다는 사실에 초등학생 아들과 유치원 딸아이는 무척 들뜨고, 설레고, 나역시 그랬다. 차안 분위기는 무척 쾌활하고 즐거웠다. 자유로는 시속 90Km 속도 제한이 있다. 출퇴근 할 때는 과속 단속카메라를 피해 중간 중간 빠르게 달릴 때도 있었다. 아니 많았다. 하지만 가족과 나들이 특히 어린 아이 두 명에 아내까지 태우고 가는 길이다. 정속도를 지켜며 안전운행을 했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자유로를 한창 달리고 있을 때였다.
옆차선에 있던 차량 한대가 갑자기 내 앞을 급하게 끼어들어 빠르게 치고 나갔다. 과속 단속 카메라가 없는 구간에서 정속도를 유지하며 운전하는 것, 그것도 자유로에서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차선도 비여있어 얼마든지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었다. 굳이 내앞으로 끼어들 필요는 없었을 텐데, 정속 주행에 불만인듯 내앞으로 위협적으로 끼어들어 지나갔다. 나는 1차선도 아닌 2차선에서 정속 주행을 하고 있었다. 그런 내 앞을... 더우기 나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두 아이가 모두 타고 있는데, 자칫 사고로 이어 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나도 모르게 큰소리가 입 밖으로 나왔다.
"아니, 저런 미친 새끼가...!!!"
아내가 조심히 운전하라며 내게 말했다.
"내가 아니라 저 새끼가 잘못한 거야!, 왜 나한테 그래!"
순간 차안 공기는 싸늘해졌다.
방금 전까지 재잘거리며 장난치고, 즐거워하던 아이들. 캠핑 간다는 설렘에 잔뜩 들떴던 아이들이 순간 조용해졌다.
좀 전의 들뜬 분위기는 모두 사라지고 차안의 공기는 무겁기만 했다.
소리치는 그 순간 내가 지른 큰소리에 나도 조금 놀라며 머리속에 '띠잉~~~~~~~' 하는 소리가 났다
그순간 나는 뭔가 깨달았다.
지금 차 안에 타고 있는 사람중에 잘못을 한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정속 주행을 했던 나도, 캠핑에 들뜬 아이들도, 차창 밖을 풍경을 보던 아내도. 그 누구의 잘못도 없다. 잘못을 한 사람은 바로 내 앞을 위협적으로 끼어들어 빠르게 치고 도망간 그 차의 운전자 놈이다. 잘못의 원인은 외부에 있다. 내가 화를 낸다고 문제가 해결 되지 않는다. 잘못을 일으킨 그 새끼는 벌써 빠르게 지나가 버렸다.
잘못을 바로 잡을 거라면 그 새끼를 빠르게 뒤쫓아 가서 경적을 울리든, 하이빔을 쏘든 했어야 했다. 아니면 차창을 열고 그 놈한테 소리 쳤어야 했다.
분명 잘못은 그 놈이 했는데, 그 놈한테 해야 할 나쁜 소리를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아이들이 들어야만 했다.
우리의 즐거운 나들이 분위기가 한 동안 가라앉아 있어야만 했다.
다행이 캠핑장에 도착하고서 차안의 일은 잊고, 다시 즐거운 분위기로 캠핑을 했다.
그일이 있은 후 나는 그런 상황에 그런 말들을 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나라 축구경기를 일본하고 하면서 선수들이 실수를 하거나 결정적인 기회를 놓칠 때,
"아니, 밥만 먹고 축구만 하는데 거기서 그렇게 밖에 못하냐!!"
이런 말을 안 하게 되었다.
어차피 내가 TV 속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TV속 축구선수가 TV밖으로 나올 수도 없다. 그런 말을 하면 그 소리를 듣는 것은 결국 나와 내 가족들뿐이다.
술자리에서 회사얘기도 잘 안하고 말조심을 하게 되었다.
잘못을 한 것은 권한을 가진 자의 잘못된 판단, 또는 그 부조리함인데, 같이 술을 마시는 나와 친한 동료들이 왜 그 권력자가 들을 나쁜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일까? 잘못을 물을 거라면, 잘못을 한 그 사람에게 해야 할 것이다.
가해자는 가해 사실을 알지도 못하고 떠나버렸는데, 피해자끼리 모여 같은 피해자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니였을까?
상황이 잘못 되었으면, 잘못된 상황을 바로 잡아야 한다. 순간의 화만내고 풀어버려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 이미 벌어진 상황을 되돌릴 수 없을 때, 수많은 가정을 후회할 필요는 없다. 그 일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