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입원
입원 첫째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내일 입원가능이라고 해서 아 그렇구나 하고 여유롭게 mp3도 사고 책도사고 준비하고 오후에 친구네도 들리고 파랑이도 만나고 밤에 드라마도 보고 잘 생각이었다. Mp3사고 집 와서 햄버거 먹고 쉬어야지 하고 언니랑 누워있는데 갑자기 아빠가 “병원에서 4시까지 오래” 라고 말해서 당황해서 급하게 음악을 mp3에 옮기고 파랑이한테 지금 입원 하러 간다고 전화하고 노트에 친구들 번호를 옮겨적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그래서 덤덤하게 x-ray도 찍고 절차 밟고 병실이 있는 6층으로 갔는데 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병동과 달리 내가 가야하는 병동은 큰 문으로 막혀 있었고 나는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벨을 수 차례 누르자 그 큰문이 열리고 간호사가 뺴꼼하고 얼굴만 내밀었다. 보호자 1명만 같이 들어갈 수 있었고 입원짐을 챙기러 다시 가야 했는데 나는 먼저 들어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들어오시면 못 나가세요” 라고 간호사가 말해서 일단 같이 짐을 가지러 내려갔다. 기분이 뭣 같았다.
짐을 다 챙기고 엄마,아빠와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병원직원이 코로나로 인해 원래 여기부터 보호자 1명만 들어 갈 수 있다고 해서 아빠 랑 직원이랑 실랑이(?)를 좀 했다 완전 스트레스 받았다. 그렇게 어찌어찌 병실로 들어갔고 주위에 환자들 밖에 없고 병실에 들어가서 바로 환자복으로 갈아입었다 뭣 같은 못생긴 색깔 옷 심지어 여자라고 카라는 핑크색이다 우웩 그리고 혈압재고 엄마랑 같이 병실에서 병원밥으로 저녁 먹고… 아 그전에 주치의한테 면담 들어가서 또 한참 얘기하고 간호사한테 생활 설명 받고 또 내 상태를 설명했다 자살사고 자해 등등 .
엄마랑 같이 짐 풀면서 제한물품을 뺏고 병원에서는 주머니 있는 옷은 아예 반입이 안된다고 했다. 병원에서 심심할 때 하려고 했던 피포 페인팅도 붓이 나무라 안됐다.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머리가 다 아파왔다. 어찌어찌 엄마를 보내고 MP3로 음악을 들으면서 한숨 돌리고 파랑이한테 전화했다. 1년전 처음 재수 학원 갔을떄가 생각났다. ‘아무리 사람일은 모른다지만 21살에 대학캠퍼스도 밟기 전에 폐쇄병동에 입원을 하냐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튼 기분이 뭣같다.
나는 이도저도 할 수 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 밖에 나가도 하루하루 겨우 버티다가 도저히 견디기 힘든 날 자살을 하거나 여기 입원해서 뭣같이 살거나…나에겐 두가지 선택지 밖에 없었다.
난 아직도 내가 그렇게까지 아픈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까 잠깐 나에게 말을 걸어온 15살의 친구는 손등에 상처가 가득했다.나는 몸도 성하고 그냥 생각만 하지 행동하지 않는 겁쟁이는 아닐까? 말로만 죽겠다고 하고 절대 죽을 일은 없는 건 아닐까. 나도 모르겠다.
그리고 누워서 2시간 정도 음악만 들었다 뭐랄까 현실도피? 이 병실밖을 나가고 싶지 않다. 나가는 순간 난 얼굴근육이 굳고 심장이 마음이 단단해지는게 느껴진다. 괜찮은 척 새로운 사람에게 말을 걸고 싶지 않다.힘들다.
아무것도 어떤 노력도 하기 싫고 지친 상황에서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 적응해야 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 해내야 하는 곳으로 왔다는 게 아이러니라고 생각했다. 방금 그 15살 친구가 와서 꽤 오래 얘기를 나누다 갔다. 난 가식적이다. 솔직히 여기서 괜찮은 척 의료진을 다 속이고 퇴원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또 머리가 아파온다. 나도 두렵다 이곳을 나가기가 평생 괜찮은 척을 하면서 살다 보면 그대로 괜찮아지기도 할까? 그렇게 속이고 살다가 조용히 죽어버릴까.
다른 환자들을 보니 저마다 라운지에서 수다를 떠는 모습이 보였다. 근데 나는 여기까지와서 다른 환자들과 친목하고 싶지 않다 물론 친목하면 이득이 더 있을 텐데 ‘그런식으로 지낼꺼면 여기 있을 이유가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들었다. 여긴 치료받는 병원이지 환자들과 친목하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입원 첫날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