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은 잔소리 속에서 비로소 확인하는 나의 '평범한' 존재감
세상은 나를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곤 한다. 하지만 내 곁에는 그 특별함을 아무렇지 않게 지워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교회에서 만나 오랜 시간 스스럼없이 일상을 공유해온 누나, 형, 그리고 동생들이다.
그들과 함께라면 교회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진짜 '유열'의 일상이 시작된다. 우리는 맛집을 찾아다니고, 시시콜콜한 농담을 나누며 거리낌 없이 어울린다. 가끔 엘리베이터가 없는 식당을 마주할 때면, 형들은 당연하다는 듯 등을 내어준다. 땀을 뻘뻘 흘리며 나를 업고 계단을 오르는 와중에도 감동적인 멘트 대신 툭 던지는 한마디.
"유열아, 살 좀 빼라. 저번보다 더 무거워진 거 아냐?"
그 얄궂은 장난이 나는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나를 배려해야 할 약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농담을 던질 수 있는 편안한 상대로 여겨준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내가 철없는 행동을 하면 여지없이 날아오는 따끔한 잔소리조차 나에게는 내가 '평범한 사람'이라는 안도감을 준다.
말이 서툰 나는 주로 문자로 마음을 전한다. 한 글자 한 글자 느리게 찍어 내려가는 대화는 가끔 흐름이 끊기기도 하지만, 한 동생은 내 휴대폰 화면을 가만히 기다려주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형이랑 얘기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어!"
그 말을 들을 때면 가슴 한구석에서 묵직한 울림이 퍼진다. 화려한 수식어는 없어도, 나의 존재 자체를 즐거워해 주는 마음이 느껴져서다. 그들 앞에서 나는 장애를 가진 누군가가 아니다. 그저 조금 철없는 동생이자, 같이 있으면 즐거운 형이며,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친구가 된다. 그 '평범함'이라는 선물 덕분에 나는 오늘도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웃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