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kyrunner Mar 07. 2023

3.8 졸병이라 무시하지 마라. 특히 빨간 졸병

소문은 자신이 가장 늦게 안다

장기의 졸병은 가장 많은 개수가 있지만, 가장 낮은 점수 취급을 받는다. 졸병은 같이 뭉쳐있어야 힘을 발휘한다. 혼자서는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졸병은 중앙으로 모일수록 힘이 더 커진다. 졸병은 앞으로만 갈 수 있고, 뒤로 후퇴할 수 없다. 1칸씩만 움직일 수 있다. 대부분 장기에서 처음 희생 되는 것은 졸병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차, 포를 중요시 여기고 졸병을 하찮게 여긴다. 하지만 살아남은 졸병은 마지막에 큰 힘을 발휘한다. 그 졸병이 궁성에 진입하면 차와 같은 힘을 발휘한다. 졸병을 무시하지 마라. 특히 빨간 졸병을 무시하지 마라. 


내가 여기서 빨간 졸병이라 한 것은 회사에서 직급 낮은 여직원들을 표현한 것이다. 그들의 네트워크, 사내 정보력과 발산력을 무시하지 마라. 여자들의 특성상 커피 한 잔 시켜놓고도 2시간을 거뜬히 수다를 떨 수 있다. 남자의 경우 그 정도 수다를 떨려면 술을 1, 2차 하거나, 골프를 친다거나 뭔가 다른 매개체가 있어야 한다. 남자가 커피 한 잔으로 수다를 떠는 시간은 나의 경우 길어야 20~30분 이내이다. 남자는 술이나 다른 매개체가 있어야 하는데, 술은 취기를 발동시키면서 감정의 왜곡이 일어난다. 다른 골프와 같은 매개체도 중간중간 컨디션이나, 게임흐름에 따라 기분이 업되기도 다운되기도 한다. 그런 상태에서 대화는 객관적이지 않고, 자기 기분에 따라 좌우된다. 하지만 여자는 취하지 않고, 다른 매개체가 없이도 2시간은 충분히 수다를 떨 수 있다. 그리고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전화로 하자고 한다. 그리고 전화로도 1~2시간은 가볍게 수다를 떨 수 있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빨래를 개고, 손톱을 깎고, 택배를 받고, 아기 젖병을 삶는 등 멀티플레이가 가능하다.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러운 종족이다. 스마트폰이 오래 통화하면 뜨거워지는 기능(?)은 참 잘 만든 것 같다. 대다수의 남자은 용건, 목적만 이야기하고 나면 전화를 끊는다. 수다는 회사생활에 있어서 효과적인 스트레스 해소법 가운데 하나다. 수다를 떨고 나면, 자신의 고민을 말함으로써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을 느낀다. 또한 여자들은 상대방에 대한 공감능력이 뛰어나다. 그로 인해 자신의 느끼는 감정이나, 상황을 같이 공감해 줌으로써 서로 의지하게 되고, 지지를 받는다. 

달력에도 보면 여성의 날은 있어도 남성의 날은 없다. 여성의 날을 먼저 만들고, 나중에 형편성을 생각해서 남성의 개념을 슬쩍 끼어 넣는 식이다.


어머니날 1956년 지정, 1973년 3월 30일 어버이날로 개정
국제 여성의 날 3월 8일. 국제 남성의 날 11월 19일. 여성의 날은 1975년 UN에서 공식적으로 지정되었지만, 국제 남성의 날(영어: International Men's Day)은 1991년 2월 8일 미주리 대학 교수 토마스 오스터가 제시해 기록상으로 처음 기려졌다. 그 후 1994년 2월 7일 몰타에서 남성의 날을 공식적으로 지정한 이례로, 세계 각지에서 남성의 날 기념일을 기리기 시작해 오늘날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남성의 날로 기념하지 않고 있다. 


남자들이란, 사소한 것에도 경쟁하고 이기기를 바란다. 게임이나 단순한 가위, 바위, 보 같은 것도 별거 아닌 거에 목숨 걸고 이기려 한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전쟁을 일으키거나 싸우는 건 대부분 남자들이었다. 아이를 키워 보면 특히 더 느끼게 된다. 남아를 키우는 것과 여아를 키우는 것은 확연한 차이가 있으며, 남아들은 장난으로 시작해, 경쟁하고, 싸우게 된다. 여아는 혼자 놀며 혼잣말을 하거나, 인형에게 말하기, 둘이 놀며 같이 이야기하거나, 인형으로 역할 극하기.(인형이 배고프데~ 아~ 인형이 배고프구나~ 내가 밥을 줄게~ 그래 그럼 우리도 냠냠. 너무 많이 먹으면 살쪄~)      

이렇게 여자들의 수다 능력과 공감 능력은 뛰어나다. 그래서 회사 내의 일어나는 일들의 대부분을 알고 있다. 자신이 입사하기 전의 사건들도 대부분 알고 있다. 그리고 상사들은 그녀들의 수다를 쓰잘 때기 없는 험담으로 취급하겠지만, 그 수다에 이미 상사들의 평가도 들어가 있다. 더욱이 요즘은 카톡 메신저를 통한 정보공유로 그들의 수다 능력은 더욱 배가 되었다.      

아파트에서도 부녀회의 파워가 막강하고, 학교에서도 어머니 모임의 파워가 막강하다. 고객 중에서도 여성고객의 파워가 상당하다. 

블로그에도 지역별로 “OO맘”이라는 카페 모임 등은 상당수 존재하고, 파급력도 높다. 

하지만, 아빠 모임, 남성 모임의 OO파파? OO대디?라는 카페는 본 적이 없다. 또 그런 모임에 가입해서 적극적 활동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다.      

그녀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공유력을 무시하지 마라. 당신이 아무리 숨기고 싶은 과거, 감추고 싶은 과오도 그들은 모두 알고 있다. 또한 남자 상사나 직원들이 여직원들의 얼굴평가나 몸매 평가를 하듯이, 여직원들도 상사의 얼굴, 몸매, 성격, 승질머리, 친절, 매너, 능력, 집안, 가정, 부부관계, 형제・자매, 자녀, 업무처리방식, 상사・부하・고객을 대하는 태도 등에 대해서도 모두 평가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렇게 모인 정보는 나중에 쌓여서 당신의 곤란한 상황으로 빠뜨리는 소리 없는 소문이 된다. 직급이 낮은 여직원을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하지 말라. 

그들의 놀라운 정보력과 그 정보를 발산하는 능력은 당신 모르게 모든 사람들이 다 알도록 만드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당신의 귀에 그 이야기가 들어갔을 때는 이미 당신의 상사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 회사에는 미혼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유부남 부장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여직원과 부장은 서로를 사랑한다고 했지만, 다른 직원들이 볼 때 그냥 불륜이었다. 그 당시에 두 사람은 진심이었을지 모르겠으나, 결론은 불륜으로 끝이 났다. 그 후에는 지저분한 금전 싸움을 하고, 그 여직원이 회사를 나갔다. 그 여직원이 퇴사한 후에도 남직원들의 술자리에 두 사람의 관계는 단골 안주처럼 두고두고 회자되었다. 그 후 4~5년이 흐른 뒤, 서서히 그때의 사건은 희미하게 잊혀 갔다. 더 이상 술자리의 안주거리로도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고도 한 참 후 어느 날 입사 한지 겨우 한 달 정도 된 신입 여직원과 담소를 나누는 기회가 있었는데, 신입 여직원이 그 사건에 대해서 이미 알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오히려 내가 깜짝 놀랐다. 이제 한 달 남짓 된 신입 여직원이 입사 전에 있었던, 그것도 벌써 수년 전의 사건을 알고 있다니... 


빨간 졸병에게 잘 보이고자 노력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들의 직급이 낮고, 나이가 어리고, 경력이 없다고 무시하거나 얕잡아 보지 말자. 

그 어떤 주동자나 주최자 없이 당신을 빠져나올 수 없는 늪속으로 밀어버릴 수도 있다. 당신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을 때는 이미 당신의 허리까지 빠져있어 헤어 나올 수 없게 되어버린 후일 것이다. 소문은 자기 자신이 가장 늦게 알게 된다.


직급 낮은 여직원을 함부로 무시하지 마라.





작가의 이전글 3.2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