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7년째 중증 우울증 환자다 1

《 악마가 예전의 나의 감정을 준다면 영혼이라도 팔고 싶다》

by 낙화유수

당신도 이런 적 있나요?

가끔은 문득, 아무 이유 없이 아침이 무너질 때가 있습니다.
햇살은 따뜻한데, 마음은 얼어붙은 채로.
그게 시작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창가에 앉아 무표정하게 창밖을 바라보는 대학생 남성. 희미한 햇살, 흐린 눈빛.


내 모습은 분명 살아있었지만, 무엇 하나 살아있다고 말할 수 없던 순간.

지방대 철학과에 입학과 동시에, 방황이 시작됐다

대학교 4학년이 되도록 나는 여전히 ‘내가 뭘 하고 싶은 사람인지’ 몰랐습니다.
철학과라는 특이한 전공은 어느새 나를 설명하는 가장 큰 아이덴티티가 되어 있었지만,
사실 나는 그곳에 머문 적도, 속한 적도 없었습니다.

군대 전엔 여자친구를 만들고 싶었고,
군대 후엔 시험 공부는 접어두고 철학·역사책만 미친 듯이 읽었습니다.

그게 위안이었고, 그게 내 삶에서 유일하게 나를 붙잡아주던 것이었죠.


텅 빈 책상, 펜 하나, 흐릿한 커피잔. 모든 색이 흐려진 감정의 추상화.


아무리 채워도 허기진 내면. 무채색으로 칠해진 20대.


남들이 볼 땐 괜찮았을 나, 그러나 나는 자꾸 무너지고 있었다
딜러가 된 건 우연이었습니다.
화려한 불빛, 웃음소리, 판돈이 오가는 그 테이블에서
나는 무표정으로 손님을 맞았습니다.


"그냥 힘들면 쉬고, 하루 이틀 푹 자면 괜찮아지겠지."
그게 전부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그 '쉬는 시간'이 일주일, 한 달로 늘어갔습니다.

우울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나를 침식해갔습니다.

그 어떤 병보다도 느리고, 조용히 파고드는 방식으로.



무표정한 얼굴에서 감정이 뒤섞인 듯한 인물. 눈빛에 고통과 고요함이 함께 있는 모습.


겉으론 아무 일 없는 듯 웃었지만, 안에서는 날마다 무너졌습니다.


결국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너무 쉽게 진단이 떨어졌다


어느 날은 회사에 들어가기 전 주차장에서 2시간 넘게 못 움직였습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거든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간 날, 나는 자세히 설명도 못했습니다.
몇 마디 얘기를 들은 의사는 "중증 우울증입니다. 휴직 진단서 써드릴까요?"
나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때까진 아직, 내가 우울증이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세상이 부정당하는 느낌.

나는 나를 몰랐고, 세상도 나를 몰랐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게 더 혼란스러웠습니다.


디지털 코드처럼 쪼개진 배경 속에, 어두운 방에서 고개 숙인 남성의 실루엣.



나는 현실과 단절되고 있었고, 나도 그 사실을 점점 모르게 되어갔습니다.

나는 여전히 우울증 환자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7년이 지났습니다.


여섯 번의 휴직과 복직!~

그리고 사라진 친구들과
생각지도 못하게 곁을 지켜준 동료들.

나는 아직도 매일 약을 먹습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이 감정의 바닥에서 나는
다시 ‘예전의 나’를 만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악마가 예전의 나의 감정을 준다면요,
아마... 영혼이라도 팔고 싶을지도 몰라요.


그만큼 그 시절의 나를,


나는 사랑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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