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금방 다녀올게"
아침마다 문밖을 나서는 나를 바라보는 강아지와 고양이에게 금방 다녀온다는 거짓말을 하며 나는 오늘도 출근을 한다. 내가 문을 나서는 시간은 아침 7시 40분쯤,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아무리 빨라도 오후 7시.
약속이라도 생기면 오후 8시 30분은 되어야 집에 들어올 수 있다.
내가 없는 12시간 동안 나의 세 마리 반려동물들은 서로 의지한 채 시간을 보낸다.
자취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구입한 홈캠을 켜고 나온다. 문밖을 나서자마자 쉴 새 없이 울리는 핸드폰 알람. 들여다보니 내가 나가고 나서 애들은 나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뭐 하나 보니 내가 주고 온 사료를 와구와구 먹고 있다. 가끔 집에 왔을 때 아침에 준 사료가 그대로 있으면 마음이 안 좋은데 저렇게 잘 먹는 날에는 기분이 좋다. 하지만 밥도 먹지 않고 바로 문 앞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면 또 속상해진다.
처음엔 5분에 한 번씩 홈캠을 들여다볼 정도로 내가 분리불안이 심했었다. 나 없는 집에서 편하게 쉬고 있겠거니 생각했던 나의 생각은 깨졌다. 아, 물론 고양이들은 이불 위에서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었지만 문제는 강아지였다. 강아지는 이사 온 집이 적응이 안 됐는지 내가 돌아올 때까지 현관문 앞만 지켜보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는 나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얼른 집으로 뛰어가서 같이 놀아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칼퇴해서 버스정류장까지 달려가는 것이었다. 버스 배차간격은 왜 이리 긴지 한번 놓치면 20분은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나는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고 늘 뛰었다. 그리고 바로 집에 가서 애들과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자취하고 몇 개월을 그렇게 보내니 너무 답답했다. 나도 좀 놀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씩 스며들며 일주일에 한두 번씩 약속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홈캠도 켜지 않고 나오게 됐다.
그러다 갑자기 회사에서 야근할 일이 생겨 한 달 정도 계속 야근을 했던 시기가 있었다. 원래 야근 없는 회사였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늦게까지 있을 아이들이 걱정돼서 다시 홈캠을 켜보니 내가 출근하고 나서는 계속 잠만 자다가 내가 돌아올 오후 6시가 되자 다시 문 앞에 앉아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그동안 그 기다림을 회피하며 홈캠을 꺼버렸는데 그 순간에도 아이들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강아지는 문 앞 매트에 누워있었고, 고양이는 위로하듯이 강아지에게 머리 박치기를 하며 비비적거렸다.
그나마 혼자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과 내가 3마리의 외로움을 만든 건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들었다. 1인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어느 정도 자신의 생활을 포기해야 한다는 걸 다시 깨달은 순간이다.
1인 가구라도 반려동물과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다면 괜찮다. 하지만 나처럼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건 이기적이고 어려운 선택일지도 모른다. 반려동물은 내가 일하는 동안 늘 나를 기다리고 있어야 하고 사람은 사람대로 개인 시간을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많기에 그런 부분에서 각오가 돼있어야 한다.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건 아이들과 있는 시간을 늘리고 같이 있을 때 최대한 놀아주고 사랑해줘야 하는 일일 것이다.
나는 가족들과 살면서 반려동물을 키웠고 중간에 데리고 나온 케이스이지만 만약 처음부터 혼자 살았고 일하는 1인가구였다면 반려동물을 데려오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지금 같이 살고 있는 이 아이들이 나의 마지막 반려동물이라 생각한다. 아직은 힘들지만 언젠가는 이 아이들과 좀 더 오래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싶다.
기다림이 줄어들고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삶.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이 마음을 꾹 누르고 다시 아침마다 집 문을 나선다.
"언니 금방 다녀올게" 그 말에 진심을 조금 더 얹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