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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yrunner Apr 30. 2022

1.4 면접이라는 소개팅

[첫 만남 입사하기]

면접이라는 소개팅


면접과 소개팅은 비슷한 점이 많다. 처음 만나 어색하기도 하고, 서로의 호구조사를 해가며 공통점을 찾아간다. 남녀가 처음 만나 마음에 드는 상대가 나왔을 때, 조금이라도 더 잘 보이고 싶다. 보통 남자는 여자가 좋아하는 남성상의 모습으로 보이고 싶다. 그래서 허세를 부리기도 한다. 능력이 많은 것처럼, 집안이 괜찮은 것처럼, 강인한 생활력과 정신력을 가진 것처럼, 친구와 인간관계가 좋은 것처럼 조금은 과장한다. 허세 부리고 싶은 것은 내가 능력이 부족해도 좋은 여자를 만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여자도 마찬가지이다. 남자가 매력적인 사람일 때 조금이라도 더 잘 보이기 위해 남자 입장에서 좋아하는 여성상. 단아하고, 청순하고, 다정다감하고, 조신하고, 애교도 있는 것처럼 보이고자 한다.(매력적인 여성에 대한 논란이 있겠지만, 나는 아직도 모든 남성의 이상형이 긴 생머리에 가냘프고 여리여리한 여성이라 생각한다.) 한마디로 남자는 허세이고, 여자는 내숭이다. 처음 보자마자 ‘나는 돈이 없어서 옥탑방에 산다’라고 하는 남자는 없다. ‘나는 서울에서 제일 전망 좋은 곳에 산다’라고 말할 것이다. 여자도 처음부터 ‘난 내방 정리도 안 하고 게으른 성격이다.’ 하는 여자는 없다. ‘사소한 일에 집착하지 않고 성격이 쿨한 스타일이다’라고 말할 것이다. 꼭 상대를 속였다기보다는 그냥 다른 시각에서 표현한 것이다.  


회사와의 소개팅, 면접도 그렇다. 회사로써는 괜찮아 보이는 구직자를 직원으로 채용하고 싶다. 그래서 회사가 가진 것을 포장한다. 매출이라던가, 업력, 복리후생, 주어지는 업무 등등 좋은 점들만 강조한다. 장점만 말하고, 단점은 굳이 말하지 않는다. 이것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야 좋은 직원을 채용할 수 있으니, 처음부터 “우리 회사는 일이 많아 힘들고 야근도 많다. 당신 또래의 직원들은 대부분 1년 버티다가 이직하거나 퇴사한다. 20대의 퇴사율은 80%이고, 30대의 퇴사율은 60%이다. 금전적 대우는 업계 상위지만, 조직문화는 상명하복이라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군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하는 곳은 없다. “우리 회사에서 일하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 많은 것에는 스트레스를 견디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다는 걸 포함이다.


구직자도 마찬가지이다. 면접을 보면서 최대한 자신을 포장한다. 면접을 보면서 ‘나는 형제가 없이 혼자 귀하게만 자랐다. 부모님이 모든 힘든 일을 대신 처리해 주시고 어려운 일은 한 번도 해 본 적 없다. 그냥 공부만 했고,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도 별로다. 이기주의까지는 아니어도 남에게 피해 주고, 남에게 피해받지 말자는 개인주의적 성격이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나는 현명하신 부모님 밑에서 사랑받고 자랐고, 공부도 열심히 했고, 사람들과 인간관계도 원만하다’고 말한다.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물어도 이렇게 대답한다. 비슷한 경험이 있다. 그일 해봤다.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다. 뭘 열심히 해야 할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남녀 사이도 마찬가지고 회사와 구직자 사이도 마찬가지다.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더 잘 보이고 싶다는 욕심 때문인 것을...

그런 면에서 보면 방어적 자세와 내숭을 떨고 있는 것은 회사이고, 공격적 자세와 허세를 부리는 것은 구직자라 할 수 있다. 상대방이 어느 정도는 속아 넘어가 주길 바란다. 남녀 사이도 서로 부족해도 일단 연애가 시작되면 참아가며, 또 때론 맞춰가면서 연애하듯이, 회사와 직원 사이도 일단 관계가 형성되면, 어느 정도 부족해도 생활하며 때로는 양보하고, 때로는 참아가며 생활하게 된다. 

면접이라는 소개팅. 소개팅을 아무리 많이 했다고 해서 이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별일 아닌 것에 목숨 걸고 승부욕이 있는지, 가끔 욱하는 성질이 불쑥불쑥 나오는지, 이상한 것에 집착하는지 알 수가 없다. 사귀기 전까지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면접에서도 아무리 구직자 면접을 많이 본 회사의 인사 담당자라 해도 당신의 속마음, 성격 등을 속속들이 다 알아내기는 한계가 있다. 반대로 당신이 아무리 면접 연습을 많이 해서 배우 뺨치는 완벽한 연기를 했더라도 면접관은 지금 보는 모습이 100% 당신의 모습일 거라 평가하지도 않는다. 다만 상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어느 정도 잘해보자는 취지에서 그랬다는 것만 인정하자. 구직자 입장에서 회사에 막상 들어와 보면, 면접 때 들었던 이야기와 완전 딴 판인 경우도 있다. 업무 분위기며, 복리후생이며, 그리고 성과평가 등등 면접 때 했던 이야기는 다 옆 건물 회사 이야기인가 싶을 때가 있다. 회사 입장에서도 입사 전에는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더니, 이거는 불평불만만 있고 언제 나갈지 몰라서 불안 불안해해야 한다. 기분 좀 풀고 이야기 좀 하자고 회식하자 했더니, 회식 참여는 강요하지 말아 달라거나, 그런 강요는 업무 종료 후 자기 사생활을 침해라고 하기도 한다.

마치 나 좋다고 쫓아다닐 때는 언제고 조르고 졸라 만나 줬더니, 이제는 완전 상전이 따로 없는 격이다. 

면접에 서로 속이고, 속았다, 취업 후 너무 함부로 대해 상처받거나 억울해하지 말자. 소개팅에서도 여자가 화장 곱게 하고, 분위기 있는 곳에서 조명발을 좀 이용하려는 것도 다 그런 것 아닌가? 남자도 고급스러워 보이고, 근사한 음식점에 데려가는 것도 능력 있고, 괜찮아 보이고 싶어서 아녔던가. 딱히 누군가를 속인다기보다는 다 좋은 만남, 좋은 인연을 위해 노력한 것이다. 


사람을 한 두 번 만나서 알 수 없고, 겪어 보지 않고서 겉모습과 몇 마디 말로써 전부를 알기가 어렵다. 누군가 대단한 독심술을 가지고 있어서 당신과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선 당신에 대해 모든 것을 파악한다고 하면 어떤 기분이겠는가?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소리일 것이다. 그래도 그동안 살아오며 겪어본 수많은 유형 중에 아마 내가 아는 누군가의 스타일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고 막연히 추측할 것이다. 단 한 명도 같은 외모에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성격이나 인성을 파악했다고 해도, 일에서 주어지는 환경에 따라 사람은 각자 다른 감정과 다른 행동을 보이게 된다. 매번 맛있다고 해서 같은 음식점만 계속 데려가면 어느 날 문득, 화를 내는 그녀를 마주치게 될 수 있다. 내가 잘못한 것이 없다고 해도 그녀는 그날의 기분, 상황, 날씨, 그 시간, 그날의 컨디션 등 다양한 (내가 알지 못하는) 이유로 불현듯 짜증을 부리거나 한다. 회사도 비슷하다. 같은 업무를 처리해도 똑같은 방식으로 해서 칭찬받았던 일이 불현듯, 매번 변화 없이 예전 했던 방식만을 고수한다며, 핀잔을 듣기도 한다.      


소개팅 후에 애프터 연락이 없거나, 애프터 신청을 했는데 답이 없더라도 그러려니 하자. 아마 처음부터 무언가 잘 안 맞는다면, 위에 예처럼 사귀면서도 계속 안 맞을 거다. 그래 아예 시작하기 전에 인연이 안된 것이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맘 편히 생각하자. 기회는 또 온다. 나이가 점점 먹어가서 점점 소개받을 사람이 줄어든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회사에 이력서 넣고 면접 보는 기회도 점점 줄어든다고 마음이 조급해진다. 집착하고 신경을 쓸수록 더욱 마음은 조급해진다. 점점 자신이 작게만 느껴지고, 상대방은 대단하고, 위대해 보이고, 커 보이기만한다. 살아보니 별거 아니었다. 인연이 안된 것을 자꾸 원인을 파악해서 잘하려 노력하는 것도 소용없는 일이다. 소개팅할 때 말주변이 없어서 말을 잘 못했기 때문이라고, 남자의 배려심, 매너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여자가 너무 활짝 웃었기 때문이라고, 너무 말을 많이 했기 때문에, 당황해서 이상한 말을 늘어 놓았기에... 하지만 그것이 원인은 아니었다. 


면접을 보며 좀 떨었다고 자신감이 없어 보여서 떨어졌다고, 또 자신을 책망하고, 괜한 노력에 힘을 쏟는 일은 하지 말자. 그런 단순한 이유로 인연이 안되거나 하지 않았다. 


진실이 묻어나는 소개팅과 면접이 당신을 인연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상대를 만날 때는 거짓으로 자신을 위장해 놓고서는 자신의 본래 모습 그대로 사랑받길 원한다. - 폴 제럴디Paul Geraldy(프랑스 시인이자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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