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이 기억하는 문명의 시간
별은 죽어가며 빛을 남기고,
혜성은 지나가며 시간을 남긴다.
우리가 본 건 그들의 꼬리가 아니라, 우리의 역사였다.
[이미지 1: 밤하늘을 가르며 푸른 꼬리를 길게 남기는 혜성 SWAN]
10월의 공기가 서늘해지면 하늘은 문득 인간에게 ‘시간’이라는 감각을 일깨운다. 혜성 C/2025 R2, 이름은 SWAN. 2만 년 만에 돌아온 얼음의 순례자다. 인류가 아직 언어를 배우기 전, 불을 막 다루던 시절에도 그는 이미 태양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도시의 불빛이 별빛을 덮은 시대에도 그는 다시 우리 곁을 스쳐 간다. 문명은 변했지만, 하늘을 바라보는 본능은 여전히 원시적이다.
SWAN은 태양계의 바깥, 얼음 천체가 모여 있는 오르트 구름에서 왔다. 2025년 9월 12일, 그는 태양과 지구 사이 거리의 절반쯤 되는 곳을 스치며 지나갔다. 약 7천5백만 킬로미터 — 지구를 두 바퀴 반 돌아도 닿지 못할 거리다. 태양의 열이 닿자 표면의 얼음이 녹고, 그 틈에서 먼지와 가스가 새어 나왔다. 그 입자들은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입자 흐름(태양풍)에 밀려 꼬리를 형성했다. 그 푸른 궤적은 단순한 빛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이 공간 위에 그려진 자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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