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슈퍼문이 남기고 간 빛의 언어

by 낙화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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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1: 가을 저녁의 도시 위로 떠오르는 붉은 슈퍼문]


천문지도사로서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지만, 올해 10월의 달은 조금 달랐습니다. 하늘은 투명했고, 대기는 고요했습니다. 그리고 달은 평소보다 커다랗고, 마음이 잠잠해질 만큼 밝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날 밤을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그것은 2025년 10월 초, 올해의 ‘슈퍼문(Supermoon)’이었습니다.


슈퍼문은 달이 지구 궤도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인 근지점(Perigee, 달이 타원 궤도상에서 지구에 가장 근접한 위치)에 위치할 때, 보름을 맞이하는 현상입니다. 이때 달은 평균 보름달보다 약 14% 더 크고, 약 30% 더 밝게 보입니다. 천문학적 계산으로는 단순한 거리의 차이이지만, 관측 현장에서는 확실히 다른 감각으로 다가옵니다. 망원경을 통해 본 달의 윤곽은 또렷했고, 맨눈으로도 그 존재감이 분명했습니다.


달이 붉게 떠올랐던 이유는 대기 산란(Atmospheric Scattering, 공기 중 입자에 의해 빛의 특정 파장이 흩어지는 현상) 때문입니다. 달빛이 지평선 부근의 두꺼운 대기를 통과할 때 짧은 파장의 푸른빛은 산란되어 흩어지고, 긴 파장의 붉은빛만 남습니다. 그래서 달은 불타는 듯 붉은색으로 떠오르다가 점점 은빛으로 변합니다. 천문학적으로는 ‘산란 효과’라 부르지만, 그날 달을 본 많은 분들은 이렇게 표현하셨습니다. “달이 노을처럼 따뜻했습니다.”
그 표현이 훨씬 정확합니다. 과학은 현상을 설명하지만, 감정은 현상의 의미를 해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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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2: 잔잔한 호수 위로 커다란 달이 비친다]


이번 10월의 슈퍼문은 ‘추수달(Harvest Moon, 가을 수확철에 뜨는 보름달)’의 시기와 겹쳤습니다. 북반구에서는 해가 짧아지는 가을, 달빛이 늦은 밤까지 들판을 비추어 주어 ‘농부의 달’이라고도 불립니다. 달빛은 과거에는 실제로 일터를 밝히는 등불이었지만, 지금은 마음의 불빛으로 남았습니다.
천문지도사로서 이 시기의 달을 안내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하나입니다. “달은 여전히 사람의 시간 안에서 숨 쉬고 있다.”
그것은 단지 궤도의 움직임이 아니라, 인간과 계절, 기억이 함께 만들어낸 시간의 문법입니다.


올해의 슈퍼문을 관측하며 기록된 수치는 흥미로웠습니다. 밝기의 척도인 조도(Luminance, 단위 면적당 밝기)가 일반 보름달보다 약 1.3배 높았고, 티코(Tycho, 달 남반구에 위치한 대표적 충돌 분화구)의 방사형 자국이 망원경에서 선명하게 관찰되었습니다. 달의 표면에서 반사된 빛이 대기 중 수분 입자에 부딪혀 생긴 달무리(Lunar Halo, 달 주위의 둥근 빛띠) 도 일부 지역에서 포착되었습니다. 천문학적으로는 데이터였지만, 현장에서는 모두 감탄입니다.


“이건 관측이라기보다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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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3: 도심의 천문대에서 슈퍼문을 보는 이들}]


달은 태양의 빛을 반사하여 빛납니다. 이를 반사광(Reflected Light, 외부 광원이 표면에서 반사되어 보이는 빛)이라 합니다. 그러나 그 빛은 단순한 반사가 아닙니다. 달의 표면은 완벽히 매끄럽지 않기 때문에, 빛이 미세한 요철에 부딪혀 다양한 각도로 흩어집니다. 그래서 달빛은 따뜻하고 부드럽게 보입니다.


물리학적으로는 ‘난반사(Diffuse Reflection, 거친 표면에서 빛이 여러 방향으로 반사되는 현상)’의 결과이지만, 사람의 감정으로 보면 그건 ‘위로’입니다.

낮의 태양이 생명의 빛이라면, 밤의 달빛은 마음의 빛입니다. 그리고 슈퍼문의 밤은 그 두 빛이 가장 조화롭게 공존하는 시간입니다.


천문학적으로는 이번 슈퍼문이 이미 지나갔습니다. 달은 보름 이후 점차 줄어드는 이망월(Waning Moon, 보름 이후 달이 점차 작아지는 단계)을 지나 새 달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달의 주기는 끝나지 않습니다. 내년 봄, 달이 다시 근지점 부근에서 보름을 맞이할 때, 또 한 번의 슈퍼문이 찾아올 것입니다.

하늘의 순환은 언제나 일정하지만, 그걸 바라보는 인간의 마음은 매번 새롭습니다. 같은 달이라도, 같은 하늘이라도, 보는 시선이 달라질 때 그 의미는 완전히 바뀝니다. 그래서 저는 매번 달을 볼 때마다, 과학보다 감정을 먼저 기록하려 합니다.

하늘은 물리로 설명되지만, 달빛은 마음으로 해석됩니다.

2025년 10월의 슈퍼문은 이미 하늘을 떠났지만, 그 빛의 기억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다음 슈퍼문이 찾아올 때, 사람들은 또다시 고개를 들고 말없이 미소 지으실 것입니다.
그때의 하늘도, 그때의 마음도, 분명 지금처럼 따뜻할 것입니다.



“달이 가장 밝은 밤, 사람들은 자신을 비추십니다. 그리고 그 고요 속에서 깨닫습니다. 어둠은 빛의 반대가 아니라, 빛이 다시 시작되는 자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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